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예산 확대 요구
국회 앞 농성장서 삭발·단식·오체투지 중
“16년 투쟁하는 동안 내 자녀 서른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가 세계 장애인의 날인 3일 오후 12시,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판T4철폐농성장 앞에서 출범 16주년 결의대회를 열었다.

발달장애인 부모 600여 명은 “16년 투쟁하는 동안 초등학생이던 내 아이가 서른이 넘었다”며 “사회적 참사 예방을 위해 발달장애인 예산을 확대하라”고 국회와 정부에 요구했다.

부모연대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피켓과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부모연대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피켓과 깃발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삭발, 오체투지에 단식까지

부모연대 활동가들은 지난달 19일, 삭발식을 시작으로 올해 발달장애인 예산 증액을 위한 집중 투쟁을 시작했다.

지난달 20일부터는 국회 앞 발달장애인가정 사회적추도 분향소 및 농성장 앞에서 ‘117배 제자리 오체투지 투쟁’을 진행 중이다. ‘117’은 부모연대가 요구하는 발달장애인 예산 중 ‘주거생활서비스 예산 117억 원 증액’을 뜻한다.

단식 투쟁도 하고 있다. 윤종술 회장과 김남연 수석부회장은 3일 기준 단식 8일 차를 맞았다.

부모연대가 국회와 정부에 요구하는 ‘2025년도 발달장애인 예산’은 앞서 언급한 ‘주거생활서비스 117억 원’을 포함해 △낮 시간 서비스 370억 원 △자기주도급여형 일자리 58억 원 △중복장애인 서비스 178억 원 증액과 △통합교육을 위한 특수교육 교원 2만 명 △특수학교 행동중재 전담부서 교원 1천 명 증원 등이다.

단식 투쟁 중인 부모연대 김남연 수석부회장(왼쪽)과 윤종술 회장(오른쪽). 사진 하민지
단식 투쟁 중인 부모연대 김남연 수석부회장(왼쪽)과 윤종술 회장(오른쪽). 사진 하민지

- 시설 아니면 염전? 발달장애인은 ‘내 집’에서 자립하고 싶다

주거생활서비스는 재가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추가 활동지원서비스, 보조기기, 건강검진 등을 제공하는 복지제도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이용 대기자가 3천 명을 넘었다고 한다. 부모연대는 “재가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욕구와 자립 욕구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또한 돌봄중단 위험이 있는 재가발달장애인의 장애인거주시설 입소예방을 위해서도 주거생활서비스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며 117억 원 증액을 요구 중이다.

윤 회장은 결의대회에서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되면 지역사회에 살 수 없다. 오로지 시설에만 가야 한다. 지역사회에 장애인을 위한 지원정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혼자 살기 어려운 중증발달장애인은 가족이 평생 돌보거나, 홈리스 생활을 하거나, 시설 아니면 염전에 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했던 주거생활서비스 예산 확대를 반드시 쟁취하자”고 말했다.

백선영 부모연대 조직국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백선영 부모연대 조직국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 하민지

- 발달장애인에게 의미 있는 낮 시간을

2023년, 국립재활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발달장애인 중 88.2%가 평생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생활한다. 국가가 돌봄 책임을 지지 않아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심각한 사회적 참사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부모연대는 낮 시간 서비스 370억 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낮 시간 서비스는 성인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낮 시간을 보장하고 보호자의 돌봄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극한돌봄’에 따른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김 수석부회장은 “적어도 낮 시간에는 부모가 자녀를 맡기고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발달장애 가정은 생계가 매우 취약하다. 부모가 자녀를 돌보느라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가정의 생존을 위해 낮 시간 서비스는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근 부모연대 호남권 부회장은 “의미 있는 낮 시간, 부모들은 그거 하나 바라보고 자녀를 키운다”며 낮 시간 서비스 예산이 증액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20년 전에도 특수학급은 과밀, 지금도 과밀

지난 10월, 인천시의 한 특수교사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는 중증장애학생 4명을 포함해 총 8명의 학생을 혼자서 지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모연대는 통합교육을 위한 특수교육 교원 2만 명을 증원하라고 요구 중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27조에는 특수학급 설치 기준이 명시돼 있다. 유치원 과정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4인을 초과하면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해야 한다. 초·중학교는 6인, 고등학교는 7인이 넘어가면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27조의 시행 주체가 “학교장”으로 명시돼 있다. 학교들은 ‘특수학급을 설치할 교실이 없다’, ‘특수교사가 부족하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며 특수학급을 증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인천시 참사처럼 한 특수교사가 여러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과밀학급 문제가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민용순 부모연대 충청권 부회장은 “20년 전, 특수학급이 정원 초과가 됐다며 통합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들이 올해 36살이 됐다. 그때도 특수학급은 과밀이었는데 현재도 과밀인 게 말이 되나”라고 규탄했다.

- 학교는 다양한 학생이 다니는 곳… 행동중재 전담인력 증원하라

부모연대는 특수교육지원센터에 행동중재 전담부서를 설치해 전담인력 1천 명을 증원하라고 요구 중이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2023년을 기준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총 85,728명의 장애학생 중 행동중재 지원 학생은 10%가 넘는다. 즉각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10,209명(11.9%), 예방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14,685명(17.1%)이다.

현재는 특수교육지원센터에 행동중재지원단이 있다. 특수교육 교원, 교육전문직, 교수, 의사 등으로 구성된 행동중재지원단은 특수학급 학생 지원을 위한 현장 컨설팅 등을 한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100명씩 총 400명의 행동중재 전담교사를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모연대는 전담교사 1인으로는 행동중재 지원 학생을 지도하기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전담부서를 마련하고 전담교사를 2인 이상 배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 부회장은 “학교에는 다양한 학생이 다닌다. 그러나 발달장애학생이 좀 다르다는 이유로 분리하고, 배제한다”며 “다양한 사람을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곳이 학교다. 행동중재 전담부서 교원 1천 명 증원을 위해 함께 투쟁하자”고 독려했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결의대회에 참석해 “장애인 부모님들께서 말씀 주신 내년도 발달장애인 예산 증액, 꼭 필요하다. 여러분의 당연한 권리를 끝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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