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서울 대학로에서 2박 3일간 개최
서울시, 공모 방식 변경 통해 영화제 사업 삭제
2년 연속 시민들의 연대와 후원으로 진행돼
영화제 “억압의 현실 드러내는 ‘기록 투쟁’ 담아”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아래 영화제)가 23일부터 3일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5층 이음홀에서 열린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한 영화제는 장애인을 수동적으로 보여주던 기존 미디어의 문제를 꼬집고, 주체적인 장애인의 삶과 현실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영화제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서울시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가 공모 방식을 변경해 ‘장애인인권영화제’라는 사업명을 삭제하며 영화제 사업을 사실상 폐지시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연대와 후원으로 막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기록으로 저항하라”이다. 영화제는 “억압의 현실을 마주하게 하고, 보이지 않았던 존재를 인식하게 하며, 경험하지 못했던 삶을 살아보게 하는 영화제의 기록 투쟁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사전 공모로 선정된 작품 8편과 3편의 기획작, 3편의 초청작, 2편의 연대작으로 총 16작품이 다양한 행사와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부대행사로 정상성과 비정상성, 전통적인 미학과 아름다움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 ‘소영의 노력’ 주인공 소영의 현대무용 공연이 23일 오후 3시에 열린다. 24일 오후 6시에는 기록하고 연결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록으로 저항하라: 기록이 연대가 되기까지’가, 25일 오후 2시에는 영화제의 배리어프리 제작기를 나누는 ‘제작노트: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하기’가 진행된다.
개막식은 23일 오후 6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추병진 감독의 ‘시설 밖, 나로 살기’(2024, 37분)이다. 지난 4월 18일부터 15일간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탈시설권리를 외치며 고공농성한 발달장애인 당사자 박초현이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 자립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탈시설은 당연한 권리임을 몸소 보여주는 박초현의 투쟁기를 볼 수 있다.
폐막작은 민아영 감독의 ‘희망의 기록 2: 나를 찾는 시간’(2025, 41분)으로, 20회 영화제에서 박종필감독상을 수상했던 ‘희망의 기록’의 2편이다. 대구시립희망원 탈시설장애인 당사자 9명의 이야기를 담았던 1편에 이어 당사자 9명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희망의 기록 2’는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파악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집단으로 삶을 획일화시키는 시설의 삶을 고발하며, ‘나 자신’을 찾아가는 탈시설당사자와 지역사회가 같이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폐막작과 함께 진행되는 영화제 폐막식은 25일 오후 5시,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에서 진행된다.
모든 상영작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올해 영화제는 2024년 영화제에서 제작한 ‘영화 배리어프리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기존 한국어 자막, 수어 통역과 더불어 수어 통번역과 자막 해설을 새롭게 시도했다. 또한 해외작품을 제외한 모든 국내 작품에는 음성 해설이 제공된다.
상영이 진행되는 모든 장소는 휠체어 이용인이 접근 가능하다. ‘알기 쉬운 부스’를 운영해 알기 쉬운 영화 예고편과 안내서, 점자 리플렛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