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불법업체가 장악한 안마 시장, 시각장애인 안마사 생존 위협해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인 회원들은 매일 아침 광화문 인근 세양빌딩 앞으로 모인다. 이 건물에는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이 입주해 있다. 그들은 출근길 사무실에 들어서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을 향해 “시각장애인 생존권 침해하는 변호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외친다. 그들은 왜 김앤장과 싸우고 있는 것일까?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논란이 된 ‘옥시’를 변호하기도 했던 김앤장은 최근 안마시술 프랜차이즈 업체 ‘더풋샵’의 변호를 맡았다. 앞서 ‘더풋샵’ 브랜드를 운영하는 (주)스킨애니버셔리스파는 지난해 9월 1일 의료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등록취소 처분을 받았다. 현행 의료법 82조에 따르면, 안마사는 시각장애인 중 안마사 교육을 받아 자격을 인정받은 자만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더풋샵은 비시각장애인을 안마사로 채용해 불법 안마시술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더풋샵 측은 등록취소가 부당하다며 김앤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등록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안마업을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 놓은 이유는 시각장애인이 직업을 통한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예외적으로 독점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이 비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권을 침해하는 ‘역차별’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2000년대에 수차례 위헌소송이 벌어졌고, 결국 합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불법 안마업체들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불법업체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결국 프랜차이즈 형태로 성장한 비시각장애인 안마업체가 국내 최대 로펌과 손을 잡고 시각장애인 생존권과 맞서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대한안마사협회는 김앤장 앞에서 벌이는 시위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 단식 투쟁 등 더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이토록 시각장애인 안마사 독점권 인정(유보직종)을 지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위 현장에서 직접 김도형 대한안마사협회 사무총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인들이 불법 안마 프랜차이즈 업체 '더풋샵'을 변호하는 로펌회사 김앤장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왼쪽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람이 김도영 사무총장.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인들이 불법 안마 프랜차이즈 업체 '더풋샵'을 변호하는 로펌회사 김앤장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왼쪽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람이 김도영 사무총장.

- 더풋샵의 안마업은 왜 문제인가?

의료법 상에 영리목적으로 안마, 마사지, 지압을 안마사가 아닌 자가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더풋샵은 150개 프랜차이즈를 갖고 있는 마사지 업체다. 여기의 점장은 다 한국 사람이지만 안마하는 사람은 대부분 중국 사람이다. 단기간 중국 사람들 교육시켜서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시각장애인이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으니까 100년 전부터 안마사 독점을 줬다. 그걸 명시한 게 의료법 82조이고, 88조에는 안마사가 아닌 자가 영리목적으로 안마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도 무자격 안마사가 줄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벌을 해도 고작 50~80만 원, 점장들도 100~200만 원 벌금을 물릴 뿐이다.

- 왜 영업 취소를 시키지 않고 벌금만 물리는 것인가?

영업 취소를 해야 하는데, 이들 불법 업체들이 애초에 허가받고 하는 게 아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맹학교, 협회 교육기관 등에서 해부·생리·한방·전기치료 등 2500시간 교육을 받고 시·도의 허가를 받고 영업을 한다. 그런데 이들은 화장품 도소매나 체형관리 같은 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내고, 실제로는 마사지를 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의사면허 없이 의사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인허가 업소가 아니라고 행정처분을 안 할 건가? 그건 말이 안 된다. 안마업도 불법업소면 못하게 해야 하고, 옥외광고물도 정리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가 그걸 안 한다.

게다가 사람 한두 명 고용해서 하는 게 아니라 기업형으로 하는 경우에는 유명연예인 모델로 해서 광고하니까 일반 국민들은 그게 합법인 줄 안다. 그래서 우리가 더풋샵을 가맹업체 관리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취소 해달라고 요청한 거고, 그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이게 부당하다고 더풋샵은 김앤장을 불러들여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리적으로 등록취소가 전혀 문제가 없는데, 김앤장이라는 대형 로펌이 붙으니까 공정거래위원회 측도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상황이다.

- 더풋샵 외에도 우리가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사지업소들이 모두 불법이라는 건가?

사람들은 퇴폐업소는 불법이고 퇴폐가 아니면 합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다. 안마사가 하면 합법이고, 그게 아니면 모두 불법인 거다. 그리고 안마사는 시각장애인이 일정한 교육을 이수한 경우에만 할 수 있는 거다.

