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취임 4년… 장애인권리 약탈
취임하자마자 탈시설부터 제동
이동권, 노동권 차례로 무너졌다
장애인들 “올림픽 개최 말고 尹과 함께 퇴진하라”

장애인 250여 명이 서울시청 앞에 집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고, 오 시장이 추진하는 ‘2036 서울올림픽’ 유치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선포식’을 열고 △서울올림픽 유치 반대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보장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 원직복직 등을 요구했다.

우드락 피켓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진이 있다. “장애인권리약탈 STOP, 전장연은 서울시 적군이 아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우드락 피켓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진이 있다. “장애인권리약탈 STOP, 전장연은 서울시 적군이 아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도저히 못살겠다”… 오세훈이 약탈한 장애인권리들

장애인의 권리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오 시장 휘하의 서울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오 시장은 장애인이 투쟁해서 만든 여러 제도를 하나씩 없앴다.

오 시장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33·34대 서울시장이었다. 2011년 8월, 무상급식 조례에 반대하고 “주민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면 사퇴하겠다”며 시장직을 내걸었다. 투표율은 25.7%에 그쳤고 오 시장은 ‘최초의 셀프 탄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21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연달아 낙선했다.

그가 서울시장직에 재도전 한 건 2021년 4월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2022년 열린 8회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약 4년간 서울시정을 이끌고 있다. 4년 동안 장애인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됐다.

- 오세훈, 재취임하자마자 탈시설에 제동

2021년 9월, 재취임에 성공한 지 5개월도 안 됐을 때 오 시장은 탈시설 정책을 축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탈시설 반대 측과 면담하며 ‘장애 정도에 따라 탈시설이 가능한 사람만 추진하겠다’고 망언했다. 이에 장애인들은 “2018년에 발표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권리 선언문’을 파기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2022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오 시장이 당선됐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회마저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 당선됐다. 오 시장 휘하의 서울시 행정부는 의회를 등에 업고 탈시설 정책에 지속해서 제동을 걸었다.

2023년 2월, 서울시는 탈시설장애인 1천 명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탈시설이 강제로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하는 조사였다. 장애인들은 “전수조사가 아니라 표적수사이자 인권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시가 탈시설 반대를 전제하고 진행한 조사였단 뜻이다. 실제로 해당 조사에서 서울시는 탈시설장애인에게 장애인거주시설 재입소 의향을 묻기도 했다.

또한 전장연 소속 기관 중 자립생활주택을 운영하는 곳의 예산 및 지원금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장애인에겐 목숨과도 같은 활동지원서비스에도 칼날을 댔다. 2023년 3월, 서울시 추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일제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조사 이후 장애인 11.2%가 서울시 추가 활동지원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시간이 삭감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거주시설 연계사업마저 폐지됐다. 이 사업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서 시설거주 장애인을 만나 지역사회 참여와 탈시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이 폐지되면서 시설거주 장애인이 자신의 욕구대로 지역사회에 참여할 기회가 사라지고 전담인력 55명이 해고됐다.

탈시설지원조례 또한 제정된 지 2년 만에 폐지됐다. 2022년 6월, 압도적인 찬성표로 제정된 탈시설지원조례는 제대로 시행도 못 한 채 2024년 6월, 끝내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서울시의회는 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를 개정했다. ‘탈시설’ 용어를 삭제하고 시설의 존재를 인정하는 내용을 넣었다.

구호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 사진 하민지
구호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 사진 하민지

- 무관용과 무정차에 가로막힌 장애인 이동권

오 시장은 장애인이 20년 넘게 진행해 온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폭력으로 탄압했다. 원래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천천히 지하철에 승하차하면서 열차 내 시민에게 장애인권리를 알려왔지만 이젠 승강장 안전문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현 개혁신당 국회의원)가 지하철 시위를 향해 “비문명”, “부조리” 등의 비난을 쏟아내던 2022년 3월, 서울교통공사의 내부문건 사태가 일어났다. 해당 문건에는 지하철 시위하는 장애인을 “적”으로 규정하며,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자 언론공작을 펼친 정황이 드러나 있었다. 시민사회는 크게 반발하며 앞다퉈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 대한 오 시장의 답변은 ‘무정차 통과’였다. 오 시장은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장애인의 지하철 탑승을 원천봉쇄했다.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에 지속해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청구된 금액만 약 10억 원이다.

