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자 16명 상대로 모의계산
의료비 자부담 평균 1.4배 증가
복지부 “수급자 ‘과다 의료이용’ 발생으로…”
서미화 의원 “사회적 약자, 병원 이용 좌절시키는 제도”

내년부터 의료급여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된다. 수급자 16명을 상대로 모의계산한 결과, 의료비 평균 자부담 증가율이 약 1.4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의료급여 개편안이 시행되면 빈곤층 의료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의료비용 때문에 수급자가 의료이용을 포기하는 등 건강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의료급여 정률제로 개편… 의료비 많이 내게 된 수급자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5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결과를 발표하면서 의료급여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할 거라 밝혔다. (관련 자료: 2025년도 기준 중위소득 6.42%로 역대 최대 인상)

‘정액제’는 일정하게 정해진 의료비만 지출하는 제도다. 기존 의료급여 1종 수급자의 경우, 의원 외래 진료 시 본인부담금 1,000원, 병원·종합병원은 1,500원, 상급종합병원은 2,000원을 지출해 왔다.

내년부터는 의료비가 25,000원이 넘어가면 ‘정률제’, 즉 비율대로 의료비를 지출하게 됐다. 예를 들어 의원 외래 진료 시 진료비가 30만 원이 나올 경우, 1종 수급자는 진료비의 4%인 1만 2천 원을 지불해야 한다.

상급병원으로 갈수록 본인부담금은 6%(병원·종합병원), 8%(상급종합병원) 등으로 늘어난다.

복지부는 “의료 이용에 대한 실질적 본인부담 수준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비용의식이 점차 약화해 과다 의료이용 경향이 나타났다”며 “정률제 도입으로 본인부담금이 진료비에 비례하도록 해 수급자의 비용의식을 제고하고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고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급여 수급자들과 반빈곤운동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는 명백한 의료급여 수급자의 급여 보장성과 경제적 접근성을 악화시키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가닿지 못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자료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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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비 모의계산 결과, 개편 전 5만 원대에서 개편 후 26만 원대로

모의계산을 해 보니 빈곤층 의료비 부담은 약 1.4배가량 커질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아래 기초법공동행동)은 지난달, 의료급여 수급자 16명을 대상으로 ‘의료비 변화 예측 조사’를 실시했다.

기초법공동행동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발한 ‘건강e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각 수급자의 지난해 전체 의료이용 내역 정보를 수집했다.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정률제를 적용할 경우 예측되는 의료비 본인 부담금의 변화를 파악했다.

조사 결과, 16명의 예상 평균 병원 진료비 본인 부담금 증가액은 연 93,319원으로, 증가율은 무려 143%였다. 개편 전 56,850원에서 개편 후 269,090원으로 약 473%의 증가율을 보인 수급자도 있었다.

- 서미화 의원 “정부 예산 논리로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해진 제도”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복지부는 건강생활유지비를 인상하는 정도로 그치는 방안을 내놨다.

서미화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정률제로 변경돼 본인부담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건강생활유지비를 현재 월 6,000원에서 12,000원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30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건강생활유지비가 조금이라도 인상되면 본인부담 경감 효과가 없다고 할 순 없다. 그런데 정률제 개악의 대안은 되지 못한다”라며 “내년에 자신이 얼마나 아플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의료비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정률제를 엎지 않는 한 정률제에 대한 대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복지부는 지난 7월 “비용의식 제고”, “합리적 의료이용” 등이라고 밝힌 것처럼 수급 당사자가 마치 ‘의료쇼핑’을 한다는 듯한 입장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서미화 의원실과의 면담자리에서 ‘현재 17년간 기초생활보장제도 의료급여 본인부담 수준에 변화가 없고 ‘과다 의료이용’이 발생하고 있어 의료급여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정률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 의원은 “의료비 부담 때문에 병원 가기가 두려워지는 빈곤층이 의료 이용을 포기한다면 건강 불평등은 심화할 것”이라며 “정률제 자체가 정치적 상황과 정부 예산 논리로 언제든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변동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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