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간 이어진 중증장애인 단식투쟁
설사, 탈진… 응급실 이송되기도
각 장관 후보자 찾아가 “우리와 면담하라”
‘검토’ 약속받고 단식투쟁은 종료
‘이제는 장애등급제 폐지 공동투쟁단(아래 공투단)’이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부터 장애계 요구안에 대한 ‘검토’ 약속을 받고 단식투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공투단은 지난 4일 오전 10시, 서울시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단식투쟁은 종료하지만 각 장관 후보자가 요구안을 반영할 때까지 공단 농성과 매일 오후 2시 지하철 선전전은 지속한다고 전했다.
중증장애인 29명은 지난 1일,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외치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TFT(전담팀)를 꾸리고 서비스 종합조사와 활동지원서비스 제도 개선에 나설 때까지 단식할 예정이었다.
단식은 쉽지 않았다. 이틀 차인 2일,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탈진해 응급실로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또한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가 농성장이 있는 로비의 에어컨을 끈 탓에 단식자는 된더위 속에서 공복을 견뎌야 했다. 단식 2~3일 차인 주말 동안 설사를 하는 등 건강이 악화된 이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투단은 단식투쟁을 하면서 각 장관 후보자를 만나기 위해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등을 찾아갔다. 그 결과 2일에는 구윤철 기재부 장관 후보자와 김영훈 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관계자, 3일에는 정은경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만날 수 있었다.
세 후보자 모두 장애계의 요구안을 받아 들고 ‘검토해 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정 후보자의 경우 3일 오후 7시경 단식자들과 만나 “요구안을 면밀히 검토하겠으니 단식투쟁을 종료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에 3박 4일간의 단식투쟁을 마무리 짓게 됐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 후보자는 면담에 대한 명확한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우리와) 소통하겠다고 했다. 또한 29명 단식자의 건강을 걱정하며 단식을 중단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이 요구에 따라 단식농성을 종료한다”고 말했다.
이형숙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도 “우리가 얼마나 절박한지 알려주고 싶어서 단식투쟁을 한 것”이라며 “오늘(4일)로 단식은 중단하지만 (각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요구안을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단식뿐만이 아니라 어떤 투쟁이라도 가열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아 충주사나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각 장관 후보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에 단식투쟁을 또 하게 될 수도 있다. 중증장애인 단식투쟁은 비장애인보다 몇 배는 힘들다. 장관 후보자들은 약속을 지켜서 우리가 병원에 실려 가지 않고 생명을 잃지 않게 하라”고 말했다.
‘검토하겠다’는 약속은 사실상 크게 효용이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29명이 해당 약속에 의미를 두고 단식투쟁을 종료한 건 각 정부 부처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16일에 열린다. 구윤철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17일에, 정은경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18일에 청문회에 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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