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W진병원에 입원한 30대 여성 사망
치료 과정에서 격리·강박 등 당사자 학대 정황 포착
유가족 “정신장애인 결박 없어져야… 끝까지 싸울 것”
“정신병원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격리를 즉각 금지하라”
지난 5월 27일,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양재웅 병원장이 운영하는 부천 W진병원에 입원한 30대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양 병원장은 유명 정신의학과 의사로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얼굴을 알려왔다. 9일 오전 11시 30분,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아래 한정연)는 29개의 정신장애단체와 함께 W진병원 격리·강박 사망사건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5월 10일, 30대 여성이 다이어트 약 중독 치료를 위해 부천 W진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17일 만인 5월 27일, 여성은 복통을 호소했다. 배가 심하게 부푼 여성에게 병원 측은 진정제를 먹이고 손과 발, 가슴을 침대에 묶는 등 강박 조처를 했다. 이후 뒤늦게 응급조치를 했으나 여성은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가성 장 폐색이었다.
한정연에 따르면, 최근 W진병원을 1차 조사한 부천시 보건소는 ‘병원 측 과실은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고 한다. 사회를 맡은 강경원 한정연 사무총장은 “더 억울한 것은 관리·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보건소장이 여름휴가를 갔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말이 아니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입원부터 사망까지 침대에 묶인 채로 결박당한 딸… “개인의 문제 아냐”
이날 결의대회에는 당사자의 어머니를 비롯한 유가족이 참석했다. 사망자의 어머니는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왔다. 딸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과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 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방송에 나오는 유명 의사가 있다는 이곳에서 딸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병원에서 일어난 일들은 우리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며 “건강했던 딸이 2주 만에 죽음으로 돌아왔다.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입원을 할 때부터 1인 실 침대에 묶여 있었으며, 죽을 때까지 묶인 채로 의료진들이 약을 먹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울먹이며 전했다.
이어 어머니는 “사망 당일 딸이 너무 아프다고 119를 불러달라고 이야기했는데 의료진은 이를 무시했으며 딸이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는 ‘또 시작이네’라고 했다고 한다. 이곳은 ‘병원’이 아니라 ‘지옥’ 그 자체였다. 그런데도 병원장은 유족에게 사죄를 하는 대신 변호인단을 전관예우 변호인으로 바꾸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노했다.
어머니는 “이 비극적인 사건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신장애인의 인권이 보호되는 치료 시스템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결박은 없어져야 한다. 우리 딸을 포함해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신병원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격리를 즉각 금지하라”
반희성 한정연 투쟁조직위원회 위원장은 “10여 년 전, 조현병이 초발했을 때 격리·강박을 두 번이나 당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수많은 당사자들이 정신병원에 의해 자유가 속박되고 학대·고문을 당하고 있으며,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고 이야기했다.
반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격리·강박이 환자의 ‘치료’ 목적보다는 ‘처벌’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의료진이 보기에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힘없고 죄 없는 환자에게 격리·강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나 자신을 ‘생존자’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 힘든 격리·강박과 강제 입원을 경험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도 계속 생기는 수 많은 희생자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종욱 사단법인 늘봄 사무국장은 “우리는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목적을 갖고 이 자리에 나왔다. 그냥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다.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참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신병원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격리를 즉각 금지하라. 정신병원을 전수조사하여 인권 침해가 있는 병원들을 모두 폐쇄하라. 강제입원 등 국제인권에 맞지 않는 모든 제도를 즉시 개선하라”고 외쳤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그동안 8번의 강제 입원을 겪었는데 그 속엔 공통점이 있다. 격리실에 끌려가 강박이 되고 엄청난 약물을 강압적으로 투여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은 구속하고 처벌하면서 왜 정신장애인을 학대하고 사망케 하는 행태는 처벌을 안 하는가”라고 분노했다.
이 대표는 “‘격리·강박을 당하지 않으려면 죽는 것밖에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시작한 것이 인권운동이었다”며 “더 이상 정신병원의 환경을 방치하지 말고 환자를 사망케 한 의료인들과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W진병원에서 부천시 보건소까지 행진 후, 보건소 앞에서 결의대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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