- 우리나라에 불법과 합법 모두 포함해서 안마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업소 수가 5만 개 정도 된다고 보고 있다. 그 중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우리 회원 업소는 1500개 정도다. 사실상 불법 업체가 다 장악하고 있는 거다. 스포츠 마사지, 중국 마사지, 태국 마사지 등 이런 것들이 모두 시각장애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법 마사지 업소인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이 모든 것들을 문제 삼을 수는 없어서 대기업이나 리조트, 백화점 내에서 영업하는 경우에 대해서 문제제기 하고 있다.

-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운영하는 업소가 1500개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자격증을 가진 시각장애인 수는 얼마나 되나?

만 명 정도다. 이 중 5천 명 정도는 실직자고, 나머지가 안마시술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보통 일하고 있는 안마사들은 250만 원 정도는 버는 것 같다. 그런데 천 명 정도가 정부 일자리 사업의 형태로 고용되어서 경로당에 가서 어르신 안마를 해드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정부가 주는 급여가 2010년도에 100만 원, 올해에도 고작 103만 원 수준이다. 이걸로는 먹고 살 수가 없다.

한 시각장애인이 더풋샵을 변호하는 김앤장 규탄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시각장애인이 더풋샵을 변호하는 김앤장 규탄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시각장애인이 주로 하는 직종이 안마사 말고는 뭐가 있나?

사실상 전무하다. 70년대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전화교환수 일을 많이 했는데, 물론 지금은 다 없어졌다. 80년대에는 피아노 조율도 했었는데, 디지털 피아노가 나오니까 조율부에 있던 시각장애인들이 제일 먼저 해고당했다. 텔레마케터, 속기사 같은 직종도 있지만, 시각장애인보다는 더 빠른 일처리가 가능한 지체장애인을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중증시각장애인에게 가장 적합한 직종은 손 감각을 이용한 마사지업이라고 생각한다.

- 예전에는 맹학교에서 안마교육이 의무였지만, 지금은 의무가 아니다.

부모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까지는 고등부에서 직업교육을 중심으로 해 왔는데, 언젠가부터 부모들이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공부를 시켜달라고 했다. 특례입학으로 특수교육과라도 가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으니까. 그런데 90년대 이후로 특례입학이 좀 늘어나니까 어지간한 대학 나와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다시 안마를 배우러 들어오게 된다. 악순환이다.

- 2006년에 처음 시각장애인 안마사 유보직종에 대한 위헌소송이 처음 있었고, 이후 수차례 더 이어졌다.

2006년에는 위헌 판결이 났는데, 그 이유가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핵심은 이런 정도의 큰 사안을 왜 법률로 제정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하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시각장애인들이 격렬하게 시위도 하고 분신해서 사망하는 일도 벌어지니까 결국 법률로 유보직종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갔다.

이후 2008년, 2010년, 2013년에도 이 법률에 대한 위헌소송이 제기됐다. 결과는 다행히 합헌이었지만, 위헌이든 합헌이든 정부에서 불법업소들에 대응하는 것은 똑같다. 복지부는 자기네가 단속부서가 아니라고 하고, 경찰은 더 심각한 중범죄가 많은데 우리가 그런 것까지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의 생존권을 뺏어가는 이들이 제일 큰 범죄자인 것이다. 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 다른 나라에서도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 유보직종을 보장하는 경우가 있나?

중국의 경우 일종의 쿼터제로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을 8대 2로 나눠 안마사 직종을 보호한다. 일본도 처음엔 안마사를 시각장애인만 했었는데, 64년 동경 올림픽 때 스포츠 마사지라는 게 들어오면서 비맹제외가 풀렸다. 당시 일본 시각장애인들이 태평양까지 나가서 자결 시도까지 하며 시위를 격렬하게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만의 경우 시각장애인들이 대부분 정부가 하는 복지 안마서비스로 들어갔기 때문에 마사지 시장에 대응할 안마사가 필요 없어졌다. 그래서 2008년도에 비맹제외가 풀렸다.

- 우리나라도 대만의 경우처럼 공공의 영역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고용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나?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안마사는 다른 대안이 없는 한 시각장애인에게 거의 유일한 직종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제공하는 안마사 일자리가 고작 임금이 100만 원 수준이다. 이렇게 해서는 4인 가족이 먹고 살 수 없다. 그래서 정부가 고용하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자영업으로 일할 수 있게 보장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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