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포럼 참여자, 업무 연관성 위주로 선정”
사전등록 신청 과정에서 ‘지하철 시위’ 서울장차연 탈락
포럼 참석 안내문에 기습시위 방지 위한 문구 발견돼
서울시가 서울약자동행포럼 참여자를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솎아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 후퇴에 대해 지속해서 비판하며 ‘지하철 시위’를 하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소속 활동가들이 모두 사전등록신청 과정에서 걸러진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27일, 서울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2024 서울약자동행포럼’을 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당시 “약자와의 동행이 내가 정치하는 이유”라면서 이를 시정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연사가 참여해 종일 진행된 이번 국제포럼은 개회식 때 오 시장이 직접 참여해 환영사를 하기도 했다.
- 서울시 “업무 연관성 위주로 선정”… 그런데 서울시협의회는 안 된다?
포럼에 앞서 서울시는 사전등록신청을 받았다. 사전등록을 신청할 때는 소속, 부서, 직책 등을 적어야 한다.
서울장차연에서 활동하는 민푸름, 이학인 활동가는 소속에 “개인”이라고 적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서울시협의회) 정동은 사무국장은 소속에 해당 단체명을 밝혔다. 그러나 세 명 모두 포럼 참석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지 못했다.
민푸름 활동가는 사전등록 때 소속을 “개인”으로 적어냈으나 이미 서울시가 서울장차연 활동가들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어서 선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민 활동가는 “포럼이 열리는 당일 행사장 앞에서 서울장차연 이름으로 집회를 한다는 보도자료가 나가서 서울시는 우리가 간다는 것 또한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서울시의회 앞에서 탈시설조례 폐지 반대 집회를 할 때도 서울시 관계자가 와서 ‘정말 약자동행포럼 올 거냐. 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지속해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시 담당과에서 명단을 넘겨주며 이 사람들 거르라고 하지 않았겠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시는 “참여자는 업무 연관성 위주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권명희 서울시 동행정책담당관 과장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포럼은 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현장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면서 “서울연구원, 복지재단과 같은 연구기관들, 관련 공무원, 사회복지법인, 사회복지시설 직원 등 업무와 직접 연관 있는 분들을 우선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동은 서울시협의회 사무국장은 서울시의 설명에 더더욱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전등록신청 시, ‘서울시협의회’라고 소속을 밝힌 정 사무국장은 “업무 연관성으로 우선 선정했다면 서울시협의회를 배제하면 안 됐다”면서 “서울시협의회는 장애인 정책 관련해서 서울시와 지속해서 협의해 온 단위”라고 반박했다.
서울시협의회는 서울시에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의 협의체로 장애인 자립생활, 이동권, 노동권 등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와 필요한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장애인단체다. 정 사무국장은 “최근에도 활동지원중개기관 재심사, 장애인동료상담 정책 등에 대해 서울시와 지속해서 면담을 하고 있었다”면서 “서울시 정책에 문제제기하며 바른 소리하는 단위는 거르고, 입맛에 맞는 관련자만 초대한 게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 기습시위 방지? 포럼 참석 안내문 곳곳에서 발견되는 문구들
서울시의 약자동행포럼 참석 관련한 안내문에서 혹시 모를 시위를 방지하기 위한 문구가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서울시가 사전등록절차 과정에서 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검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참석 안내 문자를 받지 못한 사전 신청자는 포럼장에 입장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신청자 확인이 필요한 경우엔 신분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포럼과 무관한 물품 반입 및 사용은 자제해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팝업창을 포럼 홈페이지에 띄웠다. 또한 관련 내용을 포럼 참여자들에게도 문자로 발송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예상보다 참여자가 너무 몰렸다”는 이유로 애초 계획과 달리 현장접수도 받지 않았다. 당일 현장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민푸름 활동가는 “서울시는 포럼의 안정적인 진행을 위한다는 이유로 참여자들을 검열했다”면서 “이번 포럼은 약자와의 동행이 아니라 약자를 이용해 보여주기식 성과를 내는 자리였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