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하루 앞둔 14일, 안국역에서 ‘다이인(die-in) 행동’ 진행
“4년은 길다. 1년 내 장애인권리입법 제정하라”
30일, 22대 국회 개원 맞아 제4차 다이인 행동 예정

14일 오전, 전장연이 제3차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 ‘다이인(die-in)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고 싶습니다”라고 적혀있는 플랜카드를 덮고 누워있다. 사진 김소영
14일 오전, 전장연이 제3차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 ‘다이인(die-in)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고 싶습니다”라고 적혀있는 플랜카드를 덮고 누워있다. 사진 김소영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8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조계종 근처에 있는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승강장에 모였다. 제3차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 ‘다이인(die-in) 행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다이인 행동은 시위 참가자들이 공공장소나 거리에서 죽은 듯 누워있는 행동으로 전 세계에서 반전, 인권, 인종차별, 기후위기 등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시위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전장연은 이를 비장애중심사회의 억압과 고통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로 차용했다. 전장연은 앞서 부처님께 장애인도 시민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다이인 행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22대 국회에 1년 내로 장애인권리법안들을 입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된 법안으로는 장애인을 시혜적·동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규정하고, 장애를 의학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 억압과 배제, 차별의 현상으로 보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있다. 그 외에도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지원법 제정을 통해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교육받고 노동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의 권리를 법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면개정 및 개정을 요구하는 법안으로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발달장애인법, 장애인등특수교육법이 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승강장 바닥에 누운 채 마이크를 손에 쥐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승강장 바닥에 누운 채 마이크를 손에 쥐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장애인 평등권 실현 위해 장애인권리법안 제정돼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진행된 제3차 다이인 행동에는 다양한 단위들이 연대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불교에서는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존재가 동등하고 평등하다고 가르친다”고 말하며 장애인 평등권 실현을 위한 장애인권리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날도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전장연을 “특정 장애인단체”라고 호명하며 강제퇴거를 명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발언 도중에도 반복적으로 경고 방송을 하는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에게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평화롭게 진행되는 지하철 행동을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방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퇴거 명령 불응 시 현행범 체포를 할 수 있다”는 경찰의 경고 방송에 양 집행위원장은 “장애인들 말고 발언하고 있는 나를 집어넣어라”고 소리치며 분노를 표했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당분간 지하철에 탑승하는 시위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이렇게 탑승구 앞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데 여념이 없다. 오늘도 장애인을 가로막는 장벽은 공고한데, 불평등을 향해 질주하는 오세훈의 ‘약자 빼고 동행’은 멈출 줄 모른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탈시설 정책 확대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 폐지를 규탄했다.

이백윤 대표는 “장애인의 투쟁은 불평등의 한가운데 있는 여성의 투쟁이기도 하고, 성소수자의 투쟁이기도 하며, 하루하루가 불안한 삶을 사는 우리 모두의 싸움, 내일 이 사회의 돌봄이 필요해질 우리 모두의 투쟁”임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모두를 위한’ 장애인의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14일 오전, 전장연이 제3차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 ‘다이인(die-in)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방패를 든 채 지하철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 김소영
14일 오전, 전장연이 제3차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 ‘다이인(die-in)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방패를 든 채 지하철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 김소영

- “성소수자와 장애인의 투쟁은 정상성에 저항하는 싸움… 연대하여 세상을 바꾸자”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and Biphobia)이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하는 것을 계기로 성소수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잘못됐다는 반성이 일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이 시작됐다.

지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지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지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성소수자들은 매년 5월 17일에 한데 모여 평등과 존엄의 권리를 외치고 사회의 변화를 촉구한다. 성소수자와 장애인의 투쟁은 모두 이 사회의 정상성에 저항하며 온전히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지오 활동가는 “4년(22대 국회 기간)은 너무 길다. 하루하루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이들에게는 1년도 길다. 오세훈 시장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를 철회하고, 국회는 장애인권리법안 제정하라. 차별금지법, 혼인평등법, 성별인정법도 조속히 제정하라. 사회가 소수자의 삶의 권리를 위해 힘쓸 때 우리 모두의 삶도 지켜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전장연은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을 통해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면담을 위해 부처님 오신 날인 15일에 조계종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전장연은 22대 국회 개원을 맞아 5월 30일 오전 8시에 국회의사당역에서 제4차 다이인 행동을 진행한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에게 전달할 면담요청서를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에게 전달할 면담요청서를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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