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처벌 근거로 삼은 점은 의미 있어

지적장애인에게 중노동을 시키고 수천만 원 상당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업주들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주시에 거주하던 구아무개 씨(지적장애 3급, 48세)는 10여 년 전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으나 별다른 직장을 잡지 못해 노숙생활을 했다. 그러다 지난 2005년 4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서울 서대문구 한 중국음식점과 분식점에서, 2014년 5월부터 2015년 4월까지 경기도 김포 식용 개 사육장에서 일했으나 임금을 거의 받지 못했다.
 

중국음식점과 분식점을 운영했던 ㄱ 씨와 ㄴ 씨는 지난 9년간 구 씨에게 설거지, 식자재 관리 등 주방 보조 일을 하게 했으나, 주말 1~5만 원 용돈 주는 것 외에는 임금을 주지 않았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체불임금만 9466만 4760원이었다.
개 사육장을 운영했던 ㄷ 씨와 ㄹ 씨는 구 씨에게 개밥 주기와 배설물 청소 등의 중노동을 1년간 시켰다. 하루 19시간 일하게 하면서 임금은 단 한 푼도 주지 않았고, 거처와 식사도 열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불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 1447만 2409만 원이었다.
이들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차법), ‘장애인복지법’ 위반, 준사기 혐의 등으로 지난해 8월부터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올해 2월 형사3단독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인정해 ㄱ 씨와 ㄴ 씨에게는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ㄷ 씨와 ㄹ 씨에게는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피고인이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임을 알고 피해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를 유죄로 인정했다. 장애를 악의적으로 이용해 학대, 유기, 금전적 착취를 하지 않도록 규정한 장차법 32조 등의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구 씨에게 숙식을 제공한 점, 사건 이후 구 씨와 합의한 점, 구 씨가 피고인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이에 구 씨를 지원해 온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는 “이번 판결을 통해 장애인에 대해 집단따돌림을 가하거나 유기, 학대, 금전적 착취 등을 한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며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는 피고인들의 양형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는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은 장애인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발각되더라도 금전적 합의만 하면 문제없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법원의 장애인 인권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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