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장관 취임 이후 장애계 첫 면담
천주교가 반대하는 자립지원법 언급
조 장관 “자립지원법으로 적극 탈시설 추진”
시설폐지 후 지어진 사회주택 “방문하겠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조규홍 복지부 장관(왼쪽)에게 장애인정책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조규홍 복지부 장관(왼쪽)에게 장애인정책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의 면담에서 “자립지원법 제정으로 차기년도(2026년)에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의) 본 사업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탈시설이 추진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탈시설은 속도의 문제는 있지만 방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면담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조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성사됐다. 이는 혜화동성당 고공농성 투쟁의 성과로 마련된 자리다. 앞서 탈시설 운동가 세 명이 15일간 혜화동성당에서 고공농성했고, 투쟁 결과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및 조 장관과의 면담을 쟁취했다.

조 장관이 언급한 ‘자립지원법’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의미한다. 이 법안은 시설거주장애인과 재가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립하는 장애인에게 주거전환 및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자 천주교는 “발달장애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법안”, “무리한 탈시설을 강행하는 억지스러운 법안”이라고 호도하며 반대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한 바 있다.

또한 조 장관이 말한 ‘본 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 수립된 ‘탈시설 로드맵 시범사업’을 뜻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에 복지부는 ‘탈시설 용어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거 아니냐’는 장애계의 비판을 받았다.

정리하면 조 장관은 전장연과의 면담에서, 탈시설 반대 세력이 호도하는 자립지원법을 근거로,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장애인 자립지원 사업에서 탈시설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더불어 조 장관은 ‘여기가(家)’에도 시간을 내서 방문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가는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이 폐지된 자리에 건축되는 사회주택이다.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은 전국 최초로 법인 스스로 시설을 폐지하고 거주인 전원을 탈시설시킨 후 사회주택을 건설하며 한국 탈시설의 기념비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프리웰은 최근 중증장애인, 한부모 가정, 1인 가구 등을 상대로 입주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조 장관은 “복지부와 전장연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논의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전장연은 조 장관에게 “장애인거주시설 전수조사에서 자립의사를 밝힌 시설거주장애인에게 적극적인 자립지원 계획을 수립해 달라. 그리고 장애인거주시설의 거주인 모두에게 ‘장애인 서비스 종합조사’를 실시하고 지역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조 장관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장애인 서비스 종합조사’는 2019년 7월,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 후 마련됐다. 현재 장애인들은 해당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부여받는다. 장애계는 해당 조사표가 장애인의 개인별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 때문에 유정윤, 조선동 등 중증장애인은 지난달, 서비스 종합조사를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을 찾아가 건물 로비에서 농성투쟁을 한 바 있다.

이에 조 장관은 “문제점에 공감하며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 태연재활원 사건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태연재활원에서) 탈시설한 장애인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전장연은 “비록 많이 늦은 대화 자리였지만 이번 대화를 통해 곧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복지부와 전장연 간 지속가능한 소통,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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