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시설폐쇄’ 결정된 송천한마음의집
법원, 거주자 부모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장애계 “시설폐쇄, 탈시설과 자립 지원할 수 있는 전환점 돼야”
탈시설 당사자들 “함께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자”
“보이지도 않았고 볼 수도 없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대들입니다. 그대가 원한 것도 아니고 제가 원한 것도 아닌데 우리는 친구도, 동료도, 또 다른 가족도 될 수 없었고 이웃조차 될 수 없었습니다. 그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얼 하며 살고 싶은지, 그대의 꿈은 무엇인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던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아니, 심지어는 그대들이 방치되고 폭력 앞에 무방비 상태로 있을 때조차 대부분의 우리는 알지 못했고 침묵했습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 어딘가에 가둬지거나 방치되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의 존엄이 파괴되는 것을 방관하고 침묵하면서 얻어지는 대다수의 평화로움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며 나의 자유가, 우리의 자유가 누군가의 억압이나 희생으로 얻어질 때 그것은 진정한 자유로움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일상에서 볼 수 없었다고 알아차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그래서 이제 죄송 따윈 하지 않으려고요. 그대들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으로 오셔서 나의 이웃이 되고 나의 친구가 되고 나의 동료가 되는 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영등포시민연대 피플)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운동단체와 탈시설 장애인들은 지난 20일 오후 4시, ‘송천한마음의집 강제전원 거주장애인 47명에게 보내는 편지쓰기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47통의 편지가 전시된 영등포구청 앞에서 탈시설 장애인들은 직접 쓴 편지를 낭독하고, 영등포구청과 서울시청에 편지와 요구안을 전달했다.
- ‘시설폐쇄’ 결정된 송천한마음의집… 법원, 부모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송천한마음의집은 서울시 영등포구 관할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이다. 송천한마음의집은 지난해(2023년)에만 26건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영등포구는 해당 시설에 예산 편성, 운영비 지출 등 돈 문제뿐 아니라 성폭력, 불법촬영 등과 같은 심각한 범죄가 있었음에도 26건 중 25건을 ‘개선명령’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시설에 대한 행정처분은 개선명령, 시설장 교체, 시설폐쇄 등으로 이뤄진다. 시설폐쇄는 가장 무거운 수위의 행정처분이다.
올해(2024년) 11월, 영등포구청은 뒤늦게 송천한마음의집에 대한 시설폐쇄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거주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지원이 전무했고, 당사자 동의 없이 타시설로 강제 전원이 진행됐다. 특히 일부 거주 장애인들은 자립을 희망하고 있음에도, 그 의사가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시설 내 체험홈이나 타시설로 전원되고 있다.
지난 11월 25일, 송천한마음의집 거주장애인의 부모들이 영등포구청의 시설폐쇄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시설폐쇄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집행정지’란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하여 그 처분 등의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을 ‘잠정적으로 정지’하도록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행정법원은 12월 20일, 부모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시설폐쇄처분의 효력은 ‘잠정적으로 정지’되었으며, 현재로서는 시설폐쇄처분이 없었던 상태와 동일한 상황이 된 것이다. 향후 시설폐쇄 여부는 시설폐쇄처분 취소소송의 결과에 따라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민푸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24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시설을 유지시키기 위해 시설폐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송천한마음의집이 처음이 아니다. 장애인거주시설협회와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장애인 당사자의 권익을 해치기 때문에 시설폐쇄는 부당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조직적으로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 활동가는 “시설폐쇄는 장애인 당사자의 탈시설과 자립을 지원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어야지, 장애인 당사자를 시설에 평생 가두기 위해 시설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취소소송에 대한 대응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탈시설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단순히 시설을 폐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시설로 전원된 분들까지 모두 탈시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거주 당사자 의사 반영 없이 다른 시설로 ‘뺑뺑이’시켜”
편지쓰기 공동행동에서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영등포구는 8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에 걸쳐서 거주인 47명을 지금까지 유례없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다른 시설로 전원시켜 버렸다. 전문가가 가서 어떤 시설이 적합한 시설인지 리스트를 주고 ‘그 시설에 가면 추가 인력을 줄 거다’, ‘돌봄 인력을 더 줄 거다’라고 말하면서 설득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당사자를 다른 시설로 ‘뺑뺑이’ 시켜버렸다”고 밝혔다.
