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배제’ 없앨 서울시장 후보는 누구인가?
재개발·재건축에만 집중된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
보궐선거 코앞인데, 빈민 정책은 전무… “빈민 정책 내놔야”

17일 빈곤사회연대 등 5개 시민사회단체는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차별과 배제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도시빈민 정책 요구안 발표대회’를 열었다. 사진 허현덕
17일 빈곤사회연대 등 5개 시민사회단체는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차별과 배제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도시빈민 정책 요구안 발표대회’를 열었다. 사진 허현덕

서울시장 후보자들의 주요 정책이 재개발·재건축 완화와 주택공급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안철수(국민의당), 오세훈(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5년간 74만 6000호, 36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오 후보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확 푼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터전을 빼앗기고 내몰리는 빈민들의 목소리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당연하게 이들에 맞는 정책도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시민사회단체가 빈민의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서울시장 후보자에게 빈민 정책 요구를 하게 된 이유다.  

17일 빈곤사회연대 등 5개 시민사회단체는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차별과 배제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도시빈민 정책 요구안 발표대회’를 열었다. 

이날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빈민을 ‘인권의 진공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현 상황을 우려했다.

사회를 본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왼쪽)과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오른쪽). 사진 허현덕
사회를 본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왼쪽)과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오른쪽). 사진 허현덕

- 가난한 세입자들에 대한 이주대책이 없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대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면 가장 가난한 세입자들은 주거지를 잃을 뿐 아니라 터전을 지키다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한다. 지난 2009년 용산참사가 대표적이다. 최근까지도 개포8단지, 미아3구역, 방배5구역 등에서는 폭력적인 강제집행과 철거가 계속됐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과도한 지정도 문제지만, 세입자 대부분을 배제하는 대책 기준일과 재건축에서의 세입자 대책 공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현재 이주를 앞둔 서울시 재개발 사업장은 총 51곳이다. 이들 지역 중 정비구역지정이 된 지 10년이 넘는 곳은 48곳이고, 3곳도 이주시점이 도래하면 10년을 넘게 된다. 

이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주거세입자들의 존속 거주시간이 평균 3.4년이라는 점으로 볼 때, 세입자 보상대상이 되는 기준일이 이주 시점까지 지나치게 길어 다수의 재개발 지역 세입자들이 배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모든 지역 인프라를 새로이 하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건물만 새로 짓는다는 명목으로 세입자 대책이 없다. 이 사무국장은 “재건축은 공익사업이 아닌 민간사업으로 규정해 ‘토지보상법’이나 ‘도시정비법’ 등에도 세입자에 대한 보상과 이주대책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라며 “점점 재건축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영세 세입자 대책이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강화하고, 세입자 대책 마련, 순환개발을 통한 거주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 쪽방주민·홈리스에 대한 ‘권리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2월 5일 ‘서울역 쪽방촌 정비방안’이 발표됐다.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을 앞둔 동자동 쪽방촌에서는 선순환 선이주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공공주도 사업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사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거환경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1인 거주 면적이 18㎡(5.5평가량)로 이는 최소주거면적을 살짝 넘는 수준이다. 물량도 모자라다. 현재 동자동 쪽방촌 거주자에 공급할 공공주택은 1000호인데, 모든 쪽방 주민이 들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 동자동 근방인 양동 쪽방촌은 계속 강제퇴거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을 아우르는 것도 불가능하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상임활동가(왼쪽),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오른쪽). 사진 허현덕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상임활동가(왼쪽),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오른쪽). 사진 허현덕

여기에는 정책 논의 주체에 쪽방 주민이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서울시 공공주택 추진 TF에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용산구, LH, SH, 쪽방상담소가 참여하지만, 2007년부터 조직된 주민자치조직인 ‘동자동사랑방’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등은 배제됐다”라며 “개발사업의 민주적이고 내실 있는 추진을 위해서는 쪽방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다른 지자체에 비해 ‘노숙인 등’에 대한 정책이 그나마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에서 서울시의 노숙인 등에 대한 급식, 일자리, 주거, 의료 정책은 처참히 무너졌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도 퇴행적이었다. 노숙인 등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급식카드를 발급했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으면 임시거주도 할 수 없게 했다. 

