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찾아 이재명 만난 전장연 “정치가 책임져달라”
서울역서 전장연 만난 정진석 “검토하고 면담하겠다” 응답
전장연, 연휴 끝난 13일에 ‘출근길 지하철 투쟁’ 예고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용산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만나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국회 책임을 당부하고 있다. 이 당대표 손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면담 요청 공문’이 들려 있다. 사진 강혜민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용산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만나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국회 책임을 당부하고 있다. 이 당대표 손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면담 요청 공문’이 들려 있다. 사진 강혜민 

장애인들이 추석 귀성객 인사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만나기 위해 용산역을 찾았다.

추석 연휴 전날인 8일 오전 10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용산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8월 30일,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그러나 전장연이 지난해 12월 3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투쟁을 하며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에는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각종 법률안도 계류되어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안)·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 장애인특수교육법·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등의 통과도 요구하고 있다.

추석 연휴 전날인 8일 오전 10시, 전장연은 용산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강혜민 
추석 연휴 전날인 8일 오전 10시, 전장연은 용산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강혜민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장애인권리예산과 관련해서 어처구니없는 예산을 국회에 올렸다. 장애인을 기만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겠다고 하는데 이런 말들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라면서 “관련 예산과 국회에 계류 중인 법들은 이제 국회의 몫이다. 시설에서 나오지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을 생각하며 정치가 책임질 수 있도록 투쟁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이곳에 오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는 문정길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센터에서 태워주지 않았다면 제가 사는 지역에서 대중교통으로는 여기 오기 어렵다. 저상버스도 없고, 시외로 나가는 버스도 두세 대밖에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포천시 내에서만 살아가고 있다”며 열악한 장애인 시외이동권의 현실에 대해 알렸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또한 “올해 추석에도 저희는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가 없어서 고향에 갈 수 없다. KTX 열차 또한 마찬가지다. 열차를 타면 뭐하나. 열차에 내려서 내 고향 집까지 갈 수가 없는데 어떻게 열차를 타겠나”면서 “윤석열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을 국회로 넘겼는데 이동권 예산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7일 내정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권 대표는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가 내정됐다고 한다. 권리예산 보장해달라고 했더니, 대통령보다 더 높다는 기재부 장관은 ‘나라 망한다’는 소리를 하는 게 대한민국 복지의 실상”이라고 질타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에 민주당·국힘, 응답은 했지만…

오전 10시 40분경, 이재명 당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합실에 나타났다. 이재명 당대표는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보자 손을 맞잡으며 대화를 나눴다.

박 대표는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번 정기 국회 때 정치가 꼭 좀 책임져달라. 작년부터 9개월째 지하철을 타며 요구하고 있다”면서 목에 걸고 있던 피켓을 손으로 가리켰다. 목에는 독일 나치 정권에서 예산을 이유로 장애인을 학살할 때 사용한 선전물(T4 프로그램)을 오늘날의 한국사회에 빗댄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박 대표는 “이것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자는 의미를 담은 그림”이라면서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가 “탈시설하자, 맞으시죠?”라며 알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자 박 대표는 “도지사 때도 (탈시설) 선언하셨다”고 응답했다. 이 대표는 “잘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특히 이번 정부 예산안에서 특별교통수단 운영비가 터무니없이 삭감된 현실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난 추경 때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1610억 원이 편성됐는데 (추경호 기재부 장관의 반대로) 통과가 안 됐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내년도 예산안으로 237억 원을 편성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숫자다. 장애인도 이동하게 해달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장애인도 함께 사는 세상이다”라고 말하면서 현수막과 함께 줄지어 서 있는 전장연 활동가들의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이재명 당대표의 손을 꼭 붙잡고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이재명 당대표의 손을 꼭 붙잡고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한편, 같은 날 오후 4시 5분경에는 귀성객을 맞이하기 위해 서울역에 온 국민의힘 의원들을 찾아가 만났다. 이날 현장에는 정진석 비대위원장,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왔다. 박 대표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해 이야기하며 당 대표 면담 요청서를 전하자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내용 잘 알고 있다.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면담하겠다는 답을 들었다”면서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예산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국회에 장애인권리예산과 입법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추석 연휴가 끝난 오는 13일에 36차 출근길 지하철 연착 투쟁을 할 예정이다.

전장연 활동가들이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나 면담요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전장연 페이스북
전장연 활동가들이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나 면담요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전장연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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