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남긴 질문들②

[편집자 주]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사회에 많은 질문을 남겼다. 왜 불평등은 더 심해지는가? 왜 혐오와 차별은 일상이 되었나? 감염병은 취약한 이들의 삶을 어떻게 관통했는가? 코로나19로 3만 6천 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는데 왜 우리 사회는 무감각한 것일까? 부족한 병상과 의료 체계의 공백을 메웠던 공공병원은 왜 외면당하는가? ‘아프면 쉬자’는 이야기는 어떻게 사라져 버렸나?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에서는 지난 3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이 질문들에 대한 해법을 인권을 중심으로 모색하는 7회차의 연속 기고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성찰하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내부의 모습 . 사진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내부의 모습 . 사진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 세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 정부가 제시한 이유

20년간 정신병동에서 나오지 못하고 죽어서야 병원 밖으로 나온 정신장애인이 있다. 그는 무연고자란 이유로, 정신장애인이란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없었다. 그가 있던 정신병동은 6~7명의 입소자들이 침대도 없는 한 방에서 다닥다닥 붙어 지내며,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고 자신이 본 소변을 스스로 치우는 장애인거주시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1) 그는 수용시설이 되어버린 병원에서 죽기 전까지 20년간 갇혀 있었다.

정부가 내놓은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이 있었지만, 법적 근거가 있는 지침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켜지지 않아 길거리에서 죽어간 중증시각장애인이 있다. 그마저도 대구에서 먼저 진통을 겪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경험을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모아 초안을 만들었다. 그는 매뉴얼에 명시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동 지원을 받지 못했고, 홀로 PCR을 받으러 가다 길에서 쓰러졌다. 시민들에 의해 응급실로 실려 갔으나 사망하고 나서야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2)

보건소도 의원도 병원도,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아 죽어간 중증장애여성이 있다. 장애인이 감염에 취약하다는 건 통계적 사실이지만 의학적 사실이 될 수 없어, 그녀는 고위험군임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보건소는 약을 내어주지 않았다. 의원은 애초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갈 수 없는 곳에 있었고, 병원은 장애인에게 병상을 내어주지 않았다.3)

세 죽음에 대한 ‘사인(死因)’을 정부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2022년 8월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한국 장애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 장애인 절반 이상이 기저질환을 가진 노인이다. 기저질환, 심장질환 있는 사람의 사망률이 높다”고 답했다.4) 전체 코로나19 사망자 중 장애인이 3분의 1이나 되는 현실에 대해, 정부는 장애인 중 노인이 많고 기저질환을 지닌 사람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 개정판의 일부.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 개정판의 일부.

- 그들이 죽어가야 했던 진짜 이유는

정말 사실일까?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장애인은 자가격리 상황에서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장애계에서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 작성 및 운영’ 등을 요구하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정부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이를 거부했고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장애인주치의제도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장애인에게 방문 예방접종 및 PCR을 시행하지 못했다. 정부는 방문 예방접종 및 PCR을 위해 방문이 필요한 장애인의 수와 의료진의 수조차 파악하지 않았다. 2021년 3분기 예방접종 계획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재가 노인·중증장애인, 발달장애인, 노숙인 등을 위한 맞춤형 대책을 이야기하며 방문 예방접종 및 PCR을 예시로 들었지만, 실제 발표에서 이 부분은 사라졌다.

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지정하는 나라에서 장애인 전담병상은 전국에 오직 국립재활원의 16병상뿐이었다. 장애인 전담병상은 비장애인이 가는 병상과 다른 특별한 병상이 아니다. 활동하고 이동하는 것을 지원하며, 체위를 변경하고 욕창을 관리해 줄 인력이 있는 병상이다. 활동지원사는 의료적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 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한다. 즉 간호·간병이 자신의 업무가 아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호·간병을 해야 하는 건 간호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병원에는 2~3시간마다 와서 체위를 변경해주고 상시적으로 상태를 관찰해 줄 간호 인력이 없기 때문에, 장애인의 입원 여부를 두고 병원과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

보건소에서 장애인에게 복지와 의료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community-based rehabilitation, CBR)을 진행하는 나라지만, 보건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온라인 교육과 비대면 물품 배급에 불과했다. 방문간호와 같은 의료적 기능은 병원에 가정간호 등이 생기면서 민간 중심의 의료전달체계에 넘기고, 혈압이나 혈당 체크와 같은 기본적인 건강관리만 할 수 있었던 보건소의 한계다. 지금도 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일이란 대부분 기존에 복지관이 수행했던 것일 뿐이다.

장애인 활동가가 하얀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19 장애인 안전대책 마련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비마이너 DB
장애인 활동가가 하얀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19 장애인 안전대책 마련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비마이너 DB

- 장애인에게는 일상이 재난, 여전히 바뀌지 않은 사회

장애인에게는 일상이 재난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장애인이 겪어야 했던 일들은 이 일상의 재난이 심화된 결과였다. 장애인에게 석션(suction)을 행하고, L-tube를 갈고, 투약을 하는 간호·간병은 일상에서 간호사가 아닌 가족과 활동지원사에게 떠넘겨져 있었다. 장애인거주시설에 내려진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의 출입 제한 조치는 애초부터 장애인이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된 ‘시설사회’에서 비일비재했다. 진료 거부와 의료 접근권의 부재 속에서 장애인에게 의료인은 평소에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들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장애인 사망률은 비장애인의 6배에 달했다.5) 하지만 대부분의 죽음은 기록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열심히 셌지만, 장애인의 수는 제대로 체크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시민사회나 국회의원이 요구하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나서 한참 후에야 도입된 임의적 분류에 기대어 그때그때 제공할 뿐이었다.

얼마 전 탈시설장애인당(當)은 서울역에서 귀성길 설 인사를 진행했다. 이번 총선에서 장애인 권리에 투표해 달라는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수서역에서 이준석 당대표가, 서울역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용산역에서 이재명 당대표가 사람들을 몰고 다닐 때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방송이 장애인들이 등장하자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퇴거 요청을 반복적으로 했으나, 요청에 따르고 있지 않고 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요지였다. 이 사회에서 장애인은 여전히 불편한 존재이고, 퇴거되어야 할 대상이다. 심지어 장애인의 출현은 비정상적인 일이며,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사태이다.

나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돌아가신 세 분의 장애인을 애도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할 때면 울컥울컥 서러운 감정과 함께 분노가 치솟는다. 이제 세상은 AC(After Corona)와 BC(Before Corona)로 나뉠 것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역사회 의료·돌봄 체계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과 장애인의 존재를 감추려는 사회 또한 여전하다.


1) 전혜원, 「청도대남병원이 이토록 방치되기까지」, 『시사인』 654호, 2020. 3. 19.

2) 강혜민, 「중증장애인 부부와 29개월 자녀, 코로나 확진에 2주간 방치」, 『비마이너』, 2022. 3. 2.

3) 박준용, 「정부가 하라는대로, 살려달라 전화만… 가둬놓고 죽인 거잖아요」, 『한겨레』, 2022. 5. 23.

4) 하민지, 「유엔 “코로나19 장애인 사망률 왜 높나” 정부 “한국 특성상…”」, 『비마이너』, 2022. 9. 30.

5) 하민지, 「올해 장애인 코로나 사망률, 비장애인 6배」, 『비마이너』, 2021. 11. 1.

필자 소개

박주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 활동가. 한의사이기도 하며, 장애인 건강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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