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피해자 유족,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
오늘 정부안 국회 제출·29일 법사위 논의… “반드시 연내 제정되어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는 산재재난참사 피해자 유족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촉구하며 국회 앞 단식 농성이 시작된 지 22일 차인 28일, 장애인 노동자 고 김재순 씨의 아버지 김선양 씨 등 산재재난참사 유족 3인과 시민사회계가 국회 앞에서 추가 단식에 돌입했다. 이번 단식은 지난 12월 7일과 11일, 노동계와 산재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또다시 확장된 농성이다.
이날 단식농성에 돌입한 유족들은 고 김재순 씨의 아버지 김선양 씨, CJ 진천고교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씨의 어머니 강석경 씨, 그리고 청년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씨의 누나 김도현 씨다. 이와 함께 현린 노동당 대표, 김태연 변혁당 대표, 이진숙 충청남도 인권위원회 위원장이 함께 단식을 결의했다. 이들은 내년 1월 8일에 종료하는 국회 임시회기 날까지 단식 농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선양 씨의 아들 고 김재순 장애인 노동자는 지난 5월 22일, 광주 조선우드 공장에서 홀로 합성수지 파쇄기에 올라가 폐기물을 제거하던 중 미끄러져 빨려 들어가 ‘다발성 분쇄손상’으로 사망했다. ‘2인 1조’ 작업이 지켜지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비상 정지 리모컨도 없었으며, 관리감독자가 유해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의무도 준수하지 않은 전형적인 산재 사고였다. 김재순 노동자는 25살의 중증 지적장애인이었지만, 어떠한 근로지원도 받지 못했다.
이에 조선우드 사업주는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되었지만, 지난 11월 2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죄는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유족 배상 협의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차 재판은 1월 15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날 오전 10시 단식농성을 알리는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김선양 씨는 “오늘로 우리 재순이가 젊은 삶을 처참하게 마감한 지 221일째다. 그러나 조선우드 사업주는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진심 어린 사죄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재순이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사업주의 언행과 행동을 알리는 일만이 아니라, 산재는 기업에 의한 살인범죄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싸울 것이다”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또한 김 씨는 비마이너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인 재순이는 산재로 죽었으며, 저 또한 일하다가 산재로 인해 장애인이 되었다”라며 “처음 재순이에게 사고가 났을 때는 빨리 문제해결이 될 줄 알았는데, 조선우드 사업주는 가면 갈수록 더욱 뻔뻔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여전히 재순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한다. 다른 산재 피해자 유족들과 함께 활동하다 보니, 다시는 또 다른 유족들이 생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김재순 노동자는 지적장애인이었지만, 지역 장애인고용공단(아래 공단)으로부터 근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선양 씨는 “사업주는 노동자가 장애인임을 알게 되면 이리저리 악용한다.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히면 최저임금도 안 주려고 하면서 오히려 장애인을 채용했다고 생색낸다. 그런데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산재사고가 났을 때 미리 장애여부를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다”면서 “재순이도 장애인 노동자로서 공단에 등록이 되었다면 공단이나 지역사회 장애인 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나아가 김 씨는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논의에 대해 답답함을 표했다. 그는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건 단독으로 법안 통과를 시키면서,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은 10만 명이 국민청원 발의했음에도 유독 야당인 국민의당과 경제계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둘러싸고 국회에서는 오가는 말은 많지만, 실질적인 제정 논의는 이제야 시작되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마침내 법안소위를 열고 심의를 시작했으며, 오늘(28일) 법무부로부터 정부안을 받아 29일 열리는 소위에서 법 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민주는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1월 8일 전까지 법 제정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불과 12일밖에 남지 않아 어려움이 예상된다.
법 제정을 촉구하는 투쟁을 하는 도중에도 매일같이 노동자들의 산재로 인한 죽음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날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며칠 전 한진택배에서 일하던 배달 노동자는 눈을 뜬 채 쓰러져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안전장치 없는 일터에서 떨어지거나 끼어 죽을 뿐 아니라 과로로 죽고 괴롭힘으로 죽는다. 사람이 죽어도 기업주는 불이익을 받지 않기에 죽음은 반복된다”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의 안전조치 미비로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처벌 등 불이익을 분명히 하는 법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본회의에서 제대로 된 법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라며 법 제정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