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반지하 벗어난 가구, 서울시 전체의 3.1%뿐
기후위기 대응 및 기후정의에 기반해 주거권 보장 촉구
“공공임대주택, 주거권 보장과 기후정의 실현의 핵심”

2022년 8월 8일,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발달장애인 여성과 가족 두 명이 침수로 목숨을 잃었다. 다음 날인 9일에는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의 또 다른 반지하 주택에서 50대 여성이 숨졌다. 그는 발달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였다.

폭우와 같은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 당시 시민사회계는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을 꾸려 “(이번 사건은)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이자 재난 대응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회적 참사”라고 규정하며 “불평등이 재난”이라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난 6일, 이들은 여전히 같은 구호를 외쳐야 했다. 장애인, 홈리스 등 기후약자들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7개 시민사회단체(6일 기준)가 참여한 ‘반지하 폭우참사 3주기 추모행동’(아래 추모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에 “불평등 해결을 위한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정의에 기반한 주거권 보장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반지하 폭우참사 3주기 추모행동’이 6일 오전 11시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주먹 쥔 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반지하 폭우참사 3주기 추모행동’이 6일 오전 11시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주먹 쥔 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3년간 반지하 벗어난 가구, 서울시 전체 반지하 가구의 3.1%뿐

폭우참사 직후인 2022년 8월 10일, 서울시는 반지하 대책을 발표했다. 지하층 주거용 건축허가 금지, 반지하주택 매입 후 리모델링, 반지하주택 세입자에 대한 주거상향지원사업, 반지하 특정바우처 등을 통해 “반지하주택을 없애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는 반지하 등 주거취약가구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가 약속한 반지하 주택과 쪽방 등 기후위기에 취약한 이들에 대한 주거대책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추모행동에 따르면 서울시 내 반지하에 사는 24만 5천여 가구(통계청,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중 정부와 서울시 지원으로 반지하를 벗어난 가구는 서울시 전체 반지하 가구의 3.1%(7608가구)에 불과하다. 추모행동이 윤종오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서울시 반지하주택 매입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시가 매입한 반지하주택은 791호에 그쳤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반지하 폭우 참사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당시 ‘반지하 주택을 완전히 없애겠다’던 호기로운 선언은 어디로 갔는가. 지상주택으로의 이주율은 고작 3%에 그치고, 최소한의 침수 방지 시설인 물막이판 설치는 모두 완료했다더니, 실제로는 설치를 신청한 건물에만 이루어진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서 위원장은 “반지하 대책에는 세입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갈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줄였다. 3년 동안 무려 7조가 삭감됐다”며 “공공임대주택 확대 없이, 반지하 대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새 정부에 공공임대주택 예산 복원과 대폭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공공임대주택, 주거권 보장과 기후정의 실현의 핵심”

홍수경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 속 노약자·어린이는 외출 자제하길 바란다’는 경보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나 ‘외출 자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적절한 주거지가 없거나 열악한 거처에 머무는 홈리스다. 폭염이 극심해지면 거리 노숙 현장의 당사자 수가 늘어난다. 쪽방, 고시원 등과 같은 거처가 찜통이 되고, 빈대와 같은 벌레가 들끓어서 도무지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활동가는 “서울시는 ‘기후재난 약자 보호’를 한다며 무더위 쉼터와 안전숙소, 밤 더위 대피소 폭염 대응책을 내놨지만, 이들 대부분은 정보 접근성이 낮고 이용률이 저조하다”며 “불평등에 맞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공공이 직접 주거를 제공해 안정성을 보장하는 공공임대주택이 주거권 보장과 기후정의 실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공공주택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주거·복지·기후정책을 결합한 복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며 이재명 정부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 기자회견 참가자가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의 다른 손에는 “불평등이 재난이다”, “기후재난에 안전한 집 지금 당장 마련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있다. 사진 김소영
한 기자회견 참가자가 주먹 쥔 손을 높이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의 다른 손에는 “불평등이 재난이다”, “기후재난에 안전한 집 지금 당장 마련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있다. 사진 김소영

이날 추모행동 대표단들은 기자회견 이후 △기후정의에 입각한 공공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 확대 △최저주거기준 개선, 강행력 있는 주거·안전 기준 마련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중단 및 공공성 강화 등이 담긴 요구안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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