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정순택 대주교와 면담
“탈시설은 국제인권기준… 천주교가 앞장서 달라”
정순택 대주교 “거주시설부모회와의 소통 자리 만들 것”

정순택 대주교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하민지
정순택 대주교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하민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27일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를 만나 “탈시설 사회를 만드는 일에 천주교가 함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면담은 지난 8월 15일,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가 정순택 대주교에게 면담요청서를 제출한 후 이뤄진 첫 번째 면담이다. 성모승천대축일이었던 당시 장애인운동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탈시설에 반대 의사를 천명한 천주교를 규탄하며 정순택 대주교에게 면담을 요구한 바 있다.

정순택 대주교와 면담 중인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 사진 하민지
정순택 대주교와 면담 중인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면담에서 “탈시설은 전장연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한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국제인권기준을 세웠다”며 “천주교가 국제인권기준을 따라 화합과 평화의 길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인도하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순택 대주교는 전장연과의 면담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하느님의 동등한 피조물”이라면서도 거주시설부모회의 탈시설 반대 입장을 전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지난 8월 3일, 탈시설에 반대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아래 거주시설부모회)를 만나 면담한 바 있다.

정순택 대주교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정순택 대주교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그러자 박경석 대표는 “국가는 자원을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투입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예산편성의 책임을 방기하면서 부모끼리 싸우게 하고 있다. 그분들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으며, 대화로 풀고 싶다. 소통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또한 “돌봄과 부양의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 해외에서도 장애인의 부모가 돌봄과 부양의 책임이 자신에게 올까 봐 탈시설을 반대했다가, 시설에서 나와 잘 사는 모습을 보고 탈시설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는 연구가 많다”며 “사람의 인권이 대주교님 말씀처럼 천부인권이라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한 시민으로 살 수 있도록 탈시설 정책을 고민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대형 장애인거주시설이 갖는 문제점에 공감한다”며 거주시설부모회와 장애인운동단체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면담 참여자들 단체 사진. 사진 하민지
면담 참여자들 단체 사진. 사진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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