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지침 어기고 환자 팔 꺾어 제압
병원 “격리·강박 사전에 고지했다”
인권위 “물리력 과도하게 행사”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입원환자를 강박한 정신병원에 ‘인권침해’ 판단을 내렸다. 입원환자는 휴대전화 수거에 항의했을 뿐 별다른 폭력적 언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강박 당했다. 병원은 ‘병동에서 격리·강박 될 수 있다’라고 사전에 고지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에 인권위 장애차별조사2과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지했어도 구체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격리·강박을 실시하면 인권침해”라며 직무교육 등을 이수하라고 병원에 권고했다.
ㄱ 정신병원 8병동에 입원한 ㄴ 씨는 입원 중 휴대전화를 들고 격리실에 입실했다. 병원 직원들이 휴대전화 수거를 지시하자 ㄴ 씨는 퇴원을 요구하는 등 항의했다. 그러자 보호사 2명이 ㄴ 씨의 허벅지와 옆구리를 자신의 무릎으로 눌러 제압하고, ㄴ 씨의 두 팔을 X자 모양으로 겹쳐 꺾어 누르는 방식으로 약 80초간 ㄴ 씨를 강박했다.
간호사는 ‘격리·강박 시행 일지’에 ‘본인 퇴원한다며 핸드폰 수거하면 노트북 가져오라고 소리치며 벽치고 욕하는 모습임”이라 기록했다. 그러나 인권위 확인 결과, CCTV에는 ㄴ 씨가 벽을 치는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해당 간호사 또한 ㄴ 씨가 ‘강박 중에 벽을 친 적이 없다’라고 인권위에 진술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ㄴ 씨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보호사 등에게 위해를 가한 것이 없다”라며 “당시 (ㄴ 씨를) 제지하는 다른 수단이나 방법을 고려할 수 없을 정도로 ㄴ 씨의 저항이 극심했다거나, ㄴ 씨를 진정시켜야 할 의료적 긴급성이 있었던 게 아니므로 신체 제약이 불가피했다고 보기 어렵다. 침해의 정도가 과도하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ㄱ 정신병원은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침에 따르면 격리·강박이 시행되는 구체적 상황은 △자살 또는 자해의 위험이 큼 △폭력성이 높아 다른 사람을 해할 위험이 큼 △정신적 및 신체적으로 환자 자신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할 위험이 큼 △기물 파손 등 병동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큼 등이다.
ㄴ 씨의 경우 복지부 지침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었다. 인권위는 “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불편감과 고통을 유발하지 않게 격리·강박을 시행하도록 규정한 복지부 지침에도 위배된다”라며 보호사들이 ㄴ 씨에게 “물리력을 과도하게 행사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ㄱ 정신병원에 △전 직원 대상으로 격리·강박 시행 요건과 절차 등 직무교육 실시 △복지부 지침에 부합하는 ‘격리·강박 기록지’ 사용 등을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