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 넣기 전, 학부모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고려해야”
“금전적 요구했다는 주장은 허위 사실… 가이드라인 전달한 것”
“쥐새끼 발언한 적 없어, 사실 왜곡이며 명예훼손”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특수교사 ㄱ씨가 6일 오전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수막에는 “‘몰래 녹음’ 당한 특수교사 항소 기자회견. 누구를 위한 몰래 녹음인가? 법정에서 몰래 녹음은 불법이고, 교실에서 몰래 녹음은 합법인가”라고 적혀 있다. 동료 교사들이 검은 옷에 하얀 국화를 들고 있다. 사진 경기교사노동조합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특수교사 ㄱ씨가 6일 오전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수막에는 “‘몰래 녹음’ 당한 특수교사 항소 기자회견. 누구를 위한 몰래 녹음인가? 법정에서 몰래 녹음은 불법이고, 교실에서 몰래 녹음은 합법인가”라고 적혀 있다. 동료 교사들이 검은 옷에 하얀 국화를 들고 있다. 사진 경기교사노동조합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특수교사 ㄱ씨가 6일 항소했다.

ㄱ씨는 6일 오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항소장 제출 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타의에 의해 ‘특수교사’라는 꿈을 잃고 싶지 않아 항소를 결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ㄱ씨가 언론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기자회견에는 동료 교사들이 검은 옷에 하얀 국화를 들고 참석했다.

ㄱ씨는 ‘장애아동의 학부모가 녹음했다’는 이유로 대법원판결과 달리 불법녹음이 증거물로 인정된 것에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 ㄱ씨는 “불법녹음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면 녹음기를 넣기 전, 의혹 해소를 위해 학부모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라면서 “불법녹음만이 최후의 자구책이었는지 확인한 후에 판결해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학부모가 몰래 녹음기를 이용해 수업시간에 교사 발언을 녹음한 파일은 아동학대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으나,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자폐성장애아동이 스스로 학대에 대해 방어할 수 없고, 이를 증언할 사람이 없는 특수학급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녹음파일을 증거물로 인정했다.

특수교사 ㄱ씨가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인 김기윤 변호사와 함께 항소장을 들고 있다. 김기윤 변호사는 ㄱ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다. 사진 경기교사노동조합 
특수교사 ㄱ씨가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인 김기윤 변호사와 함께 항소장을 들고 있다. 김기윤 변호사는 ㄱ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다. 사진 경기교사노동조합 

ㄱ씨는 ‘주 작가에게 합의를 위해 금전적 요구를 했다’는 주장은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1심 선고가 난 지난 1일 밤, 주 작가는 개인방송에서 특수교사에 대한 선처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당시 주 작가는 “다음날 금전적 배상 요구는 철회한다고 했으나, 피고인 측 변호사가 특수교사의 정신적 고통 및 소송비용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요구했었다”면서 “그 외에도 무죄 탄원이 아닌 고소취소장을 검찰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특수교사가 사과하지도 않았는데 ‘사과받았다’는 내용의 자필 사과문 게시를 제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 작가는 “승전국이 패전국에 보낸 조약서 같았다”며 심경을 전했다.

금전적 요구와 관련해 특수교사 ㄱ씨는 “주 작가와 합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것뿐”이라면서 “제 변호사에게 금전적 요구는 원하지 않는다고 요청해서 이 부분을 삭제하고 다시 전달한 것이 팩트”라고 주장했다. ㄱ씨는 “협상 내용에 상대가 답하기도 전에 철회한 행동을 두고 ‘항복’을 요구하는 사람의 태도라고 한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ㄱ씨는 1심에서 정서적 학대로 인정된 발언도 맥락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1심에서는 기소된 5개의 발언 중 1개만이 정서적 학대로 인정됐다. 해당 발언은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이다. ㄱ씨는 “‘싫다’고 표현한 것은 아동의 문제 행동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아동 자체를 의미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ㄱ씨는 주 작가가 개인방송에서 ‘특수교사가 자기 자녀를 비롯해 장애학생들에게 “쥐새끼”라고 말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 왜곡이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녹음기 사건과 별개로) 주 작가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분노했다. ㄱ씨는 “평생 그런 단어(‘쥐새끼’)는 사용해 본 적이 없다”면서 “녹음 원본에서도 속기사가 그 부분은 들리지 않는다고 표시했다. 그런데 어떤 일인지 ‘쥐새끼’라는 단어가 들린다는 내용이 재판 전에 사람들에게 퍼졌다”고 말했다.

ㄱ씨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교육정책으로 교사와 학부모가 신뢰하며, 교사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학생을 가르치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원한다”면서 “재판 진행 중에 복직시켜 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재판부(곽용헌 판사)는 ㄱ씨에게 200만 원의 벌금 선고를 유예하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선고 유예는 경미한 사안에 대해 적용되는 것으로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 자체가 면해져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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