이후 장애인들은 지하철 탑승은 물론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이나 침묵 선전전을 진행하는 것조차 탄압당하고 있다. 매일 아침 4호선 혜화역에서는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장애인운동 활동가의 사지를 들어 승강장 밖으로 내쫓고 있다.

- 노동권도 탄압,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최중증장애인 해고노동자 400명

서울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시행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시행한 지자체 중 최초로 폐지한 곳도 서울시다. 이 또한 오세훈의 서울시에서 일어난 일이다.

탈시설과 이동권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던 2023년 6월, 하태경 국민의힘 전 의원(현 보험연수원장)이 별안간 가짜뉴스를 발표했다. 하 전 의원은 전장연이 서울시 보조금을 유용해 시위에 참여한 장애인들에게 일당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 대한 이해가 없이 내뱉은 망발이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강의, 문화·예술 활동, 캠페인 등을 통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홍보하는 일자리다. 최중증장애인 우선 고용이 원칙이다.

하 전 의원의 주장 이후 서울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가 집회에 참여하면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더니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 권익옹호 직무를 삭제했다. 대신 ‘서비스업 보조’ 직무가 신설됐다. 해당 직무에는 찜질방 수건 개기, 도서관 도서 정리 등의 내용이 있었다. 사지마비 등 최중증장애인은 할 수 없는 직무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결국 2023년 12월을 끝으로 폐지됐다. 당시 서울시는 기사 등을 통해 집회에 참여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를 집요하게 찾아내며 임금을 회수하겠다고 압박했다. 해고가 예정된 노동자 400명과 전담인력 50명은 끝까지 투쟁했지만 서울시의 탄압 속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 장애인권리 모두 약탈해 놓고 올림픽?

4년간 탄압당한 장애인들은 오 시장을 “장애인권리약탈자”라 호명했다. 그런 그가 2036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2022년 2월, 올림픽 유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이 재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올림픽 추진을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면서, 대선 카드까지 만지는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개의 책임감 사이에서 고심 중이다. 첫 번째 책임감은 시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이제는 능력을 더 큰 단위에서 나라를 위해 써달라는 요구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두 개의 큰 책임감이 충돌하고 있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이에 장애인들은 오 시장에게 “윤석열과 함께 퇴진하라”고 말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올림픽 열고 개발하느라 사람들 쫓아내서 서울시를 예쁘게만 만들면 뭐 하나. 우리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데. 오 시장은 올림픽 열 자격 없다”고 규탄했다.

이름 평창올림픽반대연대 활동가는 “올림픽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언제나 복지 예산이 먼저 삭감돼 왔다. 최근 파리올림픽도 마찬가지”라며 “서울시의회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수십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올림픽을 개최하면 누가 이익을 얻나? 장애인 등 소수자를 폭력적으로 내쫓은 후 올림픽을 통해 최대 이윤을 얻기 위해 도시를 재편하는 건 누구의 이윤을 위한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진성선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서울시 추가 활동지원서비스 삭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폐지 등을 지적하며 “서울시는 돌봄을 권리가 아닌 정치와 예산의 논리로 바라보며 장애인 권리를 약탈했다. 이제 돌봄은 장애인의 가족에게 맡겨질 것”이라며 “장애인이 탈시설해 가족으로부터 분리돼 자립할 자유를 왜 보장하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수미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는 “오세훈의 서울시에서 장애인 권리가 하나씩 무너져 간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국민과 싸우고 있다”며 개탄했다. 강진혁 권리중심노동자 해고노동자는 “해고 이후 집에서 계속 술 마셨다. 지금은 해복투에서 투쟁 중”이라며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노동하고 친구들과 파티도 열 수 있어야 한다. 오 시장이 잘릴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선포식을 마친 장애인들은 우동민 열사 14기 추모제를 열었다. 우동민 열사는 2010년 12월,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투쟁을 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하다 이듬해 1월에 급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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