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여러 차례 면담했지만, “확인했다”는 답만 반복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향해 정책면담 요구
오 후보 캠프, 정책요구안 받아 갔지만 면담은 ‘글쎄’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승차해 지하철 한 칸을 점거하고 열차 내에 현수막을 붙였다. 현수막에는 '장애인 이동권 즉각 보장하라'라고 적혀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승차해 지하철 한 칸을 점거하고 열차 내에 현수막을 붙였다. 현수막에는 '장애인 이동권 즉각 보장하라'라고 적혀있다. 사진 하민지
활동가들은 열차 안 곳곳에 피켓을 붙였다. 피켓에는 '장애인버스 증차계획 이행하라', '지역 간 차별 철폐하라', '서울시는 마을버스, 중저상버스 100% 도입계획 수립하라', '서울시는 2022년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 1동선 100% 설치하라' 등의 문구가 쓰여있다. 사진 하민지
활동가들은 열차 안 곳곳에 피켓을 붙였다. 피켓에는 '장애인버스 증차계획 이행하라', '지역 간 차별 철폐하라', '서울시는 마을버스, 중저상버스 100% 도입계획 수립하라', '서울시는 2022년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 1동선 100% 설치하라' 등의 문구가 쓰여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서울시의 이동권 보장 약속’ 이행을 재차 촉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등 활동가 70여 명은 12일 오후 2시 30분,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지하철 타기 직접 행동’을 했다.

이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가 있는 서울시 영등포구 극동VIP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에게 정책면담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활동가들은 여의도역에서 하차해 오세훈 후보 선거사무소로 향했다. 사진 하민지
활동가들은 여의도역에서 하차해 오세훈 후보 선거사무소로 향했다. 사진 하민지

- 서울시, 약속 안 지키고 면담만 주야장천… 장애인 “더는 기다릴 수 없다”

지난달 10일 장애인활동가 100여 명은 당고개역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이동권 보장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지하철역마다 내리고 타기를 반복했다. 당고개역에서 서울역까지 도착하는 데 2시간 30분이 걸린 투쟁이었다. 이때의 투쟁으로 서울시청과의 면담이 성사됐지만, 서울시는 여러 차례 면담에도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장애계와 약속한 것은 저상버스 도입과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다.

서울시는 2015년, ‘장애인 이동권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선언에 따르면 2025년까지 서울 시내에 저상버스가 100% 도입돼야 한다. 서울시가 세운 ‘제3차 서울시 교통약자편의증진계획’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버스의 75%다 저상버스로 바뀌어야 한다. 작년 기준 서울시 저상버스 도입률은 58%(4,180대)다. 서울시가 목표한 75%를 위해서는 22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2021년 서울시 본 예산에 이 예산은 누락됐다.

또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예산도 누락됐다. 서울시는 장애인 이동권 선언을 통해 2022년까지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약속했다. 2022년까지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278개 역 중 23개 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올해 23개 역 중 13개 역에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또한 편성되지 않았다.

한명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실장은 “지난달 10일, 1차 이동권 투쟁 이후 서울시청과 면담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청은 ‘확인하고 있다’는 말만 계속 되풀이하고 구체적으로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 건지에 대한 답변은 받지 못한 상태다”라며 오늘 투쟁의 배경을 설명했다.

서기현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서울시는 이미 약속을 지켜야 했다. 하지만 예산이 없다고 하면서 약속을 자꾸 뒤로 미룬다”며 규탄했다. 추경진 탈시설장애인당(當) 서울시장 노동권 후보도 “장애인이 이동권 투쟁한 지 20년이 됐다. 그런데 올라타기만 해도 무서워서 손이 후들거리는 살인기계 리프트가 아직도 있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 서울시는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경찰 수백 명이 활동가들을 둘러싸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활동가들은 줄지어서 오세훈 후보 선거사무소로 향했다. 사진 하민지
경찰 수백 명이 활동가들을 둘러싸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활동가들은 줄지어서 오세훈 후보 선거사무소로 향했다. 사진 하민지
활동가들이 오세훈 후보 선거사무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 하민지
활동가들이 오세훈 후보 선거사무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 하민지

 

- 오세훈 캠프에 정책요구안 전달, 면담 가능성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장애인활동가들은 3시경 여의도역에 도착해 오 후보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 앞으로 향했다. 여의도역에 엘리베이터가 한 대밖에 없어서 휠체어 이용자 수십 명이 줄지어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했다. 여의도역에서 3시에 하차해 역사 밖 지상으로 모두가 나오기까지 약 한 시간이 걸렸다.

활동가들이 오 후보에게 정책요구안을 전달하고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선거사무소 건물 앞에 도착하자 경찰은 건물 입구를 에워싸며 진입을 막았다. 경찰의 감시와 채증 속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주현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이제 우리는 서울시장 후보자들에게 예산을 확보할 의지를 강하게 심어줘야 한다. 우리의 요구를 실현할 의지 없이는 서울시청 6층 시장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비기(비장의 도구)를 하나 알려드리겠다.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100% 저상버스로 교체하겠다고 약속해 달라.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즉각 설치하겠다고도 약속해 달라. 이게 오 후보가 다시 서울시장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관희 전 서울시의회 의원(왼쪽)이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공동대표(가운데),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오른쪽)로부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장애인정책 요구안'을 받고있다. 사진 하민지
류관희 전 서울시의회 의원(왼쪽)이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공동대표(가운데),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오른쪽)로부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장애인정책 요구안'을 받고있다. 사진 하민지

기자회견 도중 오세훈 후보 캠프에서 선거사무장을 맡고 있는, 류관희 전 서울시의회 의원이 기자회견 장소에 방문했다. 류 전 의원은 정책요구안을 받아들고 “오 후보가 바빠서 대신 나왔다. 소중한 정책요구안을 주셔서 감사하다. 캠프 정책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담까지 진행될 수 있겠냐는 물음에는 “물리적으로 (오 후보가) 너무 바쁘다. 17일과 18일에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가 시작된다. 이후 바로 선거운동이 시작된다”며 면담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쳤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앞으로 서울시장 후보들을 찾아 서울시 이동권 약속 이행과 정책면담을 계속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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