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집 시설평가 연속 F등급, 폐쇄된 송전원과 비슷한 최하위 점수
복지부 ‘미신고시설 단속, 복지부 할 일 아니다’ 발뺌
평택시 징계사유에서 드러난 관리·감독 의무 소홀

지난해 3월, 중증 지적장애인 김경민(가명)이 평택의 미신고시설 ‘평강타운’에서 활동지원사에게 폭행당해 사망했다. 피해자는 개인운영시설 사랑의집에 입소했으나, 사망 당시에는 바로 옆 미신고시설에서 지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신고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시설 거주자’로 분류되지 않기에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랑의집 원장은 이러한 점을 파고들어 활동지원사를 미신고시설 직원처럼 활용해왔다. 현재 활동지원사는 죄를 인정받아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지난 2월 피해자의 유족들이 국가·지방자치단체, 시설 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1월 11일 세 번째 변론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피고 대한민국은 미신고시설 장애인 사망에 대한 책임, 미신고시설 관리·감독 소홀에 관한 책임이 모두 없다고 답했다. 비마이너는 국가와 평택시가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와 준비서면을 입수해 따져 봤다.

평택 사랑의집은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거주시설(아래 거주시설)로 분류되고, 장애인복지법 제9조, 제59조의 10, 사회복지사업법 제51조 등에서는 국가의 거주시설 관리·감독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와 평택시는 모두 ‘책임이 없다’고 답했다.  

장애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신고시설 평강타운과 개인운영시설 사랑의집이 파란색 한 지붕 아래 있는 모습. 그 옆에는 커다란 송전탑 하나가 세워져 있다. 사진 비마이너 DB
장애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신고시설 평강타운과 개인운영시설 사랑의집이 파란색 한 지붕 아래 있는 모습. 그 옆에는 커다란 송전탑 하나가 세워져 있다. 사진 비마이너 DB

- 사랑의집 시설평가 연속 F등급, 폐쇄된 송전원과 비슷한 최하위 점수

2016년과 2019년 사랑의집은 시설평가에서 F등급을 받았다. 시설평가는 3년마다 한 번씩 이뤄지는데, 평가기준은 ①시설환경 ②재정조직 ③인적자원관리 ④프로그램 서비스 ⑤이용자 권리 ⑥지역사회 관계 등 6개이다. 

복지부가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2016년 사회복지시설 평균 D나 F등급을 받은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자료에 따르면 사랑의집은 2016년 시설환경(B), 지역사회 관계(D)를 제외한 나머지 4개 항목에서 모두 F를 받아, 최종 F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답변서에서는 시설평가가 낮다는 이유로 ‘시설에서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해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상당한 우려가 있음’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2016년 F등급을 받았을 때 어떤 조치가 취해졌을까. 답변서에 따르면 당시 평가대상 장애인공동생활가정 571곳 중 141곳(24.7%)이 D, F등급 평가를 받았다. 복지부는 D, F등급을 받은 시설에 대해서 품질관리컨설팅과 역량강화 교육을 시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복지부가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2017~2020 역량강화교육 참여자 명단’에 평택 사랑의집은 없다. 역량강화교육은 3시간 30분가량의 교육을 듣는 것인데 사랑의집에서는 이마저도 참석하지 않았다. 품질관리컨설팅 관련해서는 2017년 9월, 복지부는 사랑의집 직원이 이를 받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답변서에 따르면 “(당시) 평가결과 D, F등급 시설이 많아 컨설팅을 집합교육으로 실시”했다. 거주시설에 직접 가보지도 않고 품질관리컨설팅을 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관리부실로 사랑의집 평가점수는 3년 뒤 더 나빠졌다.

