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장애, 성을 밝히고 재생산에 올라타다
[공동기획] 비마이너 X 장애여성공감 X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임신·출산과 관련된 재생산의료기술은 지속해서 발전해왔으며 정상화된 의료기술로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과거 많은 여성들이 태동을 통해서 임신 사실을 인지하게 되거나 가내에서 분만이 이루어졌던 때와는 달리 현재에는 임신과 출산의 전 과정에 다양한 종류의 의료기술 사용과 진단, 처방 등이 의료전문가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임신테스트기의 사용에서부터 임신 기간 초음파 진단 및 정기적인 산전진단까지, 그리고 언제 난자를 동결 보관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부터 어떠한 배아를 착상시킬 것인가의 문제까지 재생산의 의료화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재생산의료기술 사용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의료적 개입으로서 제시되는데, 이는 모체 건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건강한 아이란 장애와 질병이 없는 상태로 전제된다. 모체 내에 태아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은 제한적인 반면 태아의 질병이나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은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와 질병을 예방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많은 경우 ‘정상’이 아니라고 여겨질 확률이 높은 태아가 태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혹은 착상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렇다면 ‘기형아 조기발견’은 장려되지만 임신중지는 범죄인 한국사회에서 산전진단기술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는 재생산 정의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산전진단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안내문. “산전진단이란, 현대엔 새로운 기술의 개발로 태내발달과 유전적 결함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태내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출산 전에 미리 알아보는 것입니다. 양수검사, 융모막 검사, 초음파 검사 세 가지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검사입니다.”
산전진단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안내문. “산전진단이란, 현대엔 새로운 기술의 개발로 태내발달과 유전적 결함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태내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출산 전에 미리 알아보는 것입니다. 양수검사, 융모막 검사, 초음파 검사 세 가지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검사입니다.”

산전진단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산전 초음파검진 횟수가 두드러지게 많은 특징이 있다.1) 산전검진의 목적이 꼭 ‘기형아 선별’에만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임신 중 많은 여성들이 장애나 질병이 있는 태아를 임신할 가능성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높은 빈도의 산전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산과적 의료분쟁’을 막기 위해 의사들 역시 임신 중 초음파검사를 자주 실시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2)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초산 연령의 증가 및 보조생식기술 사용의 증가 등 고위험 임산부의 증가도 산전진단이 보편적이고 필수적인 산전관리의 한 과정으로서 확산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산전진단은 정책적으로도 국가에 의해서 지원되고 장려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모자보건법」의 목표와 지향이 70년대 산아제한에서 90년대 이후 인구의 자질 향상으로 전환된 이후 모자보건사업의 중요한 내용의 하나로 포함된 것이 “산전진단”의 강화이다(김선혜, 2020). 산전진단은 새로 태어나는 영유아의 건강이 차세대 국민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기조로 확대되었으며, 「모자보건법」 제3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제10조 임산부·영유아·미숙아 등의 건강관리를 법적 근거로 하여 산전진단 진료비가 지원되고 있다. 산전진단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는 “기형아 검사”로 불리는 만큼 일반적으로 산전진단의 목적은 태아의 기형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며 이는 인공임신중절의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로 사용된다(황지성, 2011). 다운증후군의 경우 임공임신중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지만 대부분 임공임신중절을 당연히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실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손명세, 2007), 이러한 산전진단은 모자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여겨지지만, 실질적으로는 선천성 기형아가 태어나지 않도록 선별하는 역할을 한다.3)

