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서울시, 시위 횟수 세며 압박조사
장애인들 분노… “노동자의 당연한 직무수행”
일자리 제도화 위해 중증장애인일자리법 제정 촉구
서울시가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의 시위 참여 횟수와 비율을 ‘표적 조사’하는 가운데,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 1천여 명이 서울시를 규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들은 23일 오후 3시 30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동편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시를 향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표적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를 위해 중증장애인일자리지원특별법(아래 중증장애인일자리법)을 제정하라”고 했다. 이번 결의대회는 3·26 전국장애인대회 일정 중 하나로 열렸다.
- “데모 몇 번 나갔냐고 취조? 끝까지 분노하자”
최근 서울시는 탈시설과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전장연 관련 단체와 탈시설 사업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최중증장애인과 탈시설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까지 조사가 시작됐다.
비마이너 취재 결과, 단순한 사업 평가가 아니라 노동자의 시위 횟수와 비율까지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사실상 부적절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관련 기사 : 서울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시위 횟수’ 따로 조사했다)
그러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유엔협약)을 홍보하는 일자리다. 그러므로 집회 현장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서 유엔협약을 홍보하는 일은 중증장애인 당사자의 권리행사이자 일자리 취지에 맞는 직무수행인 것이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이 같은 서울시 행보를 비판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정기열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은 중증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외치며 장애인식개선 활동을 한다. 이는 당사자의 권리는 물론 동료 장애인의 권리도 함께 찾는 일이다. 서울시는 노동자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표적 수사를 중단하라”라고 규탄했다.
최진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또한 “서울시는 노동자의 시위 횟수를 조사하며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안 좋게 보고 있다. 이게 오 시장이 말한 약자와의 동행인가?”라며 “오 시장을 향해 힘차게 외치고 싶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우리 같은 중증장애인과 탈시설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당당한 노동주체란 걸 보여주는 일자리다”라고 강조했다.
서미화 유달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소장은 20분이 넘는 장시간 발언으로 윤석열 정부와 오 시장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돼서 그런가, 나는 오 시장이 검찰총장인 줄 알았어라. 서울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를 무슨 범죄자 취급하듯이 하루아침에 수년 치 자료를 내놓으라 하질 않나, 데모 몇 번 나갔냐고 취조하질 않나, 그란께 우리가 목포에서 여까지 와부렀지라. 너무 화가 나가지고요.
우리 장애인 노동 현실이 어떤지 아십니까? 여기 계신 분들은 다 알죠? 최저임금 적용 제외해서 하루 8시간씩 한 달 뼈 빠지게 일해도 월급 5만 원 주고 10만 원 줍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유엔협약이라는 국제사회 규정에 따라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는 노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우리를 뒤집어 엎고 들었다 놨다 하고 아주 미쳐 돌아가고 있어요.
끝까지 분노합시다. 가만히 있지 맙시다. 우리는 중증장애인과 탈시설장애인의 노동권이 확장되는 역사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울 것 없습니다.”
- “중증장애인일자리지원법 제정하라”
결의대회에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제도화하기 위해 중증장애인일자리법을 제정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현재는 지자체 재량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고용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사업을 수행하는 담당자와 노동자가 가장 많이 비판하는 것은 ‘공모 방식’이다. 현재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은 해마다 서울시가 사업에 참여할 장애인단체를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한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 노동자 입장에선 고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선정에서 탈락하면 해당 기관에 고용된 장애인 노동자도 자동으로 해고되기 때문이다.
정기열 회장은 “우리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최중증장애인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20명과 함께 근무하고 있어서 너무 좋다. 그런데 만약 내년에 공모를 통해 선정되지 않으면 소중한 동료 20명을 잃게 된다. 또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준비한 교육장, 근무현장 모두 센터의 자부담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진기 회장도 “경상남도는 작년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10개로 시작했다. 열심히 투쟁해서 현재 100개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공모 방식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지금 3월인데 아직 공모로 선정되지 못한 단체도 있다”며 “작년에 이 일자리 노동자였다가 현재 일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제게 얘기한다. ‘언제 일할 수 있나요. 나도 일하고 싶어요. 빨리 일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이런 말 들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성토했다.
최 회장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제도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 국회가 중증장애인일자리지원법을 제정해서 전국적으로 제도화되면 좋겠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외치는) 수만 명의 일하는 중증장애인과 탈시설장애인 동료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 안전 위한다더니, 되레 안전 위협한 경찰
한편, 남대문경찰서는 전장연의 3·26 전국장애인대회(3월 23~24일) 집회신고에 금지통고를 했다. 교통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전장연은 일전에 다른 집회를 위해 신고해 놓은 공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 참가자가 많아지면서 집회 공간이 부족해지자, 활동가들은 경찰에 집회 공간을 좀 더 넓혀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고, 울타리 앞에 경찰병력 수백 명을 배치해 평화적 집회를 억압했다.
이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휠체어 이용 장애인 서너 명이 울타리를 들이받자, 경찰은 무력진압하며 휠체어 이용 장애인과 인권침해를 살피러 온 인권변호사까지 폭력적으로 끌어냈다.
여러 활동가가 “이러시면 전부 다친다. 제발 이렇게 힘으로 밀치고 들어오지 마시라”라며 경찰에게 여러 번 외쳤지만 경찰은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 이러는 것”이라며 오히려 안전을 위협했다. 이 같은 소동으로 인해 집회는 한동안 중단됐다.
전장연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포함해 탈시설사업을 표적수사하는 서울시를 규탄하며, 지하철 탑승은 다음 달 20일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다만 서울시가 대화에 나설 때까지 1호선에서 ‘5분 이내 탑승’을 통해 장애인 권리를 외쳐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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