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26건이나 행정처분 받아
영등포구, 대부분 가벼운 ‘개선명령’에 그쳐
성폭력 등 중범죄도 ‘개선명령’
서울시 “시설폐쇄 진행하며 거주장애인 개별 면담 예정”
그러나 오세훈이 만든 4단계 거쳐야 탈시설 가능
탈시설 장애인들 “모든 거주장애인에게 탈시설 지원하라”
성폭행, 불법 촬영 등 심각한 범죄가 일어났는데도 아직 운영 중인 시설이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송천한마음의집’이다. 사회복지법인은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설립 인가를 받은 ‘송천한마음부모회’다.
비마이너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송천한마음의집에는 지난해에만 26건의 행정처분이 있었다. 영등포구는 성폭력을 포함해 25건을 ‘개선명령’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하는 데 그쳤다.
이에 탈시설 장애인들이 서울시를 규탄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운동단체와 탈시설 장애인들은 27일 오후 1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천한마음의집 폐쇄 △송천한마음의집 거주장애인의 탈시설 지원 등을 요구했다.
- 성폭력 있었는데도 가장 낮은 수위의 ‘개선명령’
송천한마음의집은 2004년 12월 10일 개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24년 장애인복지시설 일람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으로 정원 60명 중 49명이 수용돼 있다. 이 중 발달잘애인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자료: 2024년 장애인복지시설 일람표(2023.12월말 기준))
송천한마음의집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은 복지부로부터 3년에 한 번 평가를 받는다. 가장 최근 평가 결과는 2022년에 발표됐다. 2019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를 평가 기간으로 한다. (관련 자료: 2022년도 사회복지시설 평가 결과)
송천한마음의집은 해당 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6개 평가영역 중 ‘재정 및 조직운영’, ‘이용자의 권리’, ‘지역사회 관계’ 등 3개 영역에서 최하위인 F등급을 받았다. 다른 영역도 낮은 등급을 받아 최종 평균등급 또한 F다. 복지부는 송천한마음의집이 평가 기간에 행정처분을 받아 감점을 받았다고 표기했다.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송천한마음의집은 지난해에 26건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예산 편성, 운영비 지출 등 돈 문제뿐 아니라 공사 후 하자 검사를 하지 않고 거주장애인을 위한 교육도 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선 개선명령이라는 가장 낮은 수위의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더 큰 문제는 성폭력 등 심각한 범죄가 있었는데도 이조차 개선명령에 그쳤다는 것이다. 통상 행정처분은 개선명령, 시설장 교체, 시설폐쇄 등으로 이뤄진다. 시설폐쇄는 가장 무거운 수위의 행정처분이다.
ㄱ 서비스지원팀장은 성폭행 사건을 인지했지만 책임을 회피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송천한마음의집은 내규에 따라 ㄱ 팀장을 징계해야 하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종사자 ㄴ 씨는 거주장애인 ㄷ 씨의 인권을 침해했는데 송천한마음의집에서 가해자 ㄴ 씨와 피해자 ㄷ 씨를 분리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가해자 ㄴ 씨는 피해자 ㄷ 씨가 머무는 생활실에 배치됐다. ㄷ 씨는 가해자 ㄴ 씨의 지원을 받으며 생활해야 했다.
또한 종사자 ㄹ 씨가 시설 내에서 일어난 성행위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한 일이 있었다. 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그러나 이 또한 개선명령에 그쳤다.
거주장애인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와 방임 등이 연이어 발생하자 그제야 시설장 교체 처분이 내려졌다. 행정처분 26건 중 단 1건만 중간 수위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위법행위의 당사자인 시설장 ㅁ 씨는 행정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퇴사해서 사실상 아무 징계도 받지 않고 홀로 시설을 빠져나갔다.
송천한마음의집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받지 않았다.
- 인권침해 한 번만 있어도 시설폐쇄 처분해야
장애계는 계속해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외쳐왔다. 시설에서 단 한 건의 인권침해 사건만 발생해도 바로 가장 강력한 수위의 행정처분인 시설폐쇄를 명령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가장 낮은 수위의 개선명령만 내려지고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선명령은 239건이나 되지만 시설장 교체는 26건, 시설폐쇄는 24건(중복처분 포함)에 그쳤다. (관련 자료: 26회 행정처분에도 시설폐쇄는 없었다,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 온상)
또한 학대, 폭행, 방임, 갈취 등 심각한 인권침해 관련 행정처분 115건 중 개선명령에만 그친 경우는 88건으로 약 76.5%나 차지한다. 현행법에서 심각한 범죄로 분류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 중이란 뜻이다. 115건 중 시설폐쇄 처분은 단 2건에 그쳤다.