이 활동가는 “서울시는 서울시가 관리·감독하면서 잘 가보지도 않는 시설, 가려면 하루가 걸리는 시설, 그리고 100명이 넘는 수용인이 있어 코로나 때도 많은 위험이 있었던 시설, 인권침해가 발생했던 시설 등으로 거주자들을 전원시켜 버렸다. 당사자의 의사나 필요는 무시하고 보호자의 선호도를 반영해서 결정했다. 또 부모가 없는 무연고자는 더 멀고 더 열악한 시설로 더 빠르게 보냈다”고 규탄했다.
이 활동가는 “영등포구 외 지역으로 전원된 거주인, 강원도나 경기도 등 먼 곳으로 전원된 거주인에 대해서도 개인별 전원 계획이 아니라 개인별 자립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자립지원연계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영등포구가 관할하는 어떤 시설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경우 송천한마음의 집처럼 빠르게 거주인들을 전원시키지 않도록 탈시설지원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탈시설 당사자 “네 모습을 꼭 사회에서 보고 싶다. 그때까지 열심히 투쟁할게”
이정하 활동가의 경과보고가 끝난 후, 탈시설 당사자들이 송천한마음의집 거주장애인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낭독했다.
“건웅(가명)아, 네가 다른 시설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파서 편지를 쓴다. 너는 여행도 좋아하고 영화나 뮤지컬 보는 것도 좋아하지. 자립해서 문화활동을 할 때면 특히나 네 생각이 많이 난다. 시설에서는 매일 지겹도록 똑같은 곳만 간다고 화를 내던 네가 아직도 많이 기억이 남아.”
“네가 자립을 한다면 내가 자립 선배로서 너를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이야기해 주고 낯설지 않게 잘 도와주고 싶다. 항상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고맙다고 하던 네가 아직도 생각이 많이 나. 이제는 내가 도와줄게. 시설에서 사회로 나오렴. 사회로 나오면 이번에는 내가 더 반갑게 너를 맞이해줄게. 그리고 파티도 열어줄게. 네 모습을 꼭 사회에서 보고 싶다. 그때까지 열심히 투쟁할게. 꼭 바깥에서 보자.” (도세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회원, 송천한마음의집 거주 당사자)
“안녕하세요. 저는 탈시설 당사자입니다. 성남의 장애인거주시설에 살다가 시설이 폐쇄된다고 할 때 막막했습니다. 두렵고 불안했습니다. 다른 시설에는 가기 싫은데, 한방에 살던 아는 동생들과 헤어지기 싫은데 다른 시설에 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탈시설하여 자립하기로 마음을 먹고 힘들고 어려웠지만 지금은 자립하여 잘 살고 있습니다.”
“송천한마음의집에 계신 분들도 마음은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송천한마음의집을 폐쇄하여 장애인분들을 다른 시설로 전원시킨다는 소식을 접하고 탈시설하신 많은 분들이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역에 나와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설로 가든지 잊지 않고 꼭 다시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활동을 하겠습니다. 여러분들, 포기하지 말고 꼭 기다려 주세요. 우리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활동하겠습니다.” (이수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대표)
이날 참여자들은 공동행동을 마친 후, △ 관리·감독 책임자 징계 및 처벌 △ 개인별 긴급 탈시설지원계획 수립 및 사후관리 △ 영등포구 긴급상황을 고려한 탈시설지원조례 제정 △ 인권침해 장애인거주시설 가족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김경혜 영등포구청 장애인정책팀 주무관과 기재일 서울시청 장애인거주시설팀장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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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가 뭔데 우리애들을 해방식켜준데는거야? 니네끼리 그냥해~
충고할께
불쌍한 애들 이용해서 살 생각하지마
나는 주키 전까지 내 새끼 지킬거야.
참고로 내 새끼는 편지를 못 읽어.
다시는 편지 쓰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