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 공식 출범
55개 시민사회단체 및 진보정당 결합
서울교통공사, 출범대회 시작 전 모두 강제퇴거
“오 시장 해고될 때까지 3년 반 원직복직 투쟁할 것”

한 활동가가 방패로 무장한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에 의해 강제퇴거당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한 활동가가 방패로 무장한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에 의해 강제퇴거당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서울시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이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들은 55개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정당 등과 함께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오세훈 서울시장,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최중증장애인노동자 400명 해고 철회 및 원직복직 투쟁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아래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4일 오후 2시, 서울시청역 환승통로에서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 출범대회를 열고 “오 시장이 행한 최중증장애인노동자 400명 해고에 대해 사회적 해결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활도가들보다 더 많은 경찰 수. 사진 하민지
활동가들보다 더 많은 경찰 수. 사진 하민지
시청역 환승통로에 활동가들을 진압하기 위한 울타리가 쳐져 있다. 사진 하민지
시청역 환승통로에 활동가들을 진압하기 위한 울타리가 쳐져 있다. 사진 하민지

-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노동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2020년 7월, 서울시는 전국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제일 먼저 도입했다. 그러나 2024년, 서울시는 전국에서 제일 먼저 없애버렸다. 지난해 말, 서울시가 ‘서울형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중증장애인 400명은 하루아침에 해고노동자가 됐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임 시장 시절 전장연 시위 참여 장애인들에게 일당까지 지급하는 예산을 만들었지만 이제 그런 비정상은 중단됐다”고 썼다. 지난해부터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들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행하던 ‘전장연 죽이기’의 일환이다.

이에 해고노동자들은 서울시를 향해 예산을 복구하라며 파업투쟁까지 벌였지만 결국 일자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노동자 400명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질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노동자 400명은 오 시장을 해고를 행한 주체로 지목하며, 서울시를 향해 원직복직 투쟁에 나섰다.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이 활동가들을 향해 강제퇴거를 명령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이 활동가들을 향해 강제퇴거를 명령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기자회견 입도 못 떼보고 20분 만에 모두 강제퇴거

출범대회는 시작도 못 해 본 채 20분 만에 모두 강제퇴거됐다. 서울교통공사 폭력은 이날도 극심했다.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의 지시로 비장애인 활동가들부터 퇴거조치됐다.

기자가 퇴거되는 일이 또 있었다. 최영도 센터장은 인터넷 진보언론 ‘레디앙’의 여미애 기자를 향해 ‘서울교통공사 홍보실과 논의되지 않은 곳은 취재할 수 없다’며 여 기자를 쫓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는 4번 출구 인근 통로에서 출범대회를 진행해야 했다. 해당 구간은 서울시청 관리구간이라 서울교통공사가 강제퇴거조치를 할 수 없는 곳이다.

시청역 4번 출구 인근 통로에서 진행된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 출범식. 사진 하민지
시청역 4번 출구 인근 통로에서 진행된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 출범식. 사진 하민지

-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비장애인에게 새로운 노동을 가르치는 일자리”

출범대회에서는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에 함께하는 장애인 단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오 시장이 보기에는 보잘것없을지 몰라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최중증장애인에게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는 일자리다. 그런데 그 일자리를 없애버렸다”며 “우리는 400명 노동자의 원직복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우리 사회의 합의로 만들어진 소중한 최중증장애인 일자리다. 오 시장은 그런 일자리를 없애면서 반사회적 행위를 일삼았다. 용납할 수 없다”며 “나아가 이번 투쟁을 계기로 이동권, 교육권 등을 더욱 확대하며 힘을 결집하자”고 독려했다.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이 강제로 끌려 나가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이 강제로 끌려 나가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은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강제퇴거를 당하며 그 자리에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하 변호사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에 인식 개선 권고만 했지만 우리 헌법과 국제협약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가 단지 인식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가는 취약계층의 권리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고 (권리 보장을) 지속해서 실천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행하던 제도마저 폐지하는 서울시 태도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용서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역사 곳곳에 울타리를 쳐서 활동가들의 진입을 막았다. 사진 하민지
서울교통공사는 역사 곳곳에 울타리를 쳐서 활동가들의 진입을 막았다. 사진 하민지

안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가치를 조명했다. 안나 활동가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권리를 생산하며 사회의 공공적 가치와 사회 변혁을 생산한다. 권리란 단순히 선언만 돼 있으면 아무런 실효성을 갖지 않는다. 권리는 법과 제도에 반영돼야 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관계를 재구성하면서 전반적인 인식 틀을 바꿔 낼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나 활동가는 “또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최중증장애인이 새로운 노동의 개념을 비장애인에게 가르친다. 돈만 벌고 생명을 죽이는 자본주의 사회에 가르쳐 준다. 이윤 중심의 사회를 깨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시작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노서영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상임위원장, 이선준 노동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김혜미 녹색당 마포갑 국회의원 예비후보, 임한국 정의당 서울시당 노동대협국장 등 진보정당 인사들도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에 함께한다는 뜻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피켓들 옆으로 비장애인 승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오세훈, 우리가 해고하고 권리중심공공일자리 2500개 만들 것”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노동의 기준을 바꾸는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제 좀 바꿔보려고 해요. ‘누가 일을 잘하냐, 누가 경쟁력이 있냐, 누가 쓸모가 있냐’가 아니라 ‘누가 쓸모없냐, 누가 무능력하냐, 누가 생산성이 없냐’를 기준으로 먼저 고용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2012년 8월 21에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기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 투쟁을 시작했는데요, 그때는 그게 1842일의 투쟁이 될 줄 몰랐습니다. 물론 완전히 폐지 못 한 서러움이 있지만 그때 싸우지 않았다면 변한 것이 없을 것 같아요. 지긋지긋한 싸움이 또 시작됩니다. 이 싸움에 함께하시는 거 후회하지 않으시죠? 그러면 우리는 투쟁하겠습니다.

우리를 해고한 오세훈 시장을 해고할 때까지 투쟁하겠습니다. 해고하실 수 있겠습니까? 저는 약속할 수 있습니다. 2026년 6월 30일(오 시장 임기 종료일)에는 반드시 해고하겠습니다.

2027년부터는 400개를 따따블로 받아서 2500개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입니다. 우리는 권리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권리는 비장애인의 배려로 보장되는 게 아닙니다. 최중증장애인의 존재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치는, 너무나 값진 투쟁입니다.”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는 출범대회를 시작으로, 오 시장 임기 종료일까지 3년 반 동안 원직복직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현재는 해고노동자들이 직접 서울 시내 시민사회단체 사무실을 돌며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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