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경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권혜경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지난 14일,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센터 예산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예산을 반토막 내려던 서울시의회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날 활동가들은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예산을 50%나 삭감하겠다는 결정은 정신질환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격”이라며 “서울시의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시설이나 병원에 격리·배제되지 않도록 우리는 강력하게 생존권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릴레이 규탄발언을 한 후 삭발식을 진행했다.

권혜경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는 “작년 2월,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아래 송파센터)에 입사하고 마음 벅찼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전에는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일하면서 조울병, 양극성장애 당사자로서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힘들었다.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이해받기 어려웠기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구할 수도 없었다”며 “송파센터에서 일하면서 자괴감을 갖기보다 내 경험을 가지고 다른 당사자를 돕는 동료지원가 역할을 했다.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당사자를 만나면서 그분들이 밖으로 나와 삶의 생기를 갖게 되는 모습을 봤다. 취업에 대한 욕구도 생기고 자립생활주택에 입주해 안정적으로 생활하시는 모습도 봤다. 나 역시 삶의 보람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권 활동가는 “예산 삭감 소식을 들으니 아주 착잡한 마음이다. 무슨 근거로 50%나 삭감한다는 건지 매우 황당하다. 이렇게 되면 현재 인력의 절반은 해고된다. 당사자 단체에서 당사자 직원으로 일한다는 건 다른 분에게 희망과 가능성이 된다. 또한 치료가 아니라 자립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가 줄어들 수 있다”며 “다시는 이전의 고립된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예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당사자 동료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끈질긴 투쟁 끝에, 서울시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에서 예산 삭감을 철회했다. 서울시 지원으로 운영되는 송파, 마포, 관악 등 3개 정신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는 지난해와 같이 센터당 5억 2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