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퀘어와 이어지는 서울역 지하보도
중구청 관리 구역인데 서울스퀘어가 홈리스 강제퇴거
나는 매주 금요일 저녁, 서울역 일대를 돌며 홈리스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복지지원 상담을 하는 홈리스행동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3월이었다. 여느 때처럼 서울역 지하 연결통로에서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던 중, 어느 홈리스가 급히 다가와 말을 건넸다. 지하보도 기둥 옆에 앉아있는 한 홈리스를 서울스퀘어 보안직원이 쫓아내고 있으니 어서 가보라는 내용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보안직원은 당사자에게 언성을 높이며 자리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3월 밤은 아직 매서운 추위가 남아 있는 계절이다. 인권지킴이는 거리 홈리스의 요청에 따라 5월까지 핫팩을 지참해 현장활동을 나가곤 했다. 핫팩 없이는 잠을 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홈리스들은 낮에는 서울역 광장에 머물다가 해가 질 무렵엔 서울역 지하 연결통로로 모여 추위를 피하곤 했다. 그런 홈리스에게 서울스퀘어 측은 ‘이곳에 머물지 말 것’을 명령한 것이다. ‘법적으로 우리 관리 구역’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질문이 생겼다. 애초에 서울스퀘어 보안직원은 왜 이 통로에 어슬렁거리는 것일까. ‘우리 관리 구역’이라는 그의 말은 사실일까.
서울역과 8, 9번 출구 계단 아래에는 또 하나의 문이 있다. 서울스퀘어(구 대우빌딩)로 이어진 지하 입구다. 서울스퀘어 입구 앞으로는 100미터가 훌쩍 넘는 지하연결통로가 이어지는데, 이 통로는 육교가 없는 서울역 동쪽 도로의 특성상 많은 시민이 오가는 길이자, 서울역 거리 홈리스가 비와 바람을 피해 잠을 청하는 장소로 이용되어 왔다. 서울시 노숙인 지원기관에서 거리 홈리스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인권상담과 현장활동을 진행해 온 곳이기도 하다. 해당 통로의 소유와 관리 주체는 서울시 중구청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설된 후 지자체에 무상귀속된 도시계획시설, 즉 공공시설물이다.
서울역과 서울스퀘어를 잇는 이 공공 인프라를 통해 서울스퀘어는 꽤나 큰 입지적 가치를 누려왔을 것이다. 그렇다고 공간 이용자를 배타적으로 관리할 권한이 서울스퀘어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스퀘어 측은 해당 통로에 보안직원을 배치하고, 상시로 순찰을 돌며 홈리스를 표적해 퇴거시키고 있었다. 자신들의 업장에 출입하는 이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게 이유다.
인권지킴이가 또 다른 퇴거를 목격한 것은 6월이었다. 저녁 시간 이후, 평소 족히 20명은 넘는 홈리스가 머물던 통로가 썰렁하게 비어 있었다. 한쪽에 비켜서 있던 홈리스 당사자에게 이유를 묻자, 이미 한차례 서울스퀘어 보안직원이 다녀갔음을 알렸다. 퇴거를 겪거나 목격한 당사자들의 현장 증언도 이어졌다.
무릎을 굽힐 수 없어 의자에서 앉은 채 잠을 청하던 한 홈리스 당사자는 의자에 앉은 자신에게 보안직원들이 다가와 “의자 채로 옮겨드려요?”라며 자리를 옮길 것을 강요당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날 홈리스 당사자와 대화하는 옆으로 보안직원이 보란 듯이 지나가며 “목소리 줄이세요”,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등의 말을 하며 순찰을 돌았다.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홈리스 당사자는 “한 마디로 직권남용에 사기죄”라며 상황을 일축했다. 옳은 지적이다. 민간기업 소속 보안직원이 영업장 밖에서 순찰을 돌고 퇴거를 명령하니 직권남용이고, 중구청 소유의 공공부지에서 마치 자기네 땅인 듯 유세하니 사기죄라는 것이다.
조용하던 지하연결통로에 분통을 터트리는 홈리스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권지킴이도 순찰하던 보안직원에게 항의하자 그가 답했다.
“아니, 저희가 때렸습니까? 좋은 말로 부탁한 거잖아요.”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괴롭힘이고, 폭력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 인권기구들은 여러 차례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형벌화란 집이 없는 상태를 범죄로 간주하고,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을 뜻한다. 유엔인권이사회는 ‘극빈과 인권에 관한 지도 원칙’을 통해, ‘잠자기, 구걸, 음식 섭취, 개인위생 활동과 같이 공공장소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범죄화하는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또 ‘기업과 인권 이행 지침’을 채택해 ‘기업 활동으로 빈민의 권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고 감소하라’며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을 강조했다. 서울스퀘어 보안팀이 유념해야 할 구절이다.
보안직원은 이러한 말도 덧붙였다. “이 사람들 여기에 쓰레기 늘어놓는 것 알고 있어요?” 물론 모를 리 없다. 집이 없으니 부엌 대신 길 위에서 밥을 먹고, 거리 생활하며 쓰레기통까지 들고 다닐 수 없으니 머리맡에 그 쓰레기를 두고 잠을 청해야 하는 생활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누구보다 홈리스 당사자들이야말로 그것을 더욱 잘 알 것이다. 하지만 또한 다른 것도 알고 있다. 서울역 주변 쪽방 고시원 방세는 터무니없이 높고, 매년 방세는 오르지만 그 방은 창문도 없이 찜통에 벌레가 득실거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방세마저 낼 돈을 벌 수 없을 만큼 홈리스의 몸은 아프다는 사실도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도 알고 있다. 홈리스 상태를 만들어 온 원인은 모두 무시하고 그저 내쫓기만 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아주 일부의 흠을 끄집어내서 홈리스 전부를 싸잡고 쫓아낼 이유를 찾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공공장소에서 누군가를 쫓아낼 권한이 서울스퀘어에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서울스퀘어 보안직원들에 의한 홈리스 통제와 퇴거 요구는 주·야(직원들의 퇴근 시간인 22시 이전)를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역 지하보도에 대한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은 ‘지하철역사와 연접해 사유건물 이용자뿐만 아니라 일반이용자에게 상시 개방함을 원칙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지킴이는 지하보도에 머무는 이들과 함께 퇴거 대응을 이어 나가고 있다. 홈리스 당사자들과 나눈 유인물에 써진 문구로 글을 마친다.
“나는 집이 없어 공공장소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장소에서 홈리스를 퇴거시키는 것은 홈리스의 안전과 인권에 대한 공격입니다.”
“당신은 민간 기업에 고용된 사람입니다. 서울스퀘어로 돌아가 그곳을 지키고, 깨끗이 하는 일에나 신경 쓰십시오.”
“서울스퀘어와 지하철을 연결하는 통로는 서울 중구청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간입니다. 서울스퀘어 직원은 이곳을 이용하는 우리에게 간섭할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공공장소에는 누구나 머물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한 말을 되새긴다.
* 필자 소개
재임. 반빈곤운동단체 빈곤사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