하지만 모순적으로 「모자보건법」 제14조 인공임신중절허용사유에 태아의 장애나 질병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위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임신한 여성과 그의 배우자의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와 신체질환 그리고 전염성 질환의 경우 합법적 임신중지의 사유가 되지만, 태아의 장애나 질병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4) 이는 태어나야 할 생명과 태어나지 말아야 하는 생명은 그의 부모로부터 재생산된다는 전제에서 만들어진 조항이다. 역사적으로 모자보건법 안에 불임수술명령제5) 조항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국가는 인구의 질 향상을 위해 재생산을 해야 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을 구별하여 통치해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통치방식에서 모순적인 것은 장애가 있는 부모라고 하여서 그의 자녀가 같은 장애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어려우며, 장애가 없는 부모라고 그의 자녀가 다 장애가 없는 상태로 태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유전적 장애와 질병이 있는 경우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는 것은 단지 재생산 주체의 자격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산의 결과로서 태어나는 아이 역시 장애와 질병이 없어야 한다는 규범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태아의 장애는 임신중지의 합법적 사유가 되지 않지만 보편화된 산전진단 기술의 사용으로 장애의 조기 발견은 권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태아의 장애 여부의 발견은 곧바로 임신중지의 가장 큰 정당성을 부여하는 알리바이로 동원되는 상황에서 임신한 여성의 자율성과 결정권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장애와 질병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장애와 질병을 가지고 태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문제, 그리고 이를 사전에 얼마나 발견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는지, 태아의 질병과 장애를 유발하는 행위를 하지는 않았는지 등의 모든 책임은 임신한 여성 개인의 문제로만 접근된다.

뱃속 태아를 상징하는 이미지. 사진 언스플래시
뱃속 태아를 상징하는 이미지. 사진 언스플래시

착상 전 유전자 진단(Pre-implementation Genetic Dignosis)

이처럼 산부인과에서 일상적으로 산전관리의 하나로 진행되어오던 산전진단이 임신 과정 중에 장애나 질병이 있는 태아가 발견되었을 경우 임신중지를 하는 것이었다면, 보조생식기술6)의 발전은 이를 착상이 되기 전 배아의 단계로 소급시킨다. 체외수정에 의해서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체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배아는 이제 관찰되고, 조작되고, 선별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배아가 여성의 몸으로부터 분리됨에 따라 산전진단은 과거에 임신 9주 이후에나 시행 가능하던 것에서 임신이 이루어지기 전 배아의 단계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재생산의료기술이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인데 이는 유전병이 의심되는 경우에 배아를 검사하는 기술로서 발전해왔다.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도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을 ‘의료적 목적’과 ‘비의료적 목적’으로 구분하여 의료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의료적 목적으로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을 사용하는 것은 성별을 고르기 위해서인데, 이러한 성별 선택을 목적으로 착상전 유전자 진단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멕시코, 이탈리아, 태국이 있다(Soini, 2007). 한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는 여아선별 임신중지가 많이 이루어져 왔으며,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게 제기되었기 때문에 성별 임신에 대해서 특별히 더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30개 기관에서 착상 전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며, 2014년 한해 545건의 검사가 시행되었다. 현재는 139개의 유전질환의 진단 목적으로 시행이 가능하며, 그 외의 목적으로는 시행이 금지되어 있다. 수정란을 2~3일간 배양하여 4세포기 혹은 8세포기 단계로 배양된 배아에서 세포를 분리한 후,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여 세포의 유전자 이상을 조사하여 정상이라고 판정된 배아만을 선별해서 자궁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장애나 질병이 예견된 배아는 ‘기형아 검사’에서 마찬가지로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폐기’되는 것이 전제된다.

이 기술은 유전질환을 자식에게 전달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이는 우생학에 근거하여 태어나야 할 유전형질과 태어나지 말아야 할 유전형질을 착상 전부터 선별하는 기술임을 의미한다. 착상 전 유전자 검사는 수정란 단계에서 검사가 진행되고 이식을 해야 하는 ‘정상’적인 배아와 폐기해야 하는 배아를 미리 구별하기 때문에 산전검진의 결과로서 시행되는 장애선별 임신중지를 예방하는, 보다 더 윤리적인 기술이라고 주장되어 왔다. 하지만 이는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의 기준을 더욱 공고화하며, 장애와 질병이 있는 사람은 태어나야 할 이유가 없다는 차별을 전제로 시행되고 있는 기술이다. 또한 이러한 착상 전 유전자 진단과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유전적 증상들을 선별하여 제거하는 기술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반면 유전적 손상을 치료하려는 노력은 시도조차 되지 않는다(황지성, 2014).

