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보고서 발간 대국민 보고회 개최
조사신청 사건 중 10.1%가 조사중지
“집단수용시설 사건의 구조적 문제 규명 미흡” 지적에
박선영 위원장 “3기 진화위, 직권조사 확대돼야”
진화위 노조, 5년의 기록 담은 별도 백서 발간하기도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기 진화위 종합보고서 발간 대국민 보고회’에서 박선영 위원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기 진화위 종합보고서 발간 대국민 보고회’에서 박선영 위원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가 오는 26일 공식 활동 종료를 앞두고 종합보고서를 발간했다. 진화위는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 중구 진화위 대회의실에서 ‘2기 진화위 종합보고서 발간 대국민 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2기 진화위가 다양한 집단수용시설의 피해 사실을 밝혀냈지만, 국가정책에 의한 폭력이 전국적으로 발생했음에도 구조적·본질적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31개 중 18개 사건 진실규명

종합보고서는 진화위의 지난 5년 간의 주요 활동을 담은 제1권 총론과 사건 유형별로 조사 결과를 분류한 제2권 항일독립운동과 민간인 희생사건, 제3권 인권침해 사건, 별책 3·15의거 진상조사보고서 등 4권짜리 1질의 책으로 이뤄져 있다.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진화위는 2만928건의 신청 사건 중 1만8817건(89.9%)을 처리했으나, 그중 진실규명 결정은 1만1913건(56.9%)에 그쳤고 조사 중지 사건은 2천111건(10.1%)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3권 ‘인권침해’의 제2장에는 ‘집단수용시설 사건’이 기록돼 있다. 진화위에 따르면 진실규명 신청 접수 기간인 2020년 12월 10일부터 2022년 12월 9일까지 집단수용시설 관련 조사 신청은 전국 31개 시설과 관련해 총 1천68건이 접수됐다. 이 중 13개 시설에 관련한 조사 신청은 본인 취하 또는 각하, 조사개시 후 조사중지 처리됐고, 나머지 18개 시설 관련한 조사 신청 건이 진실규명 결정됐다.

진실규명 결정된 ‘부랑인’수용시설에는 △형제복지원 △서울시립갱생원·대구시립희망원·충남 천성원(대전 성지원, 연기군 양지원)·경기 성혜원이, 아동수용시설에는 △선감학원 △부산 영화숙·재생원 △서울시립아동보호소 △목포 동명원 △서울 희망소년원 △부산 덕성원 △서울시 부랑아시설(어린이마을)이 있다. 여성집단수용시설로는 서울동부여자기술원·양주군여자기술학원·동두천시여자기술학원·평택군여자기술양성원·의정부부녀복지원·협성여자기술양성원 등에 수용된 피해자가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진화위는 종합보고서에서 “2기 진화위의 집단수용시설 조사는 어떠한 국가기관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집단수용시설 쟁점을 본격적으로 조사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였음을 인정하고 국가 사과와 피해회복의 필요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짚으면서도,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소송에서 정부가 기계적 상소를 이어가면서 피해 배상이 지연됐고 이에 따라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가해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진화위는 지난 8월 5일 법무부의 입장 발표(관련 기사: 정부, 형제복지원·선감학원 상소 안 한다… 피해생존자들 “책임 끝난 것 아냐”)를 언급하며 “정부는 이와 같은 정책적 입장을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뿐만 아니라 현재 피해자들의 소송이 진행 중인 다른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향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러한 방침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소송 과정에서 국가가 진화위의 진실규명 결정을 부정한 사례들 외에도, 직권조사가 일부 집단수용시설에만 제한됐다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를 둘러싼 원인과 3기 진화위의 과제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박선영 진화위원장은 “‘내가 피해자예요’라고 손을 들고 나오는 사람부터 구제하고 진실규명을 해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생명이기 때문에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만 가능하도록 규정한) 법의 취지를 존중한다. 그래서 스스로 피해자임을 밝힌 분들을 먼저 조사하다 보니까 (직권조사가) 늦어진 감이 있다”면서, “3기 진화위에서는 조사를 신청한 집단수용시설 피해자 외에도 직권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기 진화위가 조사한 집단수용시설 중 직권조사는 부산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 사건에서만 유일하게 이뤄졌다.

‘2기 진화위 종합보고서 발간 대국민 보고회’ 현장에 놓인 종합보고서 실물. 사진 김소영
‘2기 진화위 종합보고서 발간 대국민 보고회’ 현장에 놓인 종합보고서 실물. 사진 김소영

진화위 노조, 5년의 기록 담은 별도 백서 발간하기도

진화위의 공무원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진화위지부는 보고회 하루 전인 17일, 지난 5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한계와 과제를 성찰한 백서 ‘진실화해위원회 5년의 기록, 다시 나아갈 길’을 별도로 발간했다.

진화위지부는 “학살 희생자에 대한 부역자 심사 논란, 위원회 설립 취지에 반하는 역대 위원장의 각종 극우적 망언 논란, 항의하는 유족단체에 대한 수사의뢰 등 피해자 탄압 등 숱한 논란을 낳으며 진실규명의 성과들을 퇴색시키는 일이 반복됐다”며 “지난 5년간의 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누적된 한계를 진화위 조사관들의 눈으로 다시금 성찰하고, 과거청산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남겨진 과제들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에서 백서가 제작됐다”고 밝혔다.

백서에 담긴 ‘3기 진화위를 위한 10대 제언’에는 △3기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통한 과거사 조사 연속성 확보 △위원회 설립 취지에 맞는 역사 인식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 구성 △조사 방향에 대한 로드맵 마련과 주요 사건의 선제적 직권조사 추진 △‘집단수용시설 전담 조사국’ 신설 등이 포함됐다.

3기 진화위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이 이뤄져야 출범할 수 있지만, 관련 개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진화위지부는 늦어도 2기 진화위의 법적 청산 시점인 내년 2월 26일까지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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