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에 위치한 대규모 공공토지인 용산정비창 부지
다국적 기업 등 민간에 매각 강행하는 오세훈 시장
시민들, 기공식 현장에서 오 시장에 항의 행동 나서
“민간개발 아닌 공공성 강화한 공공임대주택 조성해야”

서울 지역 주거·빈곤·노동·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서울시 등이 주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기공식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서울 지역 주거·빈곤·노동·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서울시 등이 주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기공식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서울시·SH공사·코레일 등은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용산정비창 구역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조성 공사를 착공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에 서울 지역 주거·빈곤·노동·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오후 12시 30분 기공식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정비창 공공부지 민간 매각 중단, 투기성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 철회,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요구했다.

용산정비창 공공부지 민간기업에 매각 강행하는 오세훈

용산정비창 부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 용산 역세권에 위치한 약 50만㎡에 달하는 대규모 공공토지로, 코레일(72%)과 국토부(23%), 한국전력공사 등(5%)의 공공기관과 정부 부처가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부지를 다국적 기업 등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로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공대위는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자산 매각 중단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시장은 국제업무지구 기공식을 강행해 부지의 민간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서울시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에 따르면, SH공사와 코레일이 공동시행자로 부지조성 공사 후 18개 블록으로 나눠 그중 14개 블록을 내년 상반기부터 민간기업에 매각(토지 분양)해 업무단지를 조성한다. 이날 기공식은 매각을 위한 부지조성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였다.

공대위는 “용산정비창에 대한 국제업무지구 개발 총사업비는 51조 원으로 추정되는데, 10여 년 전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추진하다 실패한 사례처럼 한강 변 대규모 개발은 투기를 부추기고 한강벨트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공공부지는 도시 미래의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대비하고, 지역의 장기적 공공성, 주거 안정, 사회적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정하게 비축할 필요가 크다. 따라서 공공부지의 개발은 공공의 땅으로 보유하면서 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특히, ‘누구나 살 수 있는 도시’를 지향하며, 공공부지의 개발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통합적인 공간으로 조성해야 하고, 투기를 억제해 주거 안정 장치로 기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용산정비창 부지를 민간 매각이 아닌 공공이 보유하면서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꾀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전면 확대하는 용지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계획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에서 주택은 3천5백호만 계획돼 있으며, 이중 공공임대주택은 고작 525호만 계획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개발이 아니라 공공성 강화한 공공임대주택 조성해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상임활동가는 “용산정비창 부지를 직접 확인해 본 시민이라면 누구든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큰 공공부지가 남아 있다니. 이곳이 공원으로 또는 광장으로, 그리고 누군가의 삶의 터가 될 수 있는 집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용산정비창이 있었던 이 땅은 단순히 개발해야 하는 땅이 아니다. 서울에 남아 있는 초대형 공공자산이며 서울의 주거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활동가는 “지금 서울의 주거 위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극에 달하고 있다. 곰팡이, 누수 등으로 불안 속에 살고 있는 세입자, 거리로 쫓겨난 사람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매일 같이 생기고 있다. 서울 소재 전세사기 피해자로 공식 인정받은 건수만 해도 9천 717건이며, 전체 3만 4481건 중 약 28% 정도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용산구 역시 마찬가지다. 용산구 주민의 66%가 무주택자이며 주거 빈곤 가구 비율은 18.7%다. 주거불평등이 도사리는 이 서울에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지 너무나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더 많은 고급 오피스와 민간 분양이 아니라, 주거 위기 해결을 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기후재난과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대에, 주거권을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이 도시에 필요한 것은 민간개발이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한 공공임대주택이며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이라며 “서울시는 지금 즉시 공공부지 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시민들과 함께 이 공간을 공공임대주택과 공공시설로 재구성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대위 활동가들은 오세훈 시장이 기공식에서 비전 선포를 하는 순간 손 피켓을 들며 구호를 외치는 등 기습적으로 항의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오세훈 시장이 기공식에서 비전 선포를 하는 순간 기습적으로 항의 행동에 나선 시민들. 한 활동가가 “공공의 땅 팔아먹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반대한다!”라고 적힌 손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그 뒤로 웃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오세훈 시장이 기공식에서 비전 선포를 하는 순간 기습적으로 항의 행동에 나선 시민들. 한 활동가가 “공공의 땅 팔아먹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반대한다!”라고 적힌 손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그 뒤로 웃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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