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이름부터 바꾼다… ‘이동권 보장’ 법명에 명시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으로 대상 확대
장애계 “교통약자법 전면개정안, 1년 이내 통과 촉구”
30일,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의원 28명이 공동발의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제출하기 위해 전날 국회 의안접수센터 앞에서 밤샘 대기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서 의원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으로 추천되어 장애인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 교통약자법, 편의증진 아닌 ‘이동권 보장’ 위해 전면개정
전부개정안이 발의된 배경에는 장애인들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있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로 장애인이 추락사한 후,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불거졌다. 이로 인해 2005년 교통약자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이동권’이라는 단어를 법에 최초로 명시하여 교통약자의 이동할 권리를 국가가 인정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으나, 권리 보장은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 국가는 그 스스로 수립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조차 예산을 이유로 지키지 않았고, 교통약자의 이동에 대한 책임도 지자체로 미뤘다. 법에 명시된 이동편의시설, 서비스에 대한 내용도 제한적이다.
결국 교통약자법 개정을 요구하며 2021년 12월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도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22대 국회에 발의된 전부개정안은 “이동권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권 그 자체이자 사회권 보장을 위한 전제임에도 불구하고 법명에는 ‘편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권리로서의 이동권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법 명칭을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이동할 권리가 보장받기 위해선 교통의 연속성이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장애인 이동권 논의는 지하철, 시내버스에만 한정되어 왔으며, 현행법에도 교통약자의 철도, 도시철도, 항공, 해운 이용을 위한 별도의 조항은 없다. 따라서 전부개정안은 이용‧접근 보장 대상을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버스·택시·해운·항공·철도 등 모든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도로 등으로 확대한다. 대표적으로 교통약자가 항공, 해운 등을 이용할 때 추가 비용이 필요할 경우, 국토교통부에서 예산을 마련하여 지원할 수 있게끔 명시했다.
장애인 이동권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광역이동 교통수단의 이용·접근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특별교통수단’으로 불리는 장애인콜택시에 관한 내용은 ‘교통약자 이동지원차량’이라는 명칭으로 종류와 운행 방법을 세분화했다. 나아가 시각장애, 발달장애 등 다양한 장애유형을 포괄한 이동편의시설 및 서비스의 기준을 확립하고, 전달체계 마련을 법에 명시했다.
- 장애계 “교통약자법 전면개정안, 1년 이내 통과 촉구”
30일 오후 1시 40분, 서미화 의원실은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전장연,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와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미화 의원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모든 영역을 포함하는 국가 수준의 접근성 전략을 마련하고자 교통약자법의 전부개정을 추진한다”면서 “모든 장애인이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법안에 대한 논의 과정을 통해 정치가 나서서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시위를 멈추고, 사회적 갈등을 넘어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모경종 의원 또한 “전부개정안의 본질적인 취지는 장애인들에게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국민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게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이는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통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 권리를 외쳐온 장애인 활동가들도 참여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교통약자법은 시혜와 동정의 법이었다. 장애인 이동권은 이제까지 지자체에만 맡겨지다 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전부개정안이 1년 안에 통과되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충북지부장은 “지역에 사는 장애인은 이동하기 위해 일주일 전에 장애인콜택시를 예약해야 하고, 그마저도 안 되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은 너무 참혹하다”면서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질 수 있나”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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