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이어 두 번째
일본 정부, 특별비자 요구하며 입국 불허 통보
박경석 “입국 가능할 때까지 시도할 것”
“한일 양국이 유엔협약 준수하라고 요구할 예정”

나리타공항에서 일본 입국을 거부당한 박경석 대표. 박 대표는 “부당한 일본 입국 거부 규탄! 우생학 세습하는 장애인수용시설 정책 폐지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전장연
나리타공항에서 일본 입국을 거부당한 박경석 대표. 박 대표는 “부당한 일본 입국 거부 규탄! 우생학 세습하는 장애인수용시설 정책 폐지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전장연

일본 정부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입국을 또 불허했다. 박 대표의 입국을 불허한 건 지난달 22일에 이어 두 번째다.

박 대표는 21일 오후 7시 30분경, 일본 도쿄시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생중계에서 “일본 정부는 내가 비행기에서 내리기도 전에 항공사를 통해 입국을 거부할 거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권 캠페인인 ‘국제앰네스티 인권 편지쓰기’ 사례자로 선정됐다. 이에 국제앰네스티 일본지부의 초청을 받아 지난달 22일, 전장연이 파견한 일본특사단 소속으로 일본에 입국하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은 박 대표에게 징역 1년의 전과가 있다며 입국을 불허했다. 박 대표는 2010년, 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입국을 불허한 건지 확인하기 위해 10여 명의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직원에게 질문했지만 박 대표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박 대표와 동행한 정다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총장에 따르면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은 박 대표에게 ‘다시 입국하려면 특별한 비자가 필요하다고 지난달에 말씀드렸는데 비자를 가지고 왔느냐’라고 물었다고 전해진다.

박 대표는 “무슨 비자를 말하는 것인가. 왜 나만 특별비자가 필요한지 설명해 달라”고 말했지만 정확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어 박 대표는 “나는 윤석열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의 퇴진의 정당성을 일본에서 알리고자 했다. 또한 한일 정부가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양국 모두 지키라고 요구할 예정이었다.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장애인의 식민화와 우생학 철폐를 요구하는 스티커행동도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입국을 불허해서 내 목적은 상실됐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측은 “그건 어디까지나 대표님과 항공사의 문제이므로 일본 정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 대표는 나리타공항에 올 때 타고 온 비행기를 그대로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비행기 내부에 붙은 권리스티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 우생학 세습하는 장애인수용시설 정책 폐지” 등이 적혀 있다. 사진 전장연
비행기 내부에 붙은 권리스티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 우생학 세습하는 장애인수용시설 정책 폐지” 등이 적혀 있다. 사진 전장연

전장연은 박 대표 출국 전 오후 1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박 대표 입국을 불허했단 소식을 듣고, 국제앰네스티가 인권 편지쓰기 사례자로 박 대표를 선정한 건 매우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2010년, 박 대표와 장애인 동지들이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투쟁을 한 덕분에 현재 10만 명이 넘는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며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자립했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일본에도 여전히 장애인거주시설이 있다. 또한 일본은 동아시아 국가를 침략하며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는 전쟁범죄를 일으켰다. 전쟁범죄를 일으킨 사람을 신사에 모셔두고 신으로 추앙한다”며 “신사참배 하는 일본 시민을 보며 장애인거주시설로 봉사활동 하러 가는 선량한 시민의 모습을 본다. 일본 정부는 장애인거주시설을 종식하고 전쟁범죄에 대해서도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식민주의는 우생학을 낳았다. 우생학에 따르면 장애인은 열등한 사람, 가치 없는 사람, (이윤을) 생산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한일 양국은 이 같은 사상을 기반으로 장애인거주시설에 장애인을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장애인 식민화와 우생학 철폐를 요구하는 권리스티커를 붙이고 오겠다. 가능할 때까지 하겠다. 동참해 달라. 비행깃값이 문제인데 시민 여러분에게 후원을 부탁드린다. 장애인 자선사업에 후원하지 마시고 장애인권리에 후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표는 오는 28일 토요일에 다시 일본 입국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기자회견 현장. 사진 전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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