이처럼 착상 전 유전자 검사와 같은 보조생식기술은 기존 사회의 정상성을 더욱 강화하는 기술로서 ‘디자이너 베이비’의 출현이자 새로운 우생학이라는 지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많은 경우 보조생식기술이 장애와 질병이 있는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실천되지만 반대로 의도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2002년 미국의 한 농인 레즈비언 커플의 경우 자신들과 같은 문화를 가질 수 있는 아이를 낳고자 농인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하였다. 이는 큰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데, 장애가 없는 아이를 낳기 위해 사용되는 재생산기술은 의료적 진보로 평가되는 반면 장애가 있는 아이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모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Savulescu, 2002). 2008년에는 영국에서도 한 농인 커플이 착상 전 유전자 검사 기술을 이용하여 농인 아이를 낳고자 시도하였으나, 법적 규제에 의해서 시행하지 못하였다(Porter & Smith, 2013). 영국의 인간 수정과 배아법은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배아를 선별하여 아이낳기를 시도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생학적 실천은 보조생식기술 그 자체로 인하여 발생하는지 혹은 그 기술을 특정한 방식으로 사용하게끔 만드는 사회적 규제와 규범 때문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산전검사를 홍보하는 2013년 5월 24일자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급증하는 선천기형, 주기적인 산전 검사로 예방하세요”
산전검사를 홍보하는 2013년 5월 24일자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급증하는 선천기형, 주기적인 산전 검사로 예방하세요”

의료기술과 재생산 정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재생산의료기술의 발전은 기존에 가능하지 않던 다양한 임신과 출산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제3자 생식세포 공여를 통한 임신·출산은 난자와 정자의 유전적 정보를 부모가 미리 알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소위 우수한 유전자 혹은 열등한 유전자의 선별이 가능하다. 이는 ‘디자이너 베이비’의 탄생을 예고하며 많은 생명윤리학자들에 의해서 비판받고 있으며 부모의 욕망과 이해에 따라서 인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쟁들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제3자 생식공여를 통해서 임신을 하는 많은 부모들은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외모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의 탄생보다는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를 소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높은 지능과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낳기 위해 생식세포 공여자의 프로필을 검색하는 행위는 쉽게 우생학적 욕망과 실천으로 비판받지만, 질병과 장애가 없는 아이를 낳기 위한 욕망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바람으로 여겨진다. 물론 심각한 유전적 결함은 태내에서 태아가 사망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분만 이후에도 생존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아이의 건강한 탄생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단순하게 우생학적 욕망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태아의 장애나 질병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여러 진단 기술들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유전자 진단 검사 기술들은 결국 장애와 질병의 예방이 아닌 제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다른 의료기술들과 마찬가지로 기술이 세분화되고 발전할수록 임신한 여성의 선택권과 결정권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협소해지는 경향이 있다. 진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하고, 시행해야 하고, 태아의 건강상의 문제를 발견해야 하는 모든 책임과 의무는 다름 아닌 임신한 개인 여성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신중지, 산전검사, 장애와 관련된 나이로비 원칙’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7)

원칙 6. 우리는 모든 예비 부모들이 임신을 지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 정보에 근거한 결정(informed decision)을 내리도록 지원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산전 검사와 상담 과정에서 비장애중심주의를 방지하는 것처럼 소수자 우대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확언한다. 동시에 모든 부모들이 권한이 부여된 환경에서 행동할 수 있고, 장애 아동이나 혹은 그 외에 사회적으로 배제된 아이를 비롯해서 어떤 아이든 키우는 데 필요한 사회적, 경제적 지원을 받도록 보장해야 하고 공적/사적인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의 권리와 참여를 증진해야 한다.

나이로비 선언에 명확하게 나타난 것처럼 산전진단을 비롯한 재생산의료기술의 사용은 예비부모 특히 임신한 여성 개인의 선택 혹은 책임의 문제로 환원되어서는 안된다. 장애와 질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 그리고 비장애중심성이 확고하게 남아 있는 사회에서 여성은 실제로 장애나 질병이 있다고 예측되는 태아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기 어렵다. 어떠한 사회적 지지와 지원도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나 질병이 있는 배아와 태아를 선별할 수 있는 방법만을 기술적 진보로서 제시해주는 것은 다시 한번 장애와 질병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 시키는 것이다. 의료전문가와 서비스 제공자, 그리고 국가는 오랫동안 내재되어온 비장애중심적 의료 관행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모든 개인이 재생산의료기술의 사용과 관련된 결정을 실질적 정보에 근거하여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제까지 산전진단과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의 사용이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 그리고 그것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는 모두 재생산 정의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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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음파 검사는 2007년 조사 결과 정상임산부 10회, 고위험임산부 12.5회를 실시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유럽, 일본 등 국가에서는 2~3회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박문일 외, 2008).

