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 약속
하지만 올해 저상버스 관련 예산 누락
오세훈 후보 “저상버스 조기도입하겠다” 애매한 공약
장애계 “조기도입 필요 없고 100% 도입 약속 지켜라”

박경석 이사장이 버스와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었다. 박 이사장은 오세훈 후보를 향해 차별없는 장애인 이동권을 완전히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이 버스와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었다. 박 이사장은 오세훈 후보를 향해 차별없는 장애인 이동권을 완전히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하민지
버스와 자신을 쇠사슬로 묶은 박 이사장의 뒷모습. 사진 하민지
버스와 자신을 쇠사슬로 묶은 박 이사장의 뒷모습. 사진 하민지

4·7 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장애계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장애인 이동권 완전 보장을 촉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계는 8일 오전 8시, 서울시 종로구 ‘종로1가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 두 대를 점거하고, 오 후보가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선언’을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버스 타기 직접행동’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2015년, ‘장애인 이동권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5년까지 서울 시내에 저상버스를 100% 도입해야 한다. 또한 서울시가 세운 ‘제3차 서울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버스의 75%가 저상버스로 바뀌어야 한다. 작년 기준 서울시 저상버스 도입률은 58%(4,180대)다. 서울시가 목표한 75%를 위해서는 22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2021년 서울시 본예산에 이 예산은 누락됐다.

오 후보는 이에 관해 ‘저상버스 조기도입’이라는 애매한 공약을 내건 상태다. 이 공약은 오 후보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2010년 6·2 지방선거 때도 내건 바 있다. ‘언제까지 몇 퍼센트를 도입하겠다’는 구체성이 떨어지는 공약을 11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이에 장애계는 오 후보를 향해 “저상버스 조기도입이 아니라 2025년까지 100% 도입 약속을 이행하라”라며 촉구하고 나섰다.

이형숙 공동대표가 '차별버스'를 멈춰 세우고 버스 기사에게 휠체어 이용자인 자신이 버스에 탈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일부 시민은 출근길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이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 뒤로 비장애인 활동가와 시민, 경찰이 서 있다. 사진 하민지
이형숙 공동대표가 '차별버스'를 멈춰 세우고 버스 기사에게 휠체어 이용자인 자신이 버스에 탈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일부 시민은 출근길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이 대표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 대표 뒤로 비장애인 활동가와 시민, 경찰이 서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계는 저상버스가 아닌 버스를 ‘차별버스’라고 이름 붙였다. 이형숙 2021 서울시장 보궐선거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정류장으로 ‘차별버스’가 오자, 서울시민을 향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 버스를 탈 수 없다. 서울시민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호소했다. 한 시민이 “왜 우리의 출근길을 방해하냐”고 따져 묻자 이 공동대표는 “나도 출근하는 길인데 나는 버스 한 번 타려면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 공동대표는 버스 앞문에 올라타 점거한 후 “오십 평생 장애인으로 살면서 버스를 제대로 타 본 적이 없다. 더는 서울시를 용서할 수 없다. 이제는 저상버스 100% 도입 약속을 지켜 달라”라고 성토했다.

박 이사장이 점거한 버스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 약속하라’, ‘차별 없는 장애인 이동권 완전 보장! 마을버스 100% 저상버스 도입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사진 하민지
박 이사장이 점거한 버스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2025년까지 저상버스 100% 도입 약속하라’, ‘차별 없는 장애인 이동권 완전 보장! 마을버스 100% 저상버스 도입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사진 하민지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버스와 자신의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었다. 사진 하민지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버스와 자신의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었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이 공동대표와 다른 버스를 점거했다. 버스 앞문과 자신의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은 박 이사장은 “차별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 권리는 헌법적 권리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 시내버스 절반은 비장애인만 탈 수 있는 ‘차별버스’다. 이 버스는 더는 운행돼선 안 된다. 오 후보가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선언을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오 후보의 ‘장애인 LPG 소비세 감면’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요금 조금 깎아준다는 건 구시대적인 정책이다. 돈 몇 푼 가지고 우리를 거지새끼로 만들지 말라. 우리가 원하는 건 모두가 평등하게 자신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다. 차별버스 철폐하고 누구나 버스 탈 수 있어야 평등한 사회다. 오 후보는 평등한 서울시를 위해 차별받는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점거는 오전 8시에 시작해 9시 30분경 마무리됐다. 장애계는 당선이 유력한 오 후보가 저상버스 100% 도입을 약속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규식 공동대표, 박경석 이사장, 이형숙 공동대표가 점겋나 차별버스 앞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규식 공동대표, 박경석 이사장, 이형숙 공동대표가 차별버스 앞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