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 교통약자 늘었지만 편의시설 미진
교통약자법에 이동편의시설 명시됐지만 안 지켜
제재 수단 없는 법 유명무실, 해법은?
전국의 교통수단이나 여객시설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에 따라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을 보장해야 함에도 여전히 낙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는 ‘2024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는 교통약자법에 따라 국토부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매년 시행하는 법정 조사로, 교통약자의 이동 실태와 이동편의시설의 설치 및 관리 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다.
교통약자법 제9조에 따르면 버스, (도시)철도, 항공기, 선박, 궤도차량은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방송, 전자문자안내판 등의 안내시설을 비롯해 휠체어 접근을 위한 승강 설비, 출입구 통로 등을 갖추어야 한다.
교통약자 접근 못 하고, 기준도 못 맞춘 교통수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통약자는 1613만 명으로, 2023년과 비교해 26만 명이 증가했다.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교통수단의 이동편의시설 기준 적합 설치율이 87.1%를 달성했다고 발표하며, 2022년 조사 대비 7.4% 상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가 발표한 수치는 이동편의시설을 이미 설치한 교통수단들이 얼마나 기준에 맞춰 편의시설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실제 이동편의시설이 설치된 교통수단의 비율은 아닌 셈이다.
예를 들어 국토부는 버스 차량의 이동편의시설 기준 적합 설치율을 9개 도 평균 89.5%로 밝히고 있으나, 9개 도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36.4%에 불과하다. 종합하면 저상버스 36.4%에 대한 편의시설 기준 적합률이 89.5%인 것이고, 사실상 버스 10대 중 6대에는 휠체어가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한편 이를 감안하더라도 항공기의 기준 적합 설치율은 74%, 여객선은 75.2%, 케이블카 등 궤도 및 삭도 차량은 39.8%에 불과했다. 교통약자가 접근할 수 있게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경우에도 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현실이다.
버스정류장 절반 이상이 교통약자 이용 어렵다
또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객시설 중 버스정류장의 기준 적합 설치율은 38.5%로, 절반 이상의 정류장에서 교통약자는 불편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버스정류장의 기준 적합 설치율은 경상남도가 30.2%로 가장 낮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66.7%로 가장 높았다. 버스정류장에 교통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은, 교통약자가 탑승할 수 있는 버스가 있어도 정류장에 버스 탑승 공간이 부족하거나 노선 식별이 불가해 사실상 교통약자의 이용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한편 휠체어 탑승 공간 등을 100% 갖추고 있는 도시철도 여객시설(역사)의 경우 승강기 등의 기준 적합 설치율은 91.9%로, 10곳 중 약 1곳의 역사는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어려운 상태로 나타났다. 철도 역사 기준 적합율 역시 86.5%에 불과했다.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만 국가, 사업자가 안 지키는 이유는?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로, 이에 대한 제재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최태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강제력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라며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면 행정이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구제 절차를 밟을 수도 있는데, 의무를 부작위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복지국가적인 예산이나 제도,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외고속버스의 휠체어 접근권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한상원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역시 “국가나 지자체가 해야 할 게 있는데 (미이행 시) 실제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민간 교통사업자들에 대해서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확정된 목표 없이 점검만 부차적으로 할 뿐인데 (정부가)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22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심의 당시 대한민국 정부에 “협약에 명시된 모든 영역을 포함하는 국가 접근성 전략을 채택하고, 불이행에 대한 제재 시스템 확립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접근성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강화할 것”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