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집회 전까지 장콜·IL센터 예산 무응답
텐트 3개, 천막농성장 1동 설치
“기재부 응답할 때까지 농성할 것”

정부세종청사 행안부 민원동 앞에 설치된 농성장. 사진 하민지
정부세종청사 행안부 민원동 앞에 설치된 농성장. 사진 하민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26일 오후 5시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아래 행안부) 민원 1동 앞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했다. 이들은 장애인콜택시(특별교통수단)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IL센터) 등 장애인권리예산에 관한 기획재정부(아래 기재부) 답변을 받을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거라 전했다.

이날 농성은 기재부의 ‘무응답’에서 비롯됐다. 박미주 전장연 정책국장에 따르면 기재부 국토교통예산과와 복지예산과는 오후 4시 기자회견 직전까지 응답이 없었다. 이에 장애인들이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을 제출하러 행안부 민원 1동에 방문했지만 출입을 저지당했다.

민원동 출입을 저지 중인 행안부 직원. 사진 하민지
민원동 출입을 저지 중인 행안부 직원. 사진 하민지

민원 1동 현관문을 막아선 행안부 직원은 비마이너에 “우리는 우리나라의 정부청사를 지키는 시설주이기 때문에 장애인의 출입을 막는 것”이라 말했다. 민원실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위에서 시켜서 막고 있는 거라 나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위에서 지시한 업무내용이 뭐냐고 재차 물으니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민원실은 사전에 예약하고 들어가는 곳인데 이분들은 예약도 안 하고 몸으로 밀고 들어와서 막는 것”이라며 답변 내용이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원동에는 카페를 포함한 민원인 휴게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또한 출입증 발급 절차를 거치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다. 예약절차가 있다는 게 사실이냐고 다시 묻자 “나에겐 대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니 답변하지 않겠다”며 계속 장애인의 출입을 막아섰다.

이에 장애인들은 민원 1동 회전문 앞에 원터치텐트 1개를, 회전문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 텐트 2개와 천막농성장 1동을 설치했다.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이재명 정부, 2026년 차별 없는 이동권, IL센터 예산 보장!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면담 촉구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오후 4시에는 기재부의 답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장애인권리예산 중 장애인콜택시와 IL센터 예산 증액이 주요하게 언급됐다.

정기열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경기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열심히 바닥을 기고 남들한테 손가락질당하면서 국정과제에 ‘특별교통수단 인건비 지원’ 한 줄을 올렸다. 그런데 이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라 기재부와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하다니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정 지부장은 “여전히 장애인은 장애인콜택시를 타려면 2~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차량이 수십 대가 놀고 있어도 운전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중앙정부가 운전원 인건비를 지원해서 장애인콜택시가 24시간 다녀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장애인복지법 54조에 따라 IL센터는 4명 인건비만 지원받을 수 있는데 58조에 명시된  장애인시설은 7명까지 지원한다”며 “한국 자립생활운동은 IL센터로부터 시작했다. IL센터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고 동등하게 지원예산을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오후 6시 40분 현재 경찰과 행안부 직원은 여전히 민원동 출입문을 막아선 상태다. 전장연 활동가 30여 명은 농성장을 지키는 중이다. 오후 8시경에는 기재부 응답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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