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눈치 보는 이성호 위원장, 현병철과 다를 바 없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성소수자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 공개를 미루고 있는 것을 두고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급기야 이성호 위원장과 인권위 차별조사과장을 성소수자 차별로 인권위에 진정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아래 공감), 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 등은 인권위가 보수 기독교 단체의 눈치를 보며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공개를 미루고 있다며, 15일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감 등은 지난해 6월 인권위와 용역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12월까지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차별 실태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공감 등은 청소년 차별 실태 및 교사 인식 조사, 고용, 재화·용역·시설의 공급 및 이용, 의료기관 등에서의 차별 실태 조사 등을 진행하고, 결과 보고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공감 등에 의하면 ‘장애학생 교육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 ‘고등교육기관에서의 인권교육 실태조사’ 등 2014년 수행된 다른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가 이미 인권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것과 달리, 해당 실태조사 보고서는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7월 실태조사 공개를 요구했고, 인권위는 오는 23일 보고서 발표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난 3일 갑자기 발표회를 국정감사 이후로 연기하자는 통보를 보냈다는 것이다.
인권위 측은 발표회 연기 이유로 “10월 청사 이전이나 국정감사, 인권위 행사 등의 여건으로 발표회를 진행하기 어려워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감 등은 인권위가 보수 기독교 단체의 눈치를 보며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회를 미루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일 한국교회연합, 1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 기독교 단체를 방문한 바 있다. 국민일보 등 언론 보도에 의하면 1일 이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보수 기독교 단체의 우려에 대해 교회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인사청문회 당시 성소수자 인권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기존 인권위 입장에서 원칙적 답변을 한 것일 뿐이라며 발을 뺐다.
차별실태조사 연구책임자를 맡았던 장서연 공감 변호사는 “이 위원장의 취임 첫 행보가 보수 기독교 목사를 만나고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이라 참담하다. 청문회에서 했던 (성소수자 인권) 발언들은 단지 위원장이 되기 위해서 했던 말인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장 변호사는 “실태조사는 성소수자가 겪는 광범위한 차별을 드러내는 중대한 조사임에도, 조사 종료 9개월이 지난 지금도 발표되지 않았다. 차별을 시정해야 하는 인권위가 나서서 성소수자를 차별했다”라고 지적했다.
명숙 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이 위원장은 인권 현장 대신 기득권이 있는 보수 기독교계를 찾아가, 성소수자 인권을 차별하는 발언에 ‘알겠다’ 하고 왔다. 이는 현병철 전 위원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라며 “인권위가 보수 기독교와 같은 사적 권력의 눈치를 보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