2) 의사가 산전진단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여러 사례들이 알려져있다. 예를 들어 손해배상(의) [대법원 1999. 6. 11., 선고, 98다22857, 판결]의 경우 의사의 과실이 아닌 것으로 결정되었는데 대법원은 다운증후군의 경우 인공임신중절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적법한 낙태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3) 예를 들어 2020년 동대문구의 “임산부 태아 기형아 검사 및 풍진검사 지원” 사업의 경우, 사업 목표를 “선천성 기형아 예방을 위해 관내 임산부를 대상으로 태아 기형아 검사와 풍진검사를 무료로 실시하여 태아 이상 여부를 조기 발견·대처함으로써 모자 건강증진에 기여”한다고 제시했지만 이는 실제로는 기형아 예방 사업이 아니라 기형아 선별 인공임신중절 사업이다.

4) 재생산의 위계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조항은 「모자보건법」 제14조의 인공임신중절허용사유이다. 2019년 형법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인하여 이 조항 역시 곧 개정될 예정이지만, 이제까지 모자보건사업이 장애나 질병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전제로 두고 이루어져 왔던 역사에 대한 성찰이 선행하지 않는다면 단지 ‘우생학’이라는 용어가 삭제되는 것 자체가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5) 이 조항은 1999년에 삭제되었다.

6) 한국사회에서 보조생식기술(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ies)은 난임시술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보조생식기술 중 하나인 체외수정(IVF: in vitro fertilization)은 채취된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을 시키고, 수정된 배아를 다시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성관계를 통해 임신에 이르기 어려운 여러 경우에―예를 들면 난관에 문제가 있거나 정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 체외수정기술의 발전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술로서 난임부부에게 희망을 주는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불임’이라고 진단되어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난임’이라는 새로운 분류 체계 속에 속하게 되었으며, 이제 비자발적인 무자녀 상태는 적절한 의료적 개입을 통해 고치고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또한 제3자 생식세포 공여를 통한 체외수정 임신이 가능해짐에 따라 과거에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여겨졌던 싱글여성 혹은 동성커플 역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됨으로써 ‘난임’이라는 정의와 범주가 확대 되어가고 있다.

7) https://nairobiprinciples.creaworld.org/

○ 참고문헌

김선혜, 「모성의 의무에서 재생산 권리로:[모자보건법]의 비판적 검토 및 개정방향 모색」, 『이화젠더법학 제12권 제2호』, 이화젠더법학, 1~44, 2020.

박문일 외, 『산전 검사 가이드라인 설정을 위한 기초조사』, 보건복지가족부, 2008.

손명세, 『부적절한 인공임신중절 예방사업 개발 및 법적 정비방안 연구』, 보건복지부, 2007. 황지성, 「선택과 권리를 넘어서 장애여성의 재생산권 확보를 위한 시론: 신체장애여성의 경험에 나타난 재생산 정치」, 『장애의 재해석 논문집』, 한국장애인재단, 149~213, 2011.

황지성, 「생명공학기술 시대의 장애와 재생산:‘선택권’과 ‘생명권’을 넘어 재생산의 정치로」, 『페미니즘 연구 제14권 제1호』, 페미니즘 연구, 229~254, 2014.

Porter, G & Smith, M., Preventing the selection of “deaf embryos” under the Human Fertilisation and Embryology Act 2008: problematizing disability?, New Genetics and Society, 32(2), 171~189. 2013.

Savulescu, J., Education and debate: Deaf lesbians, "designer disability," and the future of medicine. BMJ (Clinical research ed.), 325(7367), 771~773, 2002.

Soini, S., 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 (PGD) in Europe: diversity of legislation a challenge to the community and its citizens. Med. & L., 26, 309. 2007.

* 필자 소개 _ 김선혜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기획운영위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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