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장애인권문제, 유엔 조사받을 수 있어
국내 장애인권 견인할 것으로 기대… 내년부터 시행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아래 협약)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정부가 협약을 비준한 지 14년 만이다. 그간 한국 정부는 국내외 장애계의 지속된 요구에도 선택의정서 비준을 미뤄왔다.
선택의정서는 당사국이 협약 위반 사실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아래 위원회)에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개인통보제도와 직권조사제도를 담고 있다. 국내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장애인권문제에 대해 위원회의 조사와 심의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장애인권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당사국의 협약 위반과 책임 여부를 다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선택의정서 비준은 큰 의미를 가진다.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애계를 비롯해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한국장애포럼은 “협약은 사회에서 무가치한 존재, 열등한 존재, 효용성 없는 존재로 여겨져 온 장애인 당사자들이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며 차별에 투쟁한 역사의 기록”이라면서 “선택의정서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협약이 국가의 ‘인권 장신구’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규범”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선택의정서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장애인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차별과 인권침해를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되었고, 국가에서 벌어지는 중대하고 체계적인 장애인 권리침해를 바로잡을 수도 있었다”면서 “협약의 주요 규정들뿐만 아니라 위원회가 권고한 내용들에 대한 이행이 요원한 한국사회에서 선택의정서는 존엄과 평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연맹은 “선택의정서 비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면서 “국제 인권위원회에서 권고 조치를 받은 사안을 국내에서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교차적이고 이중적인 장애인 차별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위원장 성명을 통해 “선택의정서에 의하여 장애인 당사자가 실제 개인통보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토대를 잘 갖추어야 이번 선택의정서 비준이 장애인 인권에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선택의정서가 국내에서 잘 작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선택의정서 비준에 힘써 온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 우리나라는 국제 장애인권리 기준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되어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는 인권선진국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며 기쁨을 표했다.
한편, 가입동의안은 정부로 이송되어 유엔 사무총장에 기탁되며, 30일 후 선택의정서 가입이 완료되어 내년 초 발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