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고려 없는 방역체계
생활치료센터마저 문 닫아 갈 곳 없는 홈리스들
장애인은 휠체어 접근 안 돼 병원도 못 가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대응 방안 마련하라!”
코로나19 3년 차임에도, 재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기만 하다. 이에 장애인운동단체와 반빈곤운동단체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홈리스행동은 9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홈리스 등 취약계층에 대한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 확진된 홈리스에게 “1박에 40만 원 숙소 들어가라”
코로나19 확산세는 끝을 모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아래 중대본)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5만 명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장애인·홈리스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체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고시원이나 쪽방, 거리 등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는 재택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시원이나 쪽방은 부엌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생활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어려운 구조다. 거리 홈리스는 코로나19에 걸려도 누워서 쉴 곳조차 마땅치 않다.
정부는 이들을 생활치료센터로 배정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지난 6월 1일부로 생활치료센터마저 문을 닫았다. 지자체별로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유사시설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서울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홈리스야학에 다니는 ㄱ 씨도 코로나19에 걸려 보건소에 연락했다가, ‘생활치료센터 운영이 중단돼 따로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지 홈리스야학 학생회장은 “고시원에 돌아가 고시원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모두 감염시키라는 말인가? 아니면 고시원 방 안에 가만히 앉아서 화장실도 참고 배고픔도 참으라는 뜻인가? 에어컨도 없이 한두 평이 될까 말까 하는 방 안에서 일주일 동안 참고만 있으라는 건가?”라고 규탄했다.
주장욱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당시 보건소가 대안이라고 내놨던 것은 ‘위홈’이라는 민간 숙박 플랫폼을 이용해 숙소를 구하라는 이야기였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자가격리 숙소는 1박에 최소 5~6만 원, 많게는 30~40만 원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소독 비용이 수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최소 3~4박 아니면 일주일 단위의 예약만 받는 곳이 태반이었다”면서 “기초생활수급비로는, 아니 어지간한 벌이가 아니고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주 활동가는 “지난 2년간 홈리스들에게 매주 PCR 검사를 받게 했던, 그래야만 밥을 먹을 수 있게 했던 서울시는 유독 대책 마련에만 허술한 모습”이라면서 “‘고시원, 쪽방, 거리에도 사람이 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아플 수 있는 사람이고, 그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현실이 이제는 절망스럽다”고 개탄했다.
- 편의시설 없어 코로나 검사조차 못 받는 장애인들
장애인 역시 코로나19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우리나라에 코로나가 확산됐을 때 제일 먼저 죽어간 사람이 장애인이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여전히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것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장애인 확진자의 사망률은 약 2.61%로, 비장애인 확진자의 사망률 0.44%보다 6배가량 높다. 장애계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했지만,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수용시설 중심의 방역체계만이 지속됐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수미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는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됐었다.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한 결과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온 그는 PCR 검사를 시행하는 병원 두 군데에 전화했으나,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계단이 있어 휠체어 접근이 안 된다’, ‘엘리베이터는 있는데 검사실이 작아서 휠체어 진입이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이 활동가는 병원에서 검사조차 받을 수 없는 현실에 분노했다.
박주석 전장연 건강권위원회 간사는 “정부와 지자체는 계속해서 원스톱 진료기관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라고 하지만, 원스톱 진료기관에 대한 편의시설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아 장애인은 갈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일반의원 역시 90%가 넘는 의원이 편의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 간사는 보건복지부만 탓하며 선도적 대응에 나서지 않는 서울시를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는 계속해서 복지부의 지침보다 지자체가 앞서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각 지자체는 복지부보다 ‘선도적으로’ 예방적 코호트격리를 시행한 과오가 있다”면서 “서울시는 책임을 회피하고만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한 면담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서울시에선 담당 부서인 시민건강국 대신 총무과 직원이 면담 요청 공문을 받아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