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예산, 이제 국회 몫인데 국힘만 무응답
전장연, 주호영 만나러 진우스님 취임법회 참석
주호영, 20초간 설명 듣고 별 답변 없이 자리 떠나
전장연 “주호영 면담 성사되면 지하철 투쟁 유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관한 간담회 요청서를 전달했다.
주 원내대표는 5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린 ‘제37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취임법회’에 내빈으로 참석했다. 전장연 활동가 20여 명 또한 법회가 시작하는 시각에 맞춰 사부대중(수행승과 불교신자)의 한 사람으로 참석하려 했으나,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이 늦게 잡혀 2시 40분이 돼서야 도착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이 도착하자마자 경찰과 조계사 관계자가 활동가들을 막아서며 회유하기 시작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진우스님의 총무원장 취임을 축하드리고 주 원내대표에게 간담회 요청서를 전달하러 왔다. 여야 대표격 인사들이 중생의 불심(佛心)을 잡으려고 총출동했는데, 중생인 우리가 여기에 못 올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박 대표가 펼친 피켓의 문구, “장애인권리예산, 정치가 책임져라”는 박 대표 말대로 “중생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경찰과 조계사 관계자가 수시로 손사래를 치며, 조용히 피켓을 펼치는 일조차 막아섰다. “중생의 아픔을 보듬고 화합의 시대를 열겠다”는 법회의 주제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독실한 불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불자 국회의원 모임인 ‘정각회’의 회장이며, 이날 법회에도 원내대표나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정각회 회장’ 직함으로 참석했다. 오후 3시 30분경, 주 원내대표가 축사를 하려고 연단에 서자 법회에 참석한 1만여 명의 불자가 큰 함성과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같은 시각, 전장연 활동가들은 피켓을 활짝 펼치고 “주호영 원내대표님, 저희 좀 만나주십시오.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애써주셔야 합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내빈의 축사가 모두 끝나고,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달아 레드카펫을 밟고 대웅전 앞을 빠져나갔지만 주호영 원내대표만 보이지 않았다. 활동가들은 연신 “주호영 원내대표님, 만나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이들이 주 원내대표를 애타게 찾는 건, 원내 정당 중 국민의힘만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장애인권리예산을 삭감한 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내년도 장애인권리 보장은 국회 몫이 됐다. 따라서 전장연은 원내 정당에 지속해서 면담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은 면담이 진행 중이거나 면담 일정이 잡혔지만 여당인 국민의힘만 아무 응답이 없는 상태다.
법회가 끝난 오후 4시경, 전장연 활동가들은 인파 속에서 드디어 주 원내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박경석 대표는 주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윤석열 정부가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지 않았다. 이제 국회에서 보장해 주셔야 한다. 이를 위해 저희와 간담회를 할 것을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20초 정도 박경석 대표의 말을 듣고 별다른 응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한편 전장연은 같은 날 오전 8시,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의 계획을 설명했다. 10월에는 17·19·26일에 총 세 차례를 진행한다. 11월에는 7일에 한 차례 진행 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 기간에 매일 지하철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전장연은 “주호영 원내대표와 면담이 성사되면 지하철 투쟁을 유보하고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5일부터 매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주 원내대표에게 면담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1인 시위도 진행한다.
전장연은 5일 발표한 대시민 호소문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불법에는 처벌만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장애인권리예산과 권리입법 요구에는 ‘검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시민 여러분이 함께 책임을 물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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