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인권위원 “계엄 선포 및 실행 잘못된 것 아냐”
김용원 “안건 첫 자부터 끝 자까지 내가 직접 써”
회의실 막은 시민·직원들… 전원위원회 무산
인권위, 다음 주 중 전원위원회 재개최 예정
13일,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안건 상정이 예정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전원위원회(아래 전원위)가 장애인들을 비롯한 시민들과 인권위 직원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 5인 인권위원 “계엄 선포 및 실행 잘못된 것 아냐”
인권위는 이날 오후 3시 전원위를 열고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의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상정하고 이를 심의·의결할 계획이었다.
김용원, 한석훈, 강정혜, 김종민, 이한별 인권위원들이 발의한 안건은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 심리 시,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할 것 △계엄 선포 관련 다수 형사소송 진행을 고려하여 심판절차의 정지를 검토할 것 등의 내용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인권위원들은 안건을 통해 “계엄 선포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며,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결심한 이상 국방부장관이나 군지휘관, 경찰청장 등이 그러한 대통령의 결심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세부적인 계엄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계엄이 선포되고 지속된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이 큰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례가 없고 기물 파손의 정도도 경미한 수준이며,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계엄 선포에 관하여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내란죄를 적용하여 체포 또는 구속 영장을 발부하는 일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 등 사실상 내란 사태를 정당화하고 있어 많은 시민들의 분노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 김용원 “안건 첫 자부터 끝 자까지 내가 직접 써… 내란은 대법원이 규정하는 것”
이날 인권위 1층은 오전부터 안건 상정에 반대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을 비롯한 인권활동가들이 전원위를 저지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안건 상정에 찬성하는 이들도 속속히 와 활동가들에게 “빨갱이 XX들아”, “너희들이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라고 소리치는 등 소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원위 개최를 막기 위해 14층 회의실로 향한 전장연 활동가들과 인권활동가들은 “내란위원회 규탄! 인권위로 복귀하라!”, “반인권 계엄독재 옹호 김용원 사퇴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위원들을 기다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 조합원들을 비롯한 직원들도 함께 피켓을 들고 안건을 상정한 위원들과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오후 3시쯤, 안건 상정을 주도한 김용원 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활동가들은 회의실 문을 막고 서서 “내란 동조 김용원은 사퇴하라!”, “그만 돌아가십시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회의실 입장을 저지했다.
김용원 위원의 입장을 막는 도중 이충상 위원이 나타났다. 이충상 위원은 성소수자 혐오 발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망언을 일삼아 규탄을 받아온 위원이다. 활동가들의 거센 항의에 웃음을 띠던 이 위원은 회의실에 입장하지 못하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김용원 위원은 자리에 남아 계속해서 회의실 입장을 시도했다. “부끄러운 줄 알라”는 활동가의 말에 김 위원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할 사람들은 여러분들”이라고 맞받았다.
김 위원은 “안건에 ‘계엄 선포를 잘했다’고 한 줄이라도 쓰여 있는가, ‘탄핵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는가, ‘내란 조사를 하지 말라’고 했는가. 안건 첫 자부터 끝 자까지 내가 직접 쓴 것이다”라며 “이렇게 회의를 막는 것은 폭력”이라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윤석열 내란수괴범에게 영장 집행에 응하라고 전하라”고 말하자 김 위원은 “영장이 제대로 발부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활동가들은 “그것을 왜 인권위에서 따지냐. 법정에서 변호인이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은 “계엄을 찬성하냐”는 활동가들의 질문에 “찬성한 적 없다”면서도 “내란을 야당이 결정하면 내란이 되는 것인가. 내란은 대법원이 규정하는 것이다. 야당이 국민을 선동한 것”이라고 주장해 반발을 일으켰다. 김 위원은 안창호 인권위원장을 만나러 가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가지 못하게 길을 가로막고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1시간여 동안 활동가들과 김 위원 간의 대치가 이어졌고, 결국 김 위원은 회의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돌아섰다.
- 재차 회의 개최 협조 요구한 안창호… 다음 주 전원위 재개최 예정
안건을 함께 발의한 이한별, 한석훈, 강정혜 위원도 회의실에 입장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 같은 층에 있는 비상임위원실로 들어갔다. 김종민 위원은 아예 인권위에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4시 30분이 넘자, 야당 국회의원들과 면담을 마친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권위 직원들과 활동가들은 “사퇴하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김덕진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활동가는 “논의를 할 수 있게 길을 열어달라”는 안 위원장에게 “해당 안건이 논의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인권위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 눈물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것 같은 마음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온 국민의 인권 침해가 이뤄졌는데 어떻게 이를 야기한 사람들을 위한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가. ‘그들이 변호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인권위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그들의 변호인이 증명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안 위원장은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에 활동가들은 “안건 상정 여부에 대해서 논의도 해선 안 된다”며 회의 개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안 위원장은 회의실 앞에서 물러났다.
15층 인권위원장실로 돌아간 안 위원장은 위원들과 긴급회의를 진행해 이날 전원위는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권위원들은 다음 주중으로 전원위를 다시 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의행동을 마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전장연 등의 활동가들은 다음 전원위에서도 안건이 상정될 수 없도록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1월 24일 오전 11시경, 비속어가 포함된 표현이 ‘빨갱이 XX들아’라고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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