안형진 활동가는 “서울시의 노숙인 등에 대한 급식, 일자리, 주거지원 등에서 퇴행적인 정책이 나왔던 것은 그동안 시설입소를 시켜 자활의지를 함양해 스스로 주거를 찾는 단계적인 자활환상 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이다”라며 “노숙인 등이 안고 있는 문제를 ‘주거’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처방은 엉뚱하게 ‘시설입소’로 내려버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토대와 틀이 잘못 잡혀 있는데 부문별 사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라며 “거리노숙 탈피가 아니라 주거보장을 중심으로 정책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서울시가 손 놓은 노량진수산시장 대책, 이제는 마련돼야

이날 발표대회에는 노량진수산시장시민대책위(아래 노량진대책위)에서도 참석했다. 노량진대책위는 서울시의 방관으로 5년째 노량진역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아래 농안법)’에 따라 전국에 11개밖에 없는 중앙도매시장이다. 농안법은 중앙도매시장의 개설자를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로 정하고 있다. 즉, 서울시가 노량진수산시장의 책임자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를 수협에 맡긴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난 2015년까지 시행된 ‘현대화사업’을 주도한 것도 수협과 해양수산부다. 서울 가락시장이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가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경민 노량진대책위 팀장은 “해양수산부는 현대화사업에 국고보조금 1540억 원을 집행했다”라며 “서울시도 본인들이 노량진수산시장 운영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수수방관하는 이유는 서울시-해수부-수협의 거대한 카르텔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팀장은 “중앙도매시장은 ‘국민생활 안정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설립된 것인데, 노량진수산시장은 2018년 도매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20억 원에 불과했고, 상인들 임대료 수입이 30억 원이었다”라며 “사실상 노량진 수산시상의 수익은 임대료이고, 이 임대료는 노량진수산시장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는 원인이 됐다, 높은 수산물 가격에 사람들은 점점 발길을 끊는 시장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노량진수산시장시민대책위 팀장(왼쪽), 조항아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사무처장(가운데),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오른쪽). 사진 허현덕
이경민 노량진수산시장시민대책위 팀장(왼쪽), 조항아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사무처장(가운데),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오른쪽). 사진 허현덕

- 누구를 위한 서울 거리·공간 정화인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자, 현 서울시장 후보의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특히 지난 서울시장 임기 내 ‘디자인 서울’ 정책에 입각한 노점관리대책, 피맛골·서울시청·동대문운동장 철거 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의 노점관리대책은 박원순 전 시장 임기 당시까지 이어져, 지난 2009년부터 서울시 노점상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09년 1만 개가 넘었던 노점상은 2018년 6600여 곳으로 줄었다. 서울시는 2013년 노점상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1년마다 재계약, 3억 원(지자체마다 다름)으로 재산 제한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조항아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사무처장은 “노점상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기간제한은 사실상 계약직 사원의 처우와 같다”라며 “서울 전세 평균이 5억 9000만 원인데 노점상을 하는 4인 가족은 전세를 얻으려고 해도 3억 원 미만인 집에서 살아야 한다. 사실상 사글세에서 살아야 노점을 지속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피맛골·서울시청·동대문운동장 철거와 궤를 같이하는 청계천-을지로 재개발 사업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는 “오세훈 전 시장이 다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게 매우 무섭다. 지난 임기에 서울 전역에 뉴타운 재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한 바 있기 때문”이라며 “5년 안에 36만호 아파트 짓겠다는 공약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활동가는 “청계천-을지로의 경우 서울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공간 안에서 거미줄처럼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전면 재개발을 지속하면 산업생태계를 파괴하게 될 것”이라며 “독일은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개인형 맞춤형 유연 생산을 위해 노력한다. 서울 또한 600년이 넘는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모인 시민사회단체는 빈민 정책 요구안을 묶어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답변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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