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4개월째 수십 번 면담요청
11개 장애인정책안도 두 번 전달했지만
오세훈, 묵묵부답으로 일관
부실한 장애인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장애계는 지난 1월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정책면담을 요청했다.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오 시장의 선거사무소가 있던 영등포구 극동VIP빌딩 앞에서 기자회견도 수차례 열었다. 정책요구안은 두 번을 전달했고 그 중 한 번은 오 시장이 직접 받아갔다.
오 시장 캠프에서 장애인정책을 담당하던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과 사전면담 형식의 자리를 갖긴 했지만 오 시장과의 직접 면담은 단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고, 두 번을 받아간 정책요구안 검토 여부에 대해서도 연락이 없는 상태다.
이에 장애계는 오 시장이 면담에 나서고 11개 장애인정책을 수용할 때까지 강경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등 장애인권단체는 9일 오후 2시부터 광화문사거리의 버스정류장과 그 앞 차로를 점거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탈 수 없는 ‘차별버스(저상버스가 아닌 계단버스)’를 규탄했다. 현재 서울시 저상버스 도입률은 58%로 장애인은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3시부터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이 당장 정책면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자주 만나자”던 오세훈, 왜 정책면담 요청 무시하나
장애인권단체 활동가들은 2시부터 광화문사거리의 주요 버스정류장을 점거했다.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대표, 서기현 서울장차연 공동대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장애인이 탈 수 없는 ‘차별버스’를 세우고 버스와 몸을 쇠사슬로 묶었다. 다른 활동가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점거한 버스와 정류장 등 곳곳에 붙였다.
이형숙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왜 버스를 점거했는지 설명했다. 이 회장은 “오늘도 시민분들께 많은 욕을 먹었다. 하지만 우리는 버스를 점거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내 버스 중 절반이 아직도 계단이 있는 ‘차별버스’다. 서울시가 2025년까지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안 지키고 있다. 우리는 약속을 지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이 회장은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 ‘탈시설지원법·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장에서 오 시장을 만난 적 있다. 이 회장은 오 시장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오 시장이 당시 나에게 ‘자주 만나자’라고 했다. 그래서 11대 장애인정책안을 들고 시청 앞으로 왔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한 “이 정책안은 몇 명의 장애인을 위한 게 아니다. 서울에 사는 39만 장애인과 모든 서울시민을 위한 것이다. 오 시장이 정책안에 응답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외쳤다.
김주현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대표 또한 강경한 투쟁을 예고했다. 김 대표는 “오 시장의 목적이 대선이라면 장애시민의 의견을 들으셔야 한다”면서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면 대권은 물론 짧은 임기마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강하게 투쟁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장애인권단체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포괄적 재난 지원체계 마련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지원 조례제정 및 개인별 지원강화 △최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및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강화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서울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및 기반확대 △장애인 평생교육권 보장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장애인 문화권 확보를 위한 지원체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장애여성 인권보장 △장애인주치의 제도 등 건강권 보장 등 11개의 정책안을 서울시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