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이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형제복지원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아래 형제복지원대책위)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은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형제복지원특별법은 지난 2014년 7월 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여전히 계류 중이다. 한 달여 남은 19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은 원점으로 돌아가 발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이에 형제복지원대책위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 19대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 20일 AP통신에서 보도한 형제복지원 기사(관련 기사: AP통신, 형제복지원 '노동착취, 성폭력' 등 집중 보도)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가는 현황을 설명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세계인들의 반응을 함께 전했다. “남한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읽을수록, 그곳이 과연 북한보다 나은 곳인지 의심하게 된다”는 내용부터 “지난 몇십 년간 한국 정부는 70년 전에 일어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40년도 채 안 된, 정부가 저지른 범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의 모순된 태도에 대한 지적까지, 세계의 여론은 날카로웠다. 형제복지원대책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몰염치와 무책임한 태도가 ‘품격’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제복지원특별법 대표발의자인 진선미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단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어마어마한 폭력에 노출되어 아직도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를 방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19대 국회 회기 내 특별법 제정을 강조하며, “지난 4년 동안 피해자분들께서 어렵게 입을 열어 증언해주신 덕분에 이제 형제복지원의 참상은 거의 모든 국민께 알려지게 되었다.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19대 국회 회기 내에 제정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종선 형제복지원대책위 대표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정부에서 말하는 ‘개별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 대표는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 당시 내무부 훈령에서 비롯된, 엄연한 국가폭력 사건이다. 국가가 나서서 진상규명을 해야 다시는 이런 국가 폭력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정부가 주장하듯 형제복지원 사건이 ‘개별 사건’이라고 본다고 하더라도, ‘부마항쟁 특별법’, ‘한센인 특별법’ 등 개별 사건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면서 정부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면죄부를 줘선 안 될 일이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아무리 시간이 오래 흘렀어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AP통신의 보도 이후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을 비롯하여 영국, 독일, 프랑스, 태국 등에서도 기사화되었다. 현재 미국 언론사인 CNN과 영국 공영 방송사 BBC에서도 후속 취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