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삼일절 맞아 다시 일본으로 출국
“장애인은 여전히 ‘자립’과 ‘탈시설’ 외치며 싸우고 있어”
일본 정부에 박경석 대표 입국 거부 사과 요구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우생학 청산 캠페인 진행 예정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삼일절을 맞아 다시 한번 일본으로 출국한다. 이번 원정 투쟁에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17명을 포함해 장애인·비장애인 장애인권운동가 46명이 참여한다.

전장연은 출국을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8시 혜화역 승강장에서 ‘AGAINST ABLEISM(비장애인중심주의 철폐) 삼일절 1박2일 일본 원정 투쟁 출정식’을 진행했다.

전장연이 지난 21일 오전 8시 혜화역 승강장에서 ‘AGAINST ABLEISM(비장애인중심주의 철폐) 삼일절 1박2일 일본 원정 투쟁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전장연이 지난 21일 오전 8시 혜화역 승강장에서 ‘AGAINST ABLEISM(비장애인중심주의 철폐) 삼일절 1박2일 일본 원정 투쟁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장애인은 여전히 ‘자립’과 ‘탈시설’ 외치며 싸우고 있어”

전장연은 3월 2일,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우생학 청산 캠페인을 진행하고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권고한 탈시설 정책을 일본과 한국 공동으로 이행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박초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대표는 “1919년 3월 1일, 대한민국의 민중들은 일본의 지배에 저항하며 전국 곳곳에서 만세 운동이라는 시민불복종 행동을 벌였다. 민중들의 투쟁으로 1945년 우리는 광복을 쟁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의 자립은 여전히 가로막혀 있다. 아직도 수만 명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지 못하고 거주시설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박초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옆에서 동료들이 “장애인권리약탈자 거부한다 오세훈 OUT”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박초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옆에서 동료들이 “장애인권리약탈자 거부한다 오세훈 OUT”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박 대표는 “과거 일본은 한국을 지배하며 일본은 뛰어나고 대단하지만, 한국은 아니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을 다스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정당화했다. 일본이 물러난 지 80년이 다 되어 가지만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누가 더 능력이 없는지’, ‘누가 더 부족한지’ 골라내면서 자립할 능력이 없으니 시설에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원정 투쟁을 앞두고 1919년 잔혹했던 그 시절을 살아낸 한국 민중들의 투쟁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때의 삶과 지금 장애인의 삶이 겹쳐 보인다. 우리는 지금도 장애인의 자립과 탈시설을 외치며 싸우고 있다”며 “우리는 탈시설 당사자로, 시설에 살았던 사람으로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모두의 권리이며 누구도 시설에 남겨져서는 안 된다고 외친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 장애인의 탈시설을 권리로 쟁취할 수 있도록 투쟁하고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두 차례 입국 거부당한 박경석 대표… “일본에 사과 요구할 것”

지광민 미추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지난 2007년 봄, 일본에 갈 기회가 생겨 여권을 만들고 짐을 꾸렸었다. 그런데 탈시설 운동과 우리의 권리를 찾는 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출국 금지를 당해 동료들만 일본으로 출국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전했다.

지광민 미추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지광민 미추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지 소장은 “한국 정부나 일본 정부는 장애인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일관되게 차별과 무시로 바라보고 있다”며 “일본에 입국해 독립투사의 정신으로 장애인들의 처절한 삶을 알리고 우리의 권리를 찾고 돌아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도 지 소장과 유사한 이유로 입국 거부를 당했다. 12년 전 선고받았던 집행유예가 그 사유였다. 박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은 2010년,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반인권적 행태를 보여온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사퇴 및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상제한·자부담·시간제한 폐지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한 투쟁이었다.

전장연은 일본에 도착한 후 일본 정부에 박 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 및 입국 거부 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다.

- “한국의 장애인권리약탈자 고발하고 돌아올 것”

또한, 전장연은 탈시설 정책을 부정하는 윤석열 대통령, 중증장애인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을 해고한 오세훈 서울시장 등 한국의 장애인권리약탈자를 일본에 고발할 예정이다.

출정식 참석자들이 “장애인권리약탈자 거부한다 오세훈 OUT”이라고 쓰인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출정식 참석자들이 “장애인권리약탈자 거부한다 오세훈 OUT”이라고 쓰인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은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계속되어야 한다. 자신의 권리 옹호를 직접 외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비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라며 “일본에서 윤석열 탄핵과 오세훈 퇴진, 그리고 장애인의 권리 증진을 위해 앞장서 일본에서 투쟁하고 오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오는 3월 1일 일본 출국을 앞둔 전장연은 “이번 일본 원정 투쟁은 두 나라 간 장애인권리 운동의 국제적 연대를 통해 비장애중심주의 철폐와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체계 논의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장연은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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