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억 원 예산 들여 인천시청 신관 개청했지만 ‘장애인화장실’ 없어
인천시, 올해부터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 “탈시설 기조 역행”
420인천공투단, 인천시 진정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인천 만들어야”

420인천공투단이 6일 오후 2시, 인천시청 신관 앞에서 장애인화장실을 마련하지 않은 인천시를 규탄하며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420인천공투단
420인천공투단이 6일 오후 2시, 인천시청 신관 앞에서 장애인화장실을 마련하지 않은 인천시를 규탄하며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420인천공투단

인천시 장애인들이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앞두고, 인천시의 장애인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을 선포했다. 이와 함께 인천시청 신관에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은 인천시를 규탄하며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420 장애인차별철폐 인천공동투쟁단(아래 420인천공투단)은 6일 오후 2시, 인천시청 신관 앞에서 420인천공투단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3월 29일 인천광역시청(아래 인천시청) 신관이 개청했다. 인천시는 260억 원의 예산으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민간 건물인 신영구월지웰시티 오피스동의 5층부터 16층을 매입했다. 신관에는 여성가족국장·노동정책과·교통정책과를 비롯해 총 31개 부서가 들어섰으며, 622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청 신관에는 정작 장애인화장실이 없다. 인천시청이 입주한 신영구월지웰시티는 주상복합건물로 오피스동과 상가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따라서 오피스동 5층부터 16층에 있는 인천시청에서 장애인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간 뒤, 연결 통로를 통해 옆 상가동 2층·3층에 있는 장애인화장실로 가야 한다. 다시 인천시청으로 돌아오려면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해당 건물에 장애인화장실이 없는 이유는 처음 설계될 당시 오피스동과 상가동을 하나의 건물로 인식해 장애인화장실 개수를 세어서, 최소한의 법적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420인천공투단은 “인천시청 신관은 인천시의 장애인 차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래 지자체의 가장 어이없는 장애인차별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노하며,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장애인화장실을 마련하지 않은 인천시를 인천시 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청 총무과 관계자는 비마이너와의 전화통화에서 “인천시가 올해 민간 건물을 매입했기 때문에 2년 전 건물의 설계과정에 개입할 수 없었다. 오피스동 1층에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천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 직원의 화장실 이용에 대해 “장애인 직원은 별말이 없었다. 현재 비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령 오피스동 1층에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되더라도 화장실 이용을 위해 장애인은 5층부터 16층에 위치한 인천시청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까지 내려와야 한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인천장차연) 사무국장은 “인천시청은 지금 있는 화장실을 개조해서 장애인화장실로 쓰겠다고 하지만, 화장실이 너무 좁아서 장애인이 이용하기엔 불편하다. 또한 1층에 화장실을 설치한다면 신관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직원에게는 여전히 차별이다”라며 “신관 5층부터 16층까지 적어도 두 개의 장애인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인천시청 신관 건물에 ‘건물을 짓기 전에 휠체어 장애인들의 편의시설을 먼저 생각하면 좋겠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 꼭 설치되도록 법 바꿔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사진 제공 420인천공투단
인천시청 신관 건물에 ‘건물을 짓기 전에 휠체어 장애인들의 편의시설을 먼저 생각하면 좋겠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 꼭 설치되도록 법 바꿔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사진 제공 420인천공투단

인천시, 탈시설 논의 없이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 직접 운영

나아가 420인천공투단은 탈시설 5개년 계획을 수립한 인천시가 도리어 장애인 거주시설을 신규로 설치하여 위탁 운영하고 있어, 탈시설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인천시는 올해 1월부터 인천시사회서비스원(구 인천복지재단)을 통해 장애인거주시설인 ‘미추홀 푸르내’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해당 시설은 인천시에 위탁되기 전, 조건부 신고를 통해 개인운영시설 형태로 사단법인 함께걷는길벗회가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추홀구 재개발 사업으로 거주공간이 없어지게 되자, 인천시·미추홀구·시설법인이 협상을 통해 인천시가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임수철 인천장차연 공동대표는 “인천시, 미추홀구, 시설법인이 내세운 논리는 ‘거주인 인권을 위해 공공성을 확보하여 새로운 시설을 만든다’는 건데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라며 “장애계는 탈시설 계획을 세우고 거주인을 단계적으로 자립지원하자고 말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논의가 중단된 와중에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버렸다. 현재 인천시의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답보 상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420인천공투단은 미추홀 푸르내 거주인 전원이 자립생활 할 수 있도록 시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운영주체가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인만큼 다른 곳보다 탈시설 정책을 수월하게 진행하여 시설 폐지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거주인 전원이 자립생활을 할 때까지 신규입소를 금지하고, 전원 탈시설 후에는 거주시설을 장애인 학대피해 쉼터와 같은 기관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 열악한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도 함께 사는 통합 환경 구축 촉구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역사회 통합 환경 구축을 위한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인천시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2019년 기준 19.3%로 7대 광역시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장애인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인화 민주노총 인천본부 본부장은 “인천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는 장애인, 장애인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그리고 장애인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있다. 그러기에 민주노총은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해 함께 하는 주체”라면서 “6~7년 전 인천시가 빚을 갚지 못해서 이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는데, 이제 인천시의 재정자립도는 전국에서 3위라고 한다. 그런데도 저상버스 도입률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인천시는 재정자립도 3위 위상에 맞게 장애인 정책 이행을 위한 예산을 도입하라”라고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한 기본계획안 또한 부재하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의 경우, 2019년에 매년 2개소씩 확대하겠다던 장애계와의 약속을 깨고 2년간 1개소만 설치했다. 

김윤경 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 부회장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발달장애인은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책 없이 시간만 흐르는 게 한스럽고 속상하다”라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잘하겠다던 인천시의 약속을 믿었던 것에 반성한다. 앞으로도 장애인과 그 가족이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420인천공투단은 △탈시설·자립지원 체계 강화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통합환경 구축 △장애 친화적 지역사회 구축 등 3대 주제를 골자로 총 23개의 요구안을 인천시에 제출했다. 

420공투단 
신영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420인천공투단 요구안을 인천시에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420인천공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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