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란 기일 맞아 열린 21회 326대회
420공투단도 출범… 장애인 1500명 집결
“윤석열 파면, 오세훈 아웃”
울산 태연재활원 참사… “시설 폐쇄하라”

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이 노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하민지

올해에도 어김없이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이 출범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최옥란 열사의 기일을 맞아, 21회 326 전국장애인대회와 420공투단 출범식을 열었다.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는 장애인운동 활동가 1500여 명이 참석해 한목소리로 “장애인권리 약탈자 윤석열 파면”을 외쳤다. 현재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는 거듭 미뤄져 빨라도 4월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회에 모인 1500여 명의 장애인운동 활동가. 양쪽 인도에도 사람이 가득 차 있다. 사진 하민지

- “이대로는 못 살겠다… 한 번만 더 같이 싸우자”

집회는 420공투단 대표단의 발언으로 시작했다. 권달주 공동대표는 “우리는 326대회를 시작으로 5월 1일 노동절까지 투쟁한다. 끝까지 투쟁해서 우리의 힘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쟁취하자”고 말했다.

이형숙 공동대표는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대한민국은 경제 대국’이라고 했지만 복지 정책은 후퇴하고 ‘탈시설’ 용어마저 삭제됐다.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약탈한 윤석열은 반드시 파면돼야 한다”고 헌법재판소를 향해 촉구했다.

박경석 420공투단 공동대표가 고 김용섭 원주센터 소장의 영정을 안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공동대표는 장애인권리를 쟁취해 세상을 바꾸자고 했다.

“우리는 23년간 세상을 바꿔 왔습니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한 장애인, 여기 있습니까? 노동시장에서 무능력하다고 낙인찍히고 최저임금조차 못 받았지만 일하는 장애인노동자, 여기 있습니까? 지하철 승강기 사용해 본 사람, 여기 있습니까? 있습니다! 저기 있잖아요! 이것 보세요. 우리가 세상을 바꾸지 않았습니까?

동지들! 가지 마십시오. 가지 마십시오. 조금만 더 함께합시다. 한 번만 더 같이 싸웁시다. 어차피 인생 한 번 아닙니까? 윤석열과 오세훈을 심판하고,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 400명 복직시키고, 탈시설지원법 제대로 만들어서 같이 살아갑시다.”

오영철 공동대표는 “최옥란 열사를 찾아간 적이 있다. 20년 전이다. 최옥란에게 찾아가서 ‘내 근방에 장애인은 아무도 없다. 나는 노동도 못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낙인찍히고 있다. 활동하게 해 달라’라고 말했다”고 했다.

오 대표는 “열사의 간절한 활동을 이어받아 우리는 이동권, 교육권, 참정권, 노동권 등 많은 걸 쟁취해 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오 시장은 장애인권리를 도로 약탈 중”이라며 “끝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기념사진을 찍는 집회 참가자들. 사진 하민지

- 서울 대전 대구 광주… 전국 장애인 집결

이후 지역 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장차연) 대표단의 발언이 이어졌다. 정기열 경기장차연 대표는 “어떤 대중교통이든 경기도 장애인이 원하는 곳까지 한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 또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1천 개를 확보하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성주 광주장차연 대표는 “장애인의 KTX 이동권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KTX의 휠체어 이용자 좌석은 열차 한 대당 세 자리뿐이다. 휠체어 이용자 여러 명이 대규모로 탑승할 경우, 열차 하나에 다 타지 못하고 여러 대로 흩어져 타야 한다.

정 대표는 “KTX 열차는 8칸 정도 되는데 휠체어 이용자 좌석은 한 칸에 세 자리밖에 없다. 서울에서 큰 집회가 열릴 경우 광주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일찍 열차에 탑승해야 집회 시작 전에 다 모일 수 있다”며 “오늘(26일) 아침 8시에 출발하는 열차를 탔더니 너무 힘들다. KTX가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아서 1박 노숙농성은 못 하고 바로 내려가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대전 지역 장애인들은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투쟁 중이다. 한만승 대전장차연 대표는 “특별교통수단 법정 대수 올해 안에 도입하고, 차 한 대당 운전원 1.35명 도입하라고 1인 시위 중이다. 4월 초가 되면 집중 투쟁을 할 생각인데 지역 언론이 관심을 안 가진다”고 호소했다.

박명애 대구장차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박명애 대구장차연 대표는 최옥란 열사를 추모하며, 최옥란이 살고 싶었던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대구는 다들 잘 아실 홍(준표) 시장님이 계셔 가지고 마음껏 뭐 말도 못 하고 가슴만 타는 날이 너무나 많습니다. 수급비보다 약값이 더 들어가는 세상에서 그분(최옥란)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걱정이 많았으면 그렇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겠습니까?

‘나도 최옥란 열사처럼 열심히 싸워서 그가 살고 싶었던 세상을 만들 것이다’라고 20년 전에 가열하게 약속을 했는데 이놈의 세상은 정말, 못된 사람들은 잘 돼 가고 제대로 살고 싶은 우리는 내내 이 자리에서 이렇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경찰 마카 나놓고(경찰이 전부 집회현장에 나와 있고) 오 시장, 홍 시장, 윤(석열) 씨는 우리 1박 2일 투쟁하는 걸 이벤트로 생각합니다. 우리 이벤트하러 나온 거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장애인)도 사람답게,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고 알리러 나온 거지 않습니까?

우리 투쟁은 부끄러운 게 아니고 최옥란 열사가 살고 싶었던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같이 하십시다(합시다). 우리가 하십시다.”

배재현 춘천호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최근 별세한 김용섭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추모했다. 배 소장은 “강원도는 장애인평생교육법,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특별법 등의 제정을 위해 힘차게 투쟁하는 지역”이라며 “김 소장의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굳세게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희 세종장차연 대표, 주재영 인천장차연 대표, 이규식 서울장차연 대표 등도 무대에 올라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래 중인 피플퍼스트 활동가들. 사진 하민지
노래 중인 피플퍼스트 활동가들. 사진 하민지

- 울산 태연재활원 인권참사… “시설 폐쇄하라”

울산 초대형 시설 태연재활원 인권참사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윤종술 420공투단 공동대표는 “시설폐쇄법을 만들어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시설을 없애고 지역사회 자립만 존재하는 나라로 바꾸자”고 말했다.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울산 태연재활원에서 집단학대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사를 찾아보며 마음이 아팠다. 내가 시설에 있던 때가 떠오르고 수많은 장애인이 여전히 이런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박 활동가는 “내가 시설에서 폭력을 당했을 때 가장 무서웠던 건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나를 때린 직원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면 널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그럴 땐 너무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설이 아닌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더불어 “울산시와 보건복지부는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라. 태연재활원에 사는 장애인을 다른 시설로 보내려고만 하지 말고 말을 충분히 들어라.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살도록 자립할 기반을 만들어라. 또한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최진기 경남장차연 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최진기 경남장차연 대표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최진기 경남장차연 대표는 “울산의 한 시설에서 일어난 인권참사에 마음이 아프다. 시설은 폐쇄돼야 하며, 신규 시설도 더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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