서울시는 영등포구가 이미 송천한마음의집에 시설폐쇄를 사전통지했다고 전했다. 기재일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팀장은 2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송천한마음의집에서 중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영등포구는 지도점검 후, 서울시에 송천한마음의집을 폐쇄하겠다고 공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 거주장애인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여기겠다는 서울시… 가능할까?
실제로 송천한마음의집이 폐쇄된다면 이제 거주장애인의 탈시설 및 자립지원이 중요하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6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를 폐지했다. 서울시가 해당 조례 없이 송천한마음의집 거주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기 팀장은 거주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여길 것이라 말했다. 그는 “장애인 당사자와 그의 보호자 모두를 개별 면담할 계획이다. 당사자가 전원을 원하면 타 시설로 옮겨 드리고, 자립을 원하면 자립지원을 할 것이다. 서울시는 송천한마음의집 폐쇄에 반대하는 보호자들을 설득 중이며,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의 의견이 갈리더라도 당사자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청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 팀장에 따르면 송천한마음의집 거주장애인의 보호자들은 시설폐쇄에 강력 반대 중이라고 한다. 지난 23일에는 영등포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기 팀장이 언급한 개별 면담이 매우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2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자립에 대한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지가 걱정이다. 거주장애인 당사자 옆에 자립을 반대하는 보호자가 있고, 조사받는 것 같은 분위기에선 당사자가 자립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 활동가는 “우선 시설 환경이 아닌 곳에서 면담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의사소통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사람, 이를테면 동료상담가 등 조력자가 있으면 더 좋다. 이처럼 당사자가 충분한 지원을 받으면서 면담이 진행돼야 하고 면담내용이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립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에 대한 세부지침이나 기준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서울시는 단순한 의사확인을 넘어서 자립지원을 독려할 의무가 있다. 이 활동가는 “당사자가 자립해도 잘 살 수 있다는 그림을 당사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보여줘야 한다. 지원주택도 말로만 설명하지 말고 직접 가 보게 하는 등 현장지원을 해야 한다. 서울시가 의지를 가지고, 당사자 자립에 반대하는 보호자를 끝까지 설득해 자립지원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시 정책대론 탈시설보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게 쉽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2월 발표한 ‘장애인 자립절차 개선안’ 내용을 보면 송천한마음의집 거주장애인에게 제대로 된 개별 면담과 자립지원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해당 개선안에 따르면 시설거주장애인이 탈시설을 희망하는 경우 4단계를 거쳐야 탈시설이 가능하다. (관련 자료: 서울시, `장애인 자립절차` 개선해 시설 퇴소 전·후 촘촘하게 지원한다)
첫 번째는 ‘자립역량 조사’다. 그런데 역량을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라 의료진이 판단하게 돼 있다. 의사가 1단계를 통과시키면 2단계에선 ‘자립지원위원회’가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로 구성된 자립지원위원회의 허가를 받으면 3단계로 넘어가 5년간 ‘자립체험’을 한다.
마지막 4단계는 ‘자립역량 재심사’다. 심사를 거쳐 자립하기에 부적격하다고 판단되면 장애인은 시설에 재입소해야 한다. 해당 심사는 1년 단위로 계속되는데, 서울시가 별다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탈시설 장애인은 사실상 사망 전까지 매년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시설에 15년간 거주하고 탈시설한 조상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이 탈시설하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게 더 쉽겠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을 내가 정하겠다는데 의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무슨 자격으로 장애인들을 심사한다는 건가?”라며 “권리가 어떤 건지도 잊어버리고 무기력하게 하루하루 사는 장애인들이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탈시설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을지 눈앞이 캄캄하다”며 송천한마음의집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
조 활동가와 마찬가지로 15년간 시설에 거주했던 이수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는 솜방망이 처분이 더 큰 인권침해를 키웠다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정부와 지자체는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에게 상담치료 등 제대로 된 조처를 했나? 거주장애인들의 삶이 시설 내에 있는데 솜방망이 행정처분만 내리고 지나가면 그만인가? 가벼운 처분과 반복되는 폭력 속에서 매일 인권침해를 당해야 했던 장애인들을 생각할 때마다 분노가 일어난다”고 비판했다.
탈시설 장애인들은 기자회견을 끝낸 후 서울시청 민원실로 가서 장애인복지과를 향한 면담요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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