사랑의집은 2019년 6개 분야에서 모두 F를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혜영 의원실이 제공한 ‘2016년~2020년 인권영역 0점을 받은 시설 명단 및 내역(장애인 관련 시설)’에 따르면 사랑의집은 인권영역 0점인 시설로 꼽혀 1차 개선명령을 받았다. 인권영역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2016년~2020년 인권영역 0점을 받은 시설 명단 및 내역(장애인 관련 시설)’. 사랑의집은 최하위권인 30.6점을 받았다. 인권영역 점수가 0점이면서 사랑의집보다 점수가 낮은 곳은 제2의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서울시 도봉구 송전원(23.9점) 한 곳뿐이다. 송전원은 거주인에 대한 상습적인 욕설, 폭행, 학대, 장애여성 성추행, 강제 피임 등 인권침해가 불거져 2016년 12월 폐쇄됐다. 사진 최혜영 의원실 제공 자료
‘2016년~2020년 인권영역 0점을 받은 시설 명단 및 내역(장애인 관련 시설)’. 사랑의집은 최하위권인 30.6점을 받았다. 인권영역 점수가 0점이면서 사랑의집보다 점수가 낮은 곳은 제2의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서울시 도봉구 송전원(23.9점) 한 곳뿐이다. 송전원은 거주인에 대한 상습적인 욕설, 폭행, 학대, 장애여성 성추행, 강제 피임 등 인권침해가 불거져 2016년 12월 폐쇄됐다. 사진 최혜영 의원실 제공 자료

같은 자료에 따르면 사랑의집은 그중에서도 최하위권인 30.6점을 받았다. 인권영역 점수가 0점이면서 사랑의집보다 점수가 낮은 곳은 제2의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서울시 도봉구 송전원(23.9점) 한 곳뿐이다. 송전원은 거주인에 대한 상습적인 욕설, 폭행, 학대, 장애여성 성추행, 강제 피임 등 인권침해가 불거져 2016년 12월 폐쇄됐다. 폐쇄된 시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은 시설평가를 받았지만 조치는 매우 안일했다.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아래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인권항목에 대한 점수가 0점이라는 것은 거주인이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역량강화교육이나 품질관리컨설팅이라는 보편적인 후속조치가 아닌, 즉각적인 제재조치가 필요했다”라고 비판했다.   

국가와 평택시가 안일하게 대응하는 사이, 인권 사각지대에서 김경민은 활동지원사에게 맞아 죽었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후속조치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장애인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2019년 F등급을 받고 후속조치가 이뤄지기 전 사망사건(2020년 3월)이 발생했기에 책임이 없다”고 회피하는 방법을 택했다.  

또 “평가결과가 F등급이라고 해서 이 사건 시설에 대한 불법적인 운영이 확인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인권수준이 낮은 시설에 대한 복지부의 안일한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처럼 허술한 시설평가 후속조치로 2회 연속 D·F 등급을 받은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80곳 중 57곳(71%)에 달한다. 

- 미신고시설 단속, 복지부가 할 일 아니다 발뺌 

국가는 사랑의집과 한 몸처럼 붙어 있었던 미신고시설 평강타운 운영에 대해서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준비서면에서 “2016년 평가대상이 된 시설은 신고시설인 ‘사랑의집’이고, 사망사고가 발생한 미신고시설은 평가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평가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권침해를 예견할 수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답변서에는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이 장애인시설의 존재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것 자체를 두고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라 볼 수 없다”라며 “전국에 소재하는 모든 장애인복지시설과 미신고 장애인시설의 불법행위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상식적으로 과도한 부담”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2021년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아래 사업안내)에서는 미신고시설 관리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복지부는 미신고시설을 ‘불법시설’이라고 칭하며,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고 설명한다. 미신고시설을 운영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고도 밝히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미신고시설을 신고시설로 전환하는,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는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지만, 미신고시설에 대한 책임 소재가 어디인지 확실하게 가리키는 대목이다.

실제로 복지부 관계자는 김경민 사망 이전부터 각 지자체에 미신고시설 전수조사 공문을 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신고시설 단속에 대한 복지부의 의무 이행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복지부가 제공한 ‘연도별, 미신고 복지시설 유형별 적발 및 조치현황(2018~2021)’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곳, 2020년 9곳, 2021년에 1곳 등 총 12곳(거주인 92명)이 미신고시설로 적발됐다. 이 중 시설이 폐쇄된 곳은 6곳에 불과하며, 4곳은 거주인이 다른 시설로 전원됐거나 보호자에게 인계되었고, 2곳은 신고시설로 등록됐다. 사진 복지부 제공 자료
복지부가 제공한 ‘연도별, 미신고 복지시설 유형별 적발 및 조치현황(2018~2021)’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곳, 2020년 9곳, 2021년에 1곳 등 총 12곳(거주인 92명)이 미신고시설로 적발됐다. 이 중 시설이 폐쇄된 곳은 6곳에 불과하며, 4곳은 거주인이 다른 시설로 전원됐거나 보호자에게 인계되었고, 2곳은 신고시설로 등록됐다. 사진 복지부 제공 자료

