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와 차별, 학대와 혐오가 만연한 세상 속
매 순간 ‘투쟁’이었던 삶의 여정, 시로 승화
“나의 후배들이 더는 투쟁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그의 언어들은 견딜 수 없어 터져 나오는 생의 분출이다.” (윤지영 시인, 동의대 교수)
“‘통증일기’를 통해 박정숙의 삶을 만난다. 박정숙을 만나 함께 사는 삶을 배운다. 공허한 광야에서 노란들판의 꿈을 그와 함께 꾼다.” (박경석 김포장애인야학 교장)
“웃길 때 크게 웃듯이 슬플 때도 그저 힘껏 울면 된다고, 슬픔도 외로움도 정직하게 직면하면 더 깊은 삶을 살뜰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가만히 읊조리는 언니의 노래를 들으면, 내일은 기운 내서 ‘쓰디쓴 입을 위해 달콤한 치약을 사러’ 갈 마음이 드는 것이다.” (홍은전 작가, 기록활동가)
“배제와 차별, 학대와 혐오가 만연한 세상에 살아남은 생존자, 나는 60대 장애 여성”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박정숙 시인. 중증장애인으로서 존재를 드러내고 투쟁하는 삶을 선택해 온 자신의 여정을 시로 빚어낸 박정숙의 첫 시집 ‘통증일기’가 출간됐다.
소아마비로 하반신 장애가 있는 박정숙 시인은 ‘저 몸으로 학교는 다녀서 뭐 하겠느냐’는 집안 어른들의 결정으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집안에서 갇혀 지냈다. 17세가 되던 해, 같이 죽자던 아버지를 피해 목발을 짚고 홀로 산을 넘어 서울로 왔다.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생존을 위해 부단히 애쓰며 20여 년간 봉제 노동자로 살았다. 장애를 들먹이며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차별과 모욕을 일삼는 사업자들과 싸우고 쫓겨나는 일도 수시로 겪었다. 2013년에 ‘노들장애인야학’을 알게 되어 초·중·고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장애인권리 실현 단체인 ‘노란들판’에서 10여 년간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박정숙 시인의 이러한 삶의 궤적을 알면, 그가 시에서 밝힌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예순이 넘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라는 무수한 요구를 거부하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내기 위해, 존재 자체로 살아남기 위해 매일 투쟁하듯 시를 써왔다. 그렇게 써 내려간 시들을 모으고 또 가려, ‘통증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나의 후배들이 더는 투쟁하지 않고 각자 주어진 삶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오늘을 살고 있다”는 박정숙 시인. 그는 그의 삶 자체를 통해, 또 시를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 것을 강요 받는 이들에게 마음을 건넨다.
오는 17일 오후 7시, 노들장애인야학 4층 강당에서는 박정숙 시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북토크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