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원식 의원 주도로 제정안 발의
정부 반대에 부딪히다 임기 만료로 폐기
장애인들 “연내에 특별법 제정하자”

제3회 장애시민 권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사람들. 사진 하민지
제3회 장애시민 권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사람들. 사진 하민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과 해고노동자들은 31일 오후 2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대합실에서 ‘제3회 장애시민 권리 페스티벌’을 열었다.

이들은 페스티벌에 앞서, 31일 오전에 별세한 김진수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이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발언, 공연 등을 선보였다.

9호선 개화역~신논현역 구간 직영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페스티벌이 열리기 전인 오후 1시 30분부터 “철도안전법 위반이니 역사 밖으로 이동하라”는 경고방송을 계속했다. 그럼에도 페스티벌은 일정대로 진행됐다.

현수막에 “공공일자리보장 특별법 제정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현수막에 “공공일자리보장 특별법 제정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지난해 법안 발의됐지만 정부 반대에 부딪히다 폐기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및 고용활성화를 위한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안’은 지난해 5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마련하고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걸 골자로 했다.

현재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지자체 재량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보다 나아가 국가와 지자체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반드시 운영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하도록 중앙법에서 못 박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정부 부처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고용노동부는 “보건복지부가 동일한 일자리를 운영하고 있다. 추진체계, 예산 등이 중복돼 비효율적”이라고 반대했다. 복지부 또한 “기존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과 유사”하다고 반대의견을 내비쳤다.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이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과 해고노동자들은 21대 국회에서 좌초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특별법 제정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박지은 씨가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박지은 씨가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중증장애인들 “우릴 위한 일자리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인 박지은 씨는 2022년, 10개월 근무 후 계약이 만료됐다. 이후 생계를 위해 아파트 환경미화 일자리에 취직했다.

박 씨는 “청소를 열심히 한 대가는 처참했다. 근무 중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가도 욕을 먹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음료를 던질 때면 인권이 침해됐단 걸 느꼈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또 “아파트 청소를 한 후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밖에 없단 걸 깨닫게 됐다”며 “(복지부가 시행하는) 복지일자리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 근무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해고된 장효창 씨는 탈시설 장애인이다. 장애인거주시설에 살 땐 학대로 치아가 거의 다 빠지는 일을 겪어야 했다.

장 씨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좋다. 해고된 뒤 무료하다. 다시 일하고 싶다. 어서 특별법이 제정돼서 동료들과 강제로 헤어지는 일이 없으면 한다. 우리 일자리를 함부로 없애지 말라”고 역설했다.

김이수 씨도 해고노동자다. 김 씨 또한 탈시설 후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 2년간 일했다. 김 씨는 “문화예술 직무를 수행하며 그림도 보고, 영화도 보고, 춤도 췄다. 동료들과 친하게 지냈다. 재미있었다. 그렇게 노동하며 돈을 벌었다. 옷을 사 입고, 점퍼도 사고, 맛있는 것도 사 먹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씨는 또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직장을 잃게 됐다. 그때 만났던 동료들을 지금은 만나지 못한다. 우리를 해고하지 못하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특별)법이 빨리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자들과 해고노동자들은 오후 4시경, “올해 안에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외치며 페스티벌을 마무리했다.

국회의사당역 대합실에 있는 장애인권리 7대 입법 농성장은 31일로 농성 1235일 차를 맞았다. 사진 하민지
국회의사당역 대합실에 있는 장애인권리 7대 입법 농성장은 31일로 농성 1235일 차를 맞았다. 사진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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