복지부가 제공한 ‘연도별, 미신고 복지시설 유형별 적발 및 조치현황(2018~2021)’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곳, 2020년 9곳, 2021년에 1곳 등 총 12곳(거주인 92명)이 미신고시설로 적발됐다. 이 중 시설이 폐쇄된 곳은 6곳에 불과하며, 4곳은 거주인이 다른 시설로 전원됐거나 보호자에게 인계되었고, 2곳은 신고시설로 등록됐다. 이러한 사실을 복지부는 단 한 차례도 공표하지 않았는데, 담당 공무원은 “특별히 숨기지 않고 있다. 다만 공개 요청을 하는 곳이 없었다”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 공무원은 “수급비 신청하는 주소지 등을 봤을 때 지자체에서 미신고시설의 존재를 모르기 어렵다. 교회를 비롯한 종교시설로 신고해놓고 미신고시설로 운영하는 곳들이 실제 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국가와 지자체가 미신고시설을 찾아내려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 지자체 징계사유에서 드러난 관리·감독 의무 소홀

반면 답변서에는 “미신고시설인 평강타운을 피고 김 원장이 개인이 거주하는 개인주거시설로 가장하고 철저히 은폐하는 상황에서, 지도점검을 하는 담당공무원들은 이 사건 미신고시설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이었다. 이는 지난해 11월 3일 공무원 두 명에 대한 평택시 인사위원회의 징계 이유에서도 자세히 밝혀져 있다. 담당 공무원 두 명은 장애인복지법 등에 따라 반기별로 1번씩 거주시설 지도점검을 해야 하지만, 2017년·2019년에는 1년에 1번밖에 하지 않았다. 2018년에는 아예 지도점검을 나가지 않았다. 또 2019년에는 사랑의집에서 인권지킴이단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징계는 가장 가벼운 ‘견책’에 그쳤다. 징계 감경 사유는 ‘사망 사건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이유였다.

평강타운에서 사망한 김경민(가명)의 동생 지인이 전해준 영상의 한 장면. 봉사자들이 사랑의집에 찾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거주인이 어림잡아 9명 정도다. 봉사자들이 자주 찾았던 사랑의집과 평강타운은 숨겨진 시설이 아니었다. 사진 유족 제공 영상 캡처
평강타운에서 사망한 김경민(가명)의 동생 지인이 전해준 영상의 한 장면. 봉사자들이 사랑의집에 찾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거주인이 어림잡아 9명 정도다. 봉사자들이 자주 찾았던 사랑의집과 평강타운은 숨겨진 시설이 아니었다. 사진 유족 제공 영상 캡처

평택시는 지도 점검의 미비뿐 아니라 미신고시설 단속 의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랑의집과 평강타운은 지역사회에서 봉사자가 많이 방문하는 시설이었다. 인터넷 포털에 ‘평택 사랑의집’이라고 검색하면, 지역에서 봉사자들이 빈번하게 드나들던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평택해경에서는 매년 후원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한 언론사의 사진에는 짧은 머리에 비슷한 옷차림을 한 거주인 10여 명이 함께 찍혀 있다. 사랑의집 정원은 6명인데, 그 두 배에 가까운 거주인이 있다는 정황이 고스란히 증거로 남아 있다. 이처럼 김 원장은 사랑의집과 평강타운의 존재를 전혀 숨기지 않았음에도 평택시는 오랜 시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모든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수용시설 정책과 그를 묵인하는 무관심 속에서 전국 곳곳에 사랑의집 김 원장과 같은 불법 미신고시설 운영자가 양산되고 있다. 미신고시설 운영자는 거주인 수급비 갈취, 보조금 횡령 등을 일삼으며 장애인을 인간이 아닌 ‘돈’으로 취급한다. 미신고시설을 묵인하고,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정하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사랑의집(평강타운) 재판과정에서 시설과 대한민국, 평택시는 마치 한 몸처럼 대응하고 있다”라며 “이는 지금까지 시설수용, 미신고시설 양성화 등 정부정책의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국가와 지자체는 잘못이 없다고 회피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시설수용 정책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랑의집, 사랑의교회, 평강타운은 같은 건물에 있었다. 사진 비마이너 DB
사랑의집, 사랑의교회, 평강타운은 같은 건물에 있었다. 사진 비마이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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