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분리가정, 정부가 조장"
복지부 기재부 규탄 집회, 법률제정 등 활동 전개
“얼마 전 대전에서 한 아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이 엄마는 이 험한 세상 떠난 게 잘 됐다면서도 아이를 위해 해준 것이 없다고 가슴을 쳤습니다. 저는 사범대 나와서 좋은 선생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11년 전 우리 민서를 얻고 나서 갈 길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농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를 위해, 유기농 농사를 짓는 것 외에 아이에게 떳떳해지기 위해, 아이에게 아빠가 무엇인가를 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나왔습니다. 인권위가 뭐하는 곳인지 몰라도 그곳에서 아빠가 푸른 옷을 입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18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인권위에서 '장애인복지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발언을 하는 박성희 지부장 옆에는 그의 둘째 아이가 무슨 일이 있느냐는 듯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농성장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애인복지예산확대를 위한 전국장애인부모 국가인권위 집단단식농성 1일째. 전날 국가인권위 점거농성에 들어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18일 이른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아동과 발달장애성인을 위한 복지 확대를 촉구했다.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부모 43인의 집단 단식투쟁도 이날부터 시작됐다.
부모연대는 “장애가족들이 매달 치료비로 77만 원, 하루 평균 12시간씩 매달리며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어 방치되고 있다”라면서 “감세되는 이 국가 현실에서 오늘 우리의 저항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면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같이 살고 있는 존재라는 것조차 잊혀질 것이므로 이러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오늘부터 43명이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기까지 단식농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모연대 윤종술 대표는 “비장애아동 돌봄지원서비스는 수백억 원을 들여 수만 명이 120시간을 받고 있으나, 장애아동돌봄지원서비스는 2007년 1,200명이 오히려 줄어 지금 전국에 700명, 한 달에 27시간만 받고 있다”라며 보건복지부를 비판했다.
또한 윤 대표는 “발달장애성인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어 복지관을 전전하는데, 그나마 복지관이 있는 시도는 전국의 절반이고 주간보호가 전부”라고 지적하고 “장애아동 재활치료 역시 소득기준에 밀려 보편적 서비스는커녕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삭감하려 하고 있으니 장애아동은 가족이 책임지다가 죽으라는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장애인부모들이 아이키우는 고통에 대한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장애인부모들은 "장애아에 대한 책임을 모두 가족에게만 짐지우니 가정이 파탄나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
부모연대 울산지부 정윤호 지부장은 “비장애인이 혹시라도 피해 볼까 봐 우리 아이를 밖에도 못 데리고 다니고 집에만 갇혀 살았는데,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어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가족지원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답답한 현실을 고발했다. 정 회장은 “우리 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과 치료가 이뤄진다면 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고, 이것이 부모에게는 희망이니 이 희망을 꺽지 말아달라”라고 강조했다.
대전지부 김남숙 지부장은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같은데서만 우리아이가 왕대접을 받고 있을 뿐 이 땅에서 우리 아이들은 찬밥신세이니, 부모들은 아이가 자라지 말고 영원히 아이로 남아 있거나 사고를 당해 차라리 이 땅에 살지 말았으면 한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회장은 “누군가는 꿈과 미래를 말하지만, 장애인과 부모들은 하루하루 그냥 살고 있을 뿐”이라며 장애인가족으로 사는 고통을 전했다.
대구지부 홍혜주 지부장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가족지원센터에 갔더니 장애인이라 안된다는 얘기만 들었다”라면서 “현재 아이의 치료비 때문에 남편은 울산에, 나머지 가족은 대구에 떨어져 산 지 4년째인 분리가정인데 정부가 이렇게 가정파탄을 조장하는 상황”이라며 역시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부모연대 측은 앞으로 계속 피해사례를 모을 예정이며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를 오가는 규탄시위 △발달장애관련 권리보장 법률제정을 위한 대 국회활동 △학대와 방치상태에 있는 발달장애성인의 인권실태고발 등의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와서 지켜봤으나 “지금은 보건복지부 입장이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단식농성자 명단>
최석윤, 김윤명, 이은정, 이금선, 정두분, 배명희, 정양이, 박희량, 이규연, 이재일, 박성희, 신애섭, 김남숙, 김연실, 한만승, 김석정, 홍금순, 정순임, 홍기선, 박미래, 조영실, 임영화, 윤종술, 최준기, 배선이, 최태호, 하영두, 이월선, 김종삼, 공길여, 김정일, 구복순, 박갑연, 정윤호, 김연규, 이미향, 이혜성, 김향란, 남귀순, 옥광순, 이은자, 홍혜주, 김창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