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장애인권문제, 유엔 조사받을 수 있어
국내 장애인권 견인할 것으로 기대… 내년부터 시행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이 제400회 국회 제14차 본회의를 통과했다. 총 197명의 재석 인원 중 기권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했다. 사진 국회방송 캡처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이 제400회 국회 제14차 본회의를 통과했다. 총 197명의 재석 인원 중 기권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했다. 사진 국회방송 캡처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아래 협약)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정부가 협약을 비준한 지 14년 만이다. 그간 한국 정부는 국내외 장애계의 지속된 요구에도 선택의정서 비준을 미뤄왔다.

선택의정서는 당사국이 협약 위반 사실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아래 위원회)에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개인통보제도와 직권조사제도를 담고 있다. 국내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장애인권문제에 대해 위원회의 조사와 심의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장애인권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당사국의 협약 위반과 책임 여부를 다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선택의정서 비준은 큰 의미를 가진다.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애계를 비롯해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한국장애포럼은 “협약은 사회에서 무가치한 존재, 열등한 존재, 효용성 없는 존재로 여겨져 온 장애인 당사자들이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며 차별에 투쟁한 역사의 기록”이라면서 “선택의정서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협약이 국가의 ‘인권 장신구’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규범”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선택의정서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장애인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차별과 인권침해를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되었고, 국가에서 벌어지는 중대하고 체계적인 장애인 권리침해를 바로잡을 수도 있었다”면서 “협약의 주요 규정들뿐만 아니라 위원회가 권고한 내용들에 대한 이행이 요원한 한국사회에서 선택의정서는 존엄과 평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지난 11월 17일 국회 앞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연내 비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 활동가들이 지난 11월 17일 국회 앞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연내 비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한국장애인연맹은 “선택의정서 비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면서 “국제 인권위원회에서 권고 조치를 받은 사안을 국내에서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교차적이고 이중적인 장애인 차별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위원장 성명을 통해 “선택의정서에 의하여 장애인 당사자가 실제 개인통보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토대를 잘 갖추어야 이번 선택의정서 비준이 장애인 인권에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선택의정서가 국내에서 잘 작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선택의정서 비준에 힘써 온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 우리나라는 국제 장애인권리 기준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되어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는 인권선진국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며 기쁨을 표했다.

한편, 가입동의안은 정부로 이송되어 유엔 사무총장에 기탁되며, 30일 후 선택의정서 가입이 완료되어 내년 초 발효될 예정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