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척 없는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외면 받는 피해생존자들

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1년 전 발의된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사건 등 진상규명과 국가책임에 관한 법률」(아래 형제복지원특별법)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아래 대책위)는 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7년 사회정화사업이라는 명분 하에, 내무부훈령 410호에 의해 '부랑인'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공권력 등을 동원해 사람들을 수용·감금한 사건이다. 형제복지원특별법은 피해자가 강제적으로 형제복지원에 들어가야 했던 이유와 형제복지원 안에서 일어났던 인권침해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법으로 작년 7월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54명의 국회의원에 의해 발의 되었다.
특별법에 대한 공청회는 지난 7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주최로 열렸으며, 당시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는 "형제복지원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각자 생각이 다르지만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합의점을 본 것 같다"라고 말하며 특별법 제정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 19대 국회가 끝나가고 있지만 형제복지원특별법은 진척 없이 안행위에 상정만 된 상황이다. 특별법을 제정을 위해서는 내년 4월안에 안행위 법안소위를 거쳐 상임위,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여준민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 사무국장은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법안 소위에서 미뤄지는 이유에 대해 새누리당 위원에 물어보았더니 정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정부를 견제해야할 국회가 정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 법을 제정해야할 국회에 대해 규탄했다.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통해 형제복지원 문제를 처음 알렸던 피해자 한종선 씨는 “내무부 훈령 410호라는 국가의 폭력에 의해 형제복지원에 갇히고 살아남기 위해 음식물쓰레기까지 먹어야 했던 우리의 아픔에 대해 국가는 은폐하고 외면하려 한다”며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소임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하며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게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지난 28년간 가슴 속에 묵혀 두었던 울분을 토해냈다.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내무부 훈령 410호에서는 부랑인에 대한 정의도 명확치 않은 채 국민에게서 이동의 자유, 살 곳을 정할 권리 등의 기본권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침해한 것”이라며 “87년 신민당의 보고서를 보면 그 시절 경찰의 승진점수가 범죄자를 잡은 것보다 부랑인을 넘겼을 때 더 많은 것으로 나온다. 형제복지원 사건도 국가기관의 적극적 개입에 대해 부정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발언으로 피해생존자들의 편지 낭독 시간이 이어졌다. 이채식 피해생존자는 “온 전신에 새겨진 그 아픔을 살아가기 위해 팔자라고 생각하고 묻어두었지만 그 어린나이에 부랑아, 범죄자라는 낙인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국민으로서 떳떳할 수가 없다”며 국가에 의해 낙인찍힌 삶에 대한 아픔을 호소했다.
손정민 피해생존자는 “우리는 권력 앞에서 희생양이 되었고 아직도 국가는 이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진상규명이 되지 않는다면 형제복지원 같은 사건이 결국 되풀이 될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책위는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1인 시위를 시작 했으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실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다. 면담에서 강 의원실 관계자는 11월 6일까지 강 의원과의 면담을 잡고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 ▲피해생존자들이 쓴 쌀포대에는 형제복지원과 국가가 휘두른 인권침해와 폭력에 대한 문제들이 적혀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