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센터, 6차 주민설명회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센터를 둘러싼 님비 현상이 극에 달한 가운데 6차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반대로 또다시 무산됐다. 주민설명회 시작과 함께 설립 반대 피켓을 든 주민 100여 명이 행사장에 난입해 ‘결사반대’를 외쳤고, 쏟아지는 장애인 혐오 발언 앞에 발달장애인 부모 30여 명은 무릎을 꿇고 울었다. 이후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가 쇼크로 119에 후송되기도 했으나 그 와중에도 ‘결사반대’를 외치는 주민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6차 주민설명회가 열리는 성일중학교 앞.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센터 ‘커리어월드’(가칭) 설립 반대를 선전하는 천막 중심으로 ‘결사반대’라는 글자가 적힌 노란색 몸띠를 두른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설명회가 시작하는 오후 4시, 주민들 100여 명은 설명회가 열리는 성일중학교 체육관으로 향했다. 그 중엔 부모 손을 잡고 따라온 미취학 아동들도 있었다. 체육관엔 지역 주민과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장애인단체 활동가 등 7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을 살피던 반대 측 주민들이 자리에 앉자 확성기를 든 반대 측 주민은 외쳤다. “우리는 참석하는 게 의미가 아닙니다. 모두 서 있읍시다.” 주민들은 일제히 일어나 사회자가 서 있는 체육관 앞으로 걸어나갔다.
교육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로 열린 설명회입니다.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주민분들 말씀하실 시간 충분히 드리겠습니다.”라고 거듭 호소했다. 그러나 이 모든 목소리는 주민들의 “결사반대” 외침에 묻혔다. 반대 측 주민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립니다. 우리 아이에게 왜 고등학교 아이를 감당하게 합니까. 우리 아이가 접하게 될 두려움과 공포를 어떻게 해결해줄 겁니까. 우리 아이가 이렇게 부모 잘 못 만났다고 무시 받고…. 부모 잘못 만난 죄로 무시당한 죄입니까. 같은 부모로서 발달장애인 시설 반대하는 거 아닙니다. 글로컬 타워(용두동 내 설립되는 장애종합복지시설), 폐교 빈부지도 대안으로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강행하겠다는 건 주민 의견 완전 무시하고, 너네는 못사는 동네에 사는 거니깐 그냥 당하라는 거 아닙니까?”
![]() ▲반대 측 주민들이 무릎을 꿇고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
![]() ▲반대 측 주민들이 확성기를 이용해 "결사반대"를 외치며, 설명회를 무산시키고 있다. |
설명회를 이어가려는 교육청의 노력이 이어졌지만 반대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우리도 장애우를 혐오하지 않습니다. 다만 학교 내 장애인건물 설립을 반대합니다!” ‘장애인을 혐오하지 않지만’ 자신이 사는 지역 내에는 절대 장애인 건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민의 주장이 펼쳐졌다.
여기에 구의원도 가세했다. 주정 동대문구의회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왜 꼭 여기를 고집합니까? 대한민국 돈 많습니다. 외국인들도 돈 주고 복지 다 하지 않습니까. 그 돈은 아깝지 않고 여기에 쓰는 돈은 아깝습니까?” 이에 반대 측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옳소, 다른 지역으로 가라. 결사반대! 결사반대!”
교육청의 제지에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격해졌다. 반대 측 주민과 장애인 부모 사이에 한때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곧 발달장애인 부모 30여 명은 단상 위로 올라가 반대 측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설립을 호소하며 울었다. 이에 반대 측 주민들도 단상 아래서 무릎을 꿇고 “결사반대”를 외쳤다. 더는 설명회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교육청 측은 “주민설명회를 이만 마치겠다”며 폐회를 선언했다.
폐회 선언과 동시에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가 쇼크로 쓰러졌다. 사람들의 비명에도 주민들의 “결사반대” 목소리는 한동안 이어졌다. 더는 참을 수 없게 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반대 측 주민들을 향해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느냐. 내 자식이 당신 자식에게 대체 무슨 해코지를 했느냐.”라고 울부짖었다.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한 반대 측 주민들은 “바깥 운동장에 가서 외치자”며 4시 40분경 체육관에서 퇴장했다. 반대 측 주민들이 빠져나간 텅 빈 체육관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주민들 편에 서서 발언했던 주정 구의원의 손을 잡고 “도와달라”며 무릎을 꿇고 호소해야 했다.
반대 측 주민들은 장애인 부모들, 서울시교육청과 공단 직원 등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학교 정문 앞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 반대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현재 자녀가 초등학교 6학년으로 성일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고 밝힌 주민 A씨는 “센터에 20대 중반 발달장애인까지 들어온다고 알고 있는데 중학생 또래가 아닌 성인이 들어온다는 것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 없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날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심경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만 지었다. 발달장애인 자녀와 함께 설명회에 참여한 최인혜 씨는 참담함을 내비쳤다. 최 씨는 “우리 아이들을 무슨 흉기처럼 이야기하는데 너무 화가 난다”면서 “발달장애인도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미리 직업 훈련해서 단순 작업이라도 하게 해야 한다. 공간도 따로 쓰는데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염유민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은 이날 상황을 조희연 교육감에게 보고한 뒤 이후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글로컬타워 내 설립에 대해 염 장학관은 “글로컬 타워는 내년 3월 개관 예정이다. 2016년에 들어가려면 2015년에 예산 집행이 돼야 하나 이미 늦었다. 빨라도 2017년에 들어갈 수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염 장학관은 “현재 100여 명의 주민이 반대하고 있는데 이들이 2만 8000명의 제기동 주민들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원안대로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현재 장애인부모단체 회원들은 커리어월드 설립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겠다며 동대문구가 지역구인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지역 사무실을 점거한 상태다. 김남연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장은 “님비 때문에 더는 도망가지 않겠다”면서 “(안 의원이 지속해서 반대한다면) 공천 반대 운동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세 차례에 걸쳐 주민간담회를 연 뒤 지난 9월 21일 발달장애학생의 직업훈련을 위한 ‘커리어월드’ 설립 착공에 들어갔으나,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는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센터는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공동으로 설립 운영하며 성일중학교 내에 현재 사용하지 않는 4층 건물을 활용해 